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제는 미안해야 할 짓 해놓고 일말의 미안함도 보이지 않는 것.
요즘엔 상식이라는 가교로도 남과 나 사이 생각의 간극 좁히기가 녹록찮다 여겨져요.
중학생 때 친구가 방과 후에 한숨 쉬며 집에 가기 싫대요.
왜 그러냐 물으니 어제 집에 있던 새우깡을 배가 고파서 먹고
학원 갔다 집에 갔는데 아버지한테 뺨 맞았다고요.
아버지가 먹으려고 사 놓은 과자였는데 멋대로 먹었단 거죠.
딸애가 배고파서 먹었다는 이유도 안 듣고 범인색출과 동시에 때렸다 하더라구요.
친구는 얌전하고 학교서도 존재감 없는 그냥 보통 아이였어요.
날라리도 우등생도 열등생도 아니었죠.
눈물 펑펑 쏟는 얼굴이 창백했어요.
진짜 크게 충격 받았었어요. 뭐 그런 부모가 다 있지? 싶었어요.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화끈화끈했어요.
온갖 부당함을 대충 넘기며 사는 지금도 그때 일은 잘못된 거라 생각해요.
가족으로 살면서 돈을 누가버네마네는 가장 끝에 나와야할 말일 거 같아요.
부모라는 존재가 내가 번 돈이니 넌 시키는 대로만 해.
사랑도 없고 배려도 없고 규칙도 없이 막되먹게 굴면
그 후에 아이들은 내가 나를 낳으라고 했느냐 날 왜 낳았냐
똑같이 자기부정이 시작되거든요.
뻔뻔한 후안무치는 분노를 낳게하죠.
분노의 불은 상대도 태우고 나도 태우죠.
가족이라는 울타리 만들고도 돈 버는 게 최고 덕목이면
혼자서 오롯이 다~ 쓰고 살아야죠
그리고 원래 있던 가족과 살아야죠.
언감생심 배우자와 자녀가 말이 되는지요.
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죠.
가족이라는 존재로 함께 묶여 살면서도
사랑과 배려의 방향과 범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합의하지 못하고
딴생각 어림짐작으로 각자 표류하는 것 같아 슬프네요.
최소한 가족이라면
사랑할 때 사랑을 표현하는 싸인을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미안해해야할 일이 있을 땐 미안하다고 직접 말로 했으면 좋겠어요.
일생 만나볼 일 없는 티비 속의 어느 재벌의 재력만 존경하지 말고
내 아빠의 얇은 지갑도 존경하고
강남엄마 대박엄마 아니라도 내엄마가 최고였음 좋겠구요.
잘 하는 것도 별로 없고 존재감도 없어도 내 새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해주세요.
사소하게 잘못한 일 있으면 무안주지 말고 면박주지말고 타박주지말고
왜 그랬냐 먼저 묻고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구하고 타협하고 절충하고
함께 고치고 맞추고 협력하면 좋겠어요.
아무리 돈 많고 힘 많은 사람들이 티비에서 요즘 가족 다 막장이라 그래도
보통사람인 게 패배자인 것처럼 매도해도
아무리 그래도
티비 끄면 조용하듯이
서로한테 미안해 사랑해 하며 오손도손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러면 좋겠어요.
1. 아이쿠야
'14.2.24 2:26 PM (219.251.xxx.5)어쩌다 이런 생각까지.....
2. ..
'14.2.24 2:28 PM (222.110.xxx.1)저도 원글님 말에 동의해요.
그런데 빵을 먹은 아빠만 잘못한게 아니고 딸도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미안하다고 똑같은거 사다준다 했는데도 문 꽝닫고 들어가고 성질부리고.
아빠는 아빠대로 계속해서 딸 음식 먹고.
둘다 문제가 있는것 같아요.3. ...
'14.2.24 2:30 PM (121.181.xxx.223)화날때 화 낼수도 있죠..뭐 아버지라고 화도 못내나요..아버지가 잘못했구만..화를 내야 본인이 잘못한줄알고 고치려고 노력이라도 하지 그냥그냥 넘어가면 뭐가 잘못된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거든요.
4. 그냥
'14.2.24 2:33 PM (114.200.xxx.110)네 맞아요.
가족이라면 서로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하루에 한두번씩 접선만 하지말고.
화 내는 건 괜찮죠.
일방적 화풀이 그 후에 화해없음이 문제죠.
자식이든 부모든.5. 오손도손
'14.2.24 2:40 PM (93.213.xxx.179)물흐르듯 제 마음을 읽어내려가는 듯한 원글님의 글이 참 좋네요.
가족끼리, 이웃끼리 보통사람들의 오손도손 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게 예전에는 참 지극히 일상적인 일로 느껴졌는데,
그것을 추억하게 되네요.6. 그냥
'14.2.24 2:44 PM (114.200.xxx.110)네.
그냥 저도 뭔가 한없이 서글픈 느낌이 들었어요.
자식이 뭔지.
부모가 뭔지.7. ㅇㄹ
'14.2.24 2:44 PM (203.152.xxx.219)전 그 글에서 가장 충격받은게..
아빠가 벌어온 돈돈 거리는 댓글들이에요.
전업주부도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으면서... 학교 다니는 딸이 거지인가요?
아빠의 돈으로 학교 다니고 먹고 사니 끽소리도 하지말라?
어이가 없어요. 저도 돈버는 엄마지만요. 내돈으로 가족이 다 같이 살수 있어서 행복하지
내가 돈버니까 다 내것 니것도 내것 이런식은 아니죠. 웃자고 하는 농담도 아니고..;;8. 그냥
'14.2.24 2:48 PM (114.200.xxx.110)ㅇㄹ님 제가 느낀 서글픔이 그거였어요.
9. ...
'14.2.24 3:01 PM (112.155.xxx.34)뭐 제가 단 댓글을 아니지만... 아빠가 벌어온 돈이니까 무조건 잘드셨어요 하라는건 아니었던것 같은데요. 그만큼 가장을 무시하는 엄마와 딸에 대한 태도를 나무라는(?) 거였지 글 그대로 해석하는건 좀...
10. 원글님 동감
'14.2.24 3:02 PM (183.96.xxx.181)상식이 사람마다 집마다 많이 다르다는 걸 이 나이 먹고서야 새삼 깨닫습니다
상식, 기본적인 예의, 평범한 것이 참 어렵고 흔하지 않더군요
다만 아빠가 벌어온 돈 얘기는 전 생각이 좀 달라요
요즘 일부라고 믿지만 젊은 엄마 중에 남편을 돈 벌어오는 머슴 정도로 생각하는 부류 좀 됩니다
옆에서 보는 데도 화가 날 정도죠
제대로 된 옷도 없이 밥도 안 챙겨주면서
아이것은 최고로 자신 몸 치장엔 돈 아끼지 않고
남편 무능하다고 밖에 나와 흉보기도 해요
남이니 상종 못할 인간이라고 넘기지만 참 그렇습니다11.
'14.2.24 3:35 PM (115.21.xxx.178)82쿡 글은 그때그때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예전에 라면 사태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학원 갔다 와서 배고파 라면을 끓였는데
아빠가 한 젓가락을 집어 먹었더니 아이가 화를 냈다는 이야기였죠.
그때 분위기는
아빠가 돈 벌어다 사다 놓은 라면인데 먹으면 어떠냐 이게 전반적 분위기였어요.
아무리 아이에게라도, 자기 돈으로 먹고 사는 아이에게라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가족간에, 부모자식간에 라면 한 젓가락이 무슨 예의냐,
못 먹게 하는 자식을 내쫓아야 한다..... 뭐 그런 댓글까지 달렸었죠.
그 라면을 그대로 빵으로 이어다 붙이면
아빠가 벌어온 돈으로 사다 먹는 빵이나 새우깡이니
아무리 아이가 배고파 먹더라도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빼앗아 먹을 수 있다는 결론 아닐까요?12. 동감
'14.2.24 3:50 PM (220.127.xxx.227)추천버튼이 없냐 여긴
그 빵글 첨 딱 읽고 울시아버지가 저기 있군. 했지요
네 울 시아버님 민망하거나 미안한 일 있어도 죽어도 그소리 못하세요 미안하다 이 네음절이 한국어에 없는 분같죠
외려 버럭질이거나 나머지 사람들 뒷목잡을 소리를 미리 선수쳐서 하는걸로 마무리하세요
그 아들들인 제남편과 아주버님 속으로 상처가 많아요
서로 사랑하고 따뜻한 가정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해야죠.13. 그냥
'14.2.24 3:52 PM (114.200.xxx.110)분위기고 뭐고 떠나서요.
115님의 의견이 그래서 무엇이란 말씀이신지요?
라면 빵 새우깡이 문제가 아니고요
돈 버는 가장 힘 없는 노모 세 살 아이
모두가 가족 구성원이라면 응당 서로 배려 주고 받고 사랑해야 하는
사이라는 거죠.
상식이 다 달라도 막되먹은 짓은 해선 안되지요.
애든 어른이든 그 어떤 허울 좋은 이유를 갖다붙여도요.14. 그냥
'14.2.24 4:14 PM (114.200.xxx.110)동감 님. 맞아요.
남들에겐 갑론을박하고 넘어갈 남의 집 일들이
당사자에겐 상처로 남는 게 참 아픈 것 같아요.
우리는 의사가 아니라서
아픈 것만 알지 왜 아픈지 어떻게 해야 덜 아플지 모르는데
그저 시간이 약이라고 덮어만 두죠.
근데 가족간의 일은 덮어둔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 같아요.
계속 봐야하고 또 늘 부딪히게되고
사소한 걸로 사소하게 상처받는 것 같아요.
따뜻한 가정이 결국 최후의 보루인데도요.15. 태양의빛
'14.2.24 5:42 PM (42.116.xxx.96)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소하게 잘못한 일 있으면 무안주지 말고 면박주지말고 타박주지말고
왜 그랬냐 먼저 묻고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구하고 타협하고 절충하고
함께 고치고 맞추고 협력하면 좋겠어요. //222222222 이것이 바로 진정한 가족의 모습이죠.16. 기억할께요
'14.2.24 8:31 PM (211.207.xxx.68)분노의 불은 상대도 태우고 나도 태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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