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경기 전에 쓰셨나 본데...
[피겨] 여싱 쇼트 판정은 완전히 미친겁니다. (2)
후... 피겨 열심히 봐온지도 한 20년도 넘었나... 가장 빡친 순간이 어제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상이 김연아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왜 이 따위 종목을 20년 동안 즐겨봤던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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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올림픽. 다시 줄세우기를 시도하는데 보다 노골적이 됩니다. 74점대 3명으로 절묘하게 맞춰버리는 이런 계산의 천재들이라니-_- 전 그 동안의 모든 논란 중에 이번 올림픽처럼 황당한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사실 앞 순서의 선수들이 점수를 낮게 받는 건 구채점제의 잔재입니다. 근데 구채점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어요. 앞선수에게 너무 빨리 5.9나 6.0을 줬는데, 뒷 선수가 훨씬 더 잘 해버리면 점수주기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니까요.그래서 약간씩 조정해가며 줄 수 밖에 없었지요. 판정 논란이 있었던 솔트레이크시티 때만 해도 여러번 세계를 재패한 야구딘이 쇼트 프로그램에서 6.0 몇 개는 나올만한 퍼포먼스를 펼쳤지만 평균 5.8 정도의 점수만을 받았습니다. 그가 못해서가 아니라 좀 앞에서 뛰어서 혹시 뒤에서 잘 해버리는 선수들이 나올 때를 대비한 거죠. 이게 문제되지는 않았습니다. 야구딘은 쇼트 1위를 했으니까요. 그래서 구채점제에는 뒤에서 뛰는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지요. 비슷하게 연기해도 뒤에서 점수를 더 후하게 주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맨마지막 연기가 챔피언 포지션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채점제에서는 그렇게 조절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거기다가 김연아가 누굽니까? 단순한 디펜딩 챔피언이 아니라 전년도 세계선수권자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는 중이구요. 저는 어제 경기를 보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80점짜리 연기지만, 디버프를 줄 것이고 77~78점 정도로 마무리 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74.92라니요.
그것도 황당한데, 카로에서 머리를 한 대 때려주더니 솥뚜껑에서 기절을 시켜주더군요. 정말 분해서 잠이 안 왔습니다. 메달 유력권자들을 쇼트에서 잘 할 경우 적당한 포지션에 위치시켜주고, 못해도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 포지션에 위치시켜주는 건 구채점제로부터 내려오는 잔재였고, 신채점제에서도 어느 정도는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버프시켜주는 건 처음 봤습니다. 카로만 따지면 김연아는 대략 8~10점 정도, 솥뚜껑과는 12~15점 정도를 김연아는 손해를 본 겁니다. 아무리 줄을 세우고, 아무리 디버프를 줘도 이 따위 수준으로 주는 경우는 본적이 없습니다.
솔트레이크시티를 다시 돌이켜보면 미국의 난동에 가까운 언론플레이가 있었지만 페어에서 러시아 금을 뺐지는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러시아는 실수가 있었고, 캐나다는 실수가 없었죠. 이리나와 사라 휴즈의 경우 그렇게 심하게 치팅 점프를 따지지 않던 시절이었고 어쨌거나 사라휴즈는 최초로 3-3 컴비네이션을 두 번이나 성공시켰습니다. 이리나는 3-2였구요. 우리에게 금기시 되는 2008 예테보리 월드도 김연아가 쇼트를 망쳤고, 프리에서도 러츠를 팝업하는 실수가 어쨌거나 있었습니다. 이 때의 판정논란은 그게 말이 되든 안 되든 변명거리, 핑계거리, 그럴 듯한 이유라는게 존재해요.
그렇지만, 이번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은 어디다 같다 붙일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김연아는 3Lz+3T, 3F, 2A로 가장 어려운 점프 구성이었습니다. 카로는 3F+3T를 뛰긴 했지만, 러츠는 뛰지도 않았고 그 다음 트리플 점프는 룹이었습니다. 솥뚜껑은 고작 3T+3T 였습니다.
그리고 점프의 질도 김연아가 단연 좋았습니다. 높이, 비거리, 랜딩의 아름다움, 안무 구성에서 바로 연결되는 동작 등등.
스핀은 차치하더라도 스텝 역시 김연아야말로 모든 구성을 제대로 소화해냈습니다. 평소보다 약간 속도가 떨어지는 느낌도 살짝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김연아 기준이구요. 진짜 느려터지고 억지로 꾸역꾸역 안무요소를 이어간 솥뚜껑의 지루하기 그지없는 거지발싸개같은 스텝에 레벨에서 밀릴 스텝이 아니었지요. 설사 김연아가 레벨4가 아니었다고 친다면, 나머지 선수들 역시 모두 레벨4를 받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리고 PCS요? 아놔 시방, 원숭이를 데려다가 감상을 시켜도 모두 김연아가 가장 아름답다고 할 겁니다. 하긴, 구성요소 자체가 김연아가 압도적으로 난이도가 가장 높은데도 대놓고 다른 선수들한테 점수 더 주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피겨는 당대의 탑클래스 선수들을 대우해주던 스포츠였습니다. 탑선수에게는 오히려 후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챙겨주던 스포츠였습니다. 그래서 김연아가 탑선수가 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이런 굴레어서 벗어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김연아한테 하는 거 보니 그게 아니였어요. 그냥 지네들 세계에서 나오는 탑클래스 선수만 대우해주는 거였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유럽 피겨의 세력을 회복하기 위한 뻔뻔한 작태를 보니 돈줄인 일본을 빼면, 진짜 인종차별까지도 생각하게 하는 그런 행태입니다. 요즘 불펜에도 자주 올라오는 보날리의 백플립 점프는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성 점프였습니다. 보날리는 프랑스 선수인데도 그랬으니까요.
전 여태껏 피겨 보면서 아무리 싫어하는 선수가 있어도,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위협하는 선수가 있어도 누가 넘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오늘은 아니에요. 카로도 솥뚜껑도 율리아도 하다못해 여나빠인 골드까지도 그냥 김연아 편하게 우승하게 다들 망쳐줬으면 좋겠어요. 모자란 것들은 그냥 모자란 레벨에서 경쟁하고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여왕님께서 유종의 미를 잘 거두시길. 그 동안 잡것들에게 시달리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저에게 정말 큰 감동을 아주 많은 순간순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