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7년동안 김연아 팬질한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김연아가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경기영상을 남기고 은퇴해서 참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피겨라는게 기록경기와 다른게 채점경기라서
심판의 주관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경기잖아요.
그래서 국가나 이미지가 중요한데
뒷배도 없이 자력으로 출전한 모든 경기마다 3위안에 들었다는건
선수 본인의 어마어마한 노력, 정말 피눈물 나는 노력없이는 불가능한거거든요.
물론, 타고난 천재성은 당연한거고,
하지만 아무리 천재성을 타고 났어도 매번 3위안에 들었다는건
본인도 뼈를 깍는 노력을 한거지요.
제가 화가 나는건요
아무리 개인이 정직하게 노력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고 가장 뛰어난게 분명 한데도..
그걸
힘 있는 세력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못 받는다는 거
딱 그거 하나에요.
연아선수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인데..
더럽고 부조리한 세상, 혼자 고고하게 살면 뭐하나 나도 적당히 눈감고 더불어 사는게 옳은거지
이런 생각이 .. 나이들수록 강해지면서도
한편으론
그래도 정직하게 살아도 되는 사람은 되잖아. 김연아를 봐라..
하면서 위안을 삼을 때가 많았거든요.
아무리 편파판정을 하고 꺽을려고 해도
하늘이 내린 재능에 본인의 노력이 더해지면
가끔씩은 이 더러운 세상에서도 정의가 승리하긴 하는구나 하면서요..
그런데요..
그게 이번 경기로 그런 믿음도 끝나버렸어요.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졌어도, 개인이 아무리 뻐를 깍는 노력을 했어도
결국은 못 이기는 게 있구나..하는거요.
김연아는 이미 프리 경기 전에 다 알고 들어갔어요. 자신이 어떤 경기를 하든 금은 정해져있다는걸..
그녀는 약속한데로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고
제가 보기엔 완전무결한 경기를 했을뿐이고,
만약 그들이 계획한데로 실수하거나 넘어졌거나 했으면 아예 메달 자체를 못 가졌을거에요.
(김연아 경기시작을 질질 끌면서 압박했죠. 전 선수 체점을 아주 늦게 발표하면서.)
하여간 김연아는..
다 알고도 그저 본인이 만족하는 경기를 위해서 그 더러운 소굴에 제발로 들어가서 마지막 경기를 치룬거죠.
그녀는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이제 정말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는.. 슬프고 화가 나요.
제가 분노하는건 그녀가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라서가 아니네요.
강자인 그들은
절대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는 마지막 성역,
진심과 정직에 대한 신념과 믿음을 비웃고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아 버렸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