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학벌주의, 대학서열화의 필연적 결과인가 / 이범

열정과냉정 조회수 : 1,217
작성일 : 2014-02-20 18:23:08
가을이면 나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학생들이 있다. 
특성화고(실업계고) 또는 마이스터고에 진학하려 하는데, 
엄마가 결사반대하니 엄마를 설득해 달란다. 
몇년 전부터 기업에서 고졸자 채용을 늘리거나 지방대 졸업자 채용을 확대하고 
스펙을 안 보는 ‘열린 채용’을 넓히는 등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삼성의 총장추천제도 실상 이러한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이런 얘기를 학부모들에게 하면 대체로 ‘쇼하고 있네’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기업의 인사·채용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무척 진지하다. 쇼가 아닌 것이다.

흔히 학벌주의의 원인으로 대학 서열화를 지목한다. 
하지만 한국의 학벌주의는 한국 대학시스템의 모델이 된 일본이나 미국보다 훨씬 심하다. 
학벌주의를 곧바로 대학 서열화의 결과로 파악하는 환원주의는 
시급히 보완되고 교정되어야 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나라는? 소련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때 좌익이었을 때 이를 접했을 것이다. 
관료들이 돈과 권한을 틀어쥐고서 어디에 조선소를, 
어디에 비료공장을 세우라고 지휘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와 거리가 멀다. 
관료의 힘이 매우 강한 것은 식민통치의 유산이자, 정부 주도형 경제성장의 결과다. 
그런데 우리는 이 관료를 시험을 통해 선발해왔다. 
서구 각국의 공무원 채용이 일반 기업처럼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이뤄지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에게는 ‘정부 주도 성장’과 ‘시험을 통한 관료 선발’이 익숙하지만, 
실은 두 가지 모두 예외적인 현상이다. 
한국의 극단적인 학벌주의는 ‘중첩된 예외’의 결과다.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학입시 성적이 좋은 사람들은 
이른바 ‘스카이’에 모이게 된다. 
대학입시와 고시는 유사한 유형이므로 이들은 고시 합격률이 높다. 
이렇게 고급 관료가 되면 일반적인 자본주의 국가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된다.

정부 쪽의 학벌주의는 이로써 설명된다. 
그리고 이것이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왜? 정부가 ‘갑’이고 기업이 ‘을’이었으니까. 
정부 주도 성장하에서 기업은 기왕이면 ‘갑’과 친한 사람을 두고 싶어한다. 
대학 동문이 보증수표다. 룸살롱에서 술 따라 드리며 선배님에게 엎어지기도 해야 한다.

고전적인 ‘1차 학벌주의’는 대학 서열화, 정부 주도 성장, 그리고 시험을 통한 관료 선발 등 
세 가지 요인의 합작품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정부 주도 성장’이 끝났다.
 금융업 정도를 제외하면 더는 정부가 ‘갑’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기업이 굳이 ‘관료들과 친한 사람들’을 포진시킬 이유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삼성그룹 사장 승진자 여덟명 가운데 스카이는 단 한 명이다. 
모 그룹 임원진 승진자 명단에 스카이 출신이 몇 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소식이 돈다. 
최근 채용 트렌드의 변화도 이러한 정치경제적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고전적인 ‘1차 학벌주의’는 정부 주도 성장의 종료로 인해 완화되고 있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잘 안 먹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변화에 의해 ‘2차 학벌주의’가 심화된 탓이다.
 좋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구직자의 심리 속에서 ‘좋은 대학 간판’이라도 확보하고 싶은 간절함은 더 강해진 것이다.

학벌주의 강화 신호와 약화 신호가 동시에 들린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1차 학벌주의는 대학이 평준화되어야만 제어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갈수록 간판과 스펙보다는 역량과 전문성이(구체적으로는 경력과 추천서와 면접이)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2차 학벌주의는 이와 별도로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안전망의 수준을 높이는 
사회경제적 개혁을 요구한다.

이범 교육평론가


IP : 221.152.xxx.9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1075 오디쨈이 엿 처럼 됬어요 ㅠ ㅠ 2 오디쨈 2014/06/24 1,393
    391074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이젠 버리는게 답이겠죠? 9 정리하자 2014/06/24 2,076
    391073 감자전에서 플라스틱냄새가 나요 5 아이둘 2014/06/24 1,484
    391072 (꺼져줘 닭) 일본에 안젤리나 졸리왔단거 보고 궁금해서요 1 궁금 2014/06/24 1,654
    391071 경북대서 mb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하겠답니다. 15 미친고담 2014/06/24 1,910
    391070 모아이 석상은 왜 머리에 돌을 얹고 있을까요? 6 모아이석상 2014/06/24 1,921
    391069 탑점프 약 아세요.6개월에 백만원이 넘네요. 4 단호박 2014/06/24 2,387
    391068 고속터미널 맛집 추천해주세요 9 반지 2014/06/24 3,341
    391067 살구 껍질 먹나요? 5 살구 2014/06/24 10,126
    391066 82에서 수입 50% 저금하란 것 배웠어요. 8 82에서 2014/06/24 4,013
    391065 임신 막달 50층 계단오르기.. 부족한가요? 9 임산부 2014/06/24 8,026
    391064 영화 '경주' 보신 분들... 영화 어떤가요? 5 경주 2014/06/24 2,298
    391063 학교마다 틀리긴 하겠지만요 13 !!! 2014/06/24 3,377
    391062 카페인음료먹고 공부하겠다는 중학생 아이와 9 공부 2014/06/24 2,045
    391061 새로 설치한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네요... 2 별일 2014/06/24 1,450
    391060 엄마생신 궁금 2014/06/24 669
    391059 사춘기 남매지간 서로 심하게 싸우고 그러나요? 27 남매 2014/06/24 5,405
    391058 팥빙수용 팥을 만들려고 하는데 압력솥이 없거든요. 5 dma 2014/06/24 1,805
    391057 인테리어 고민입니다. 11 이사고민 2014/06/24 2,984
    391056 결혼 적령기 아들 키 문제 23 ㅠㅠㅠㅠ 2014/06/24 4,745
    391055 관심병사제도 문제가 많네요! 9 .... 2014/06/24 1,819
    391054 남친으로 인해 허리디스크가 생겼어요..ㅠㅠ 13 우리나라1 2014/06/24 6,691
    391053 대형마트에서 산 고기에서 냄새가 나요 7 궁금 2014/06/24 2,473
    391052 육아관련 예능 보면 한국 남자들은 손하나 까닥 안하고 와이프만 .. 30 한국 남자들.. 2014/06/24 5,068
    391051 이마가 납작한데 보톡스로 해결될까요? 12 이마 2014/06/24 3,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