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많은 걸 가졌지만.. 아버지 복은 없습니다.
다들 시부모님에 대해 원망의 글을 쓰지만 저는 시어머니가 어떤 행동을 해도 저희 아버지와 비교 하면 훌륭한 분..이란
생각이 더 큽니다.
저희 아버지는 말그대로 유아적 사고를 가진 한량입니다. 옛날 분이라는 걸 감안해도.. 이해할 수 없는..
저희 어릴 때 사업하신다고 회사를 관두신 후 계속 말아먹으셨어요. 그 때 빚쟁이들이 많이 찾아왔었어요.
아버지가 안만나 주니까 초등생이었던 제 남동생네 학교로 찾아와 너네 아버지가 내 돈 떼먹었다. 얘가 사기꾼 아들이다.
하면서 망신주고. 집에 찾아와 며칠간 안나가고.
그 때 저희 아버지는 어디에서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집에 들어오지 않고 혼자 숨어계셨죠. 혼자 있으면서 여자도 부르고
했던 듯.. 빨래 더미를 일주일에 한번 집근처에 와서 주고 가는데 여자 스타킹이 들어있었죠.
저희 엄마 그거 보고 오열했었죠. 사실 위에 언급한 남동생도 배 다른 동생.. 그 여자와 살테니 엄마에게 나가라고 소리
지르곤 했다네요.(전 어려서 몰랐어요)
사춘기였던 전 하루종일 빚쟁이 독촉 전화를 받아야했고.. 아버지는 주말에 밥 한번씩 같이 먹곤 했어요.
그니까..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본인은 수습하지 않고 피해있고 숨어서 편하게 있었던거죠. 그러면서 빚쟁이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욕하곤 했죠. (그 땐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ㅜㅜ)
그 후로 계속 사업 한다고 했다가 또 말아먹고 말아먹고.. 저희는 늘 돈 없어 피폐하게 지냈고.. 엄마가 그나마 어디서
구한 돈이나 식재료로 따뜻한 밥 매일 해주시고 사람 답게 살게 해주셨어요.
아 진짜 쓰려니 몇날 며칠 밤새도 다 못쓰겠네요. 살면서.. 일이란 일 하는 건 본적이 없고.. 자질구레한 집안일도..
엄마가 아파 쓰러져도 돕는 거 못봤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아니면 돈이 필요해서.. 등등 이사할 때도 엄마 혼자 짐
싸고 아버지가 돕는 거 한번도 못봤고..(저희 짐은 저희가 힘닿는대로 싸고요..)
폭력도 쓰셨죠. 저희 언니 초등학교 때 길에서 아버지에게 밟히며 맞았었어요. 도망다니며 남의 집 사는게 싫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가.. 저도 아버지 아픈 발 건드렸다고 욕 듣고 왜 욕하냐고 따지자 나무 도마 등으로 얻어 맞고..
그 후에도 사과 한마디 못들었죠. 니가 나빴다는 얘기밖에..
저희 엄마도 수없이 맞고요. 정말 세상에 없을 괴팍한 시어머니였던 할머니에게 말대꾸 했다며..
그 후 저희 성년 되기 전에 저희 명의로 대출 받게 해서 신용불량자 만들었고요.. 매일 돈 빌려달라 해서 아르바이트 한거
가져가기 일쑤고.. 남동생이 정말 힘들게 산업체 병역해서 모은 돈.. 안주면 호로자식 나쁜놈이라고 협박해서 가져가고..
저희 언니 직장 다닐 때 언니의 아이 돌봐주면서(돌보는 건 90% 친정엄마) 겨우 살고.. 저도 직장 들어가면서 일부 내놓고
그렇게 살았네요. 그런데도 툭하면 직장에 있는 저에게 전화해서 돈 좀 보내달라 하셨었죠.
그러다 성질 나면 니가 집에 한일이 뭐가 있어!!!!! 하면서 집 뒤집어 놓고.
제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는 제 아이 봐주시면서 저희집에서 같이 사시는데.. 참 보고 있기가 힘들어요..
엄마는 정말 너무너무 좋은데..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데.. 아버지는 계속 한량이네요.
하루종일 누워서 TV 보고.. 엄마가 해준 밥 드시고 궂은 일은 절대로 안하시고.. 하루 한두시간 아이 데리고 공원 가서
산책 시켜주시는게 다.. 엄마가 가끔 외출 하실 때 아이 돌보시고.. 그런 이유로 같이 있긴 한데..(가끔 엄마 숨통 트여주기)
볼수록 한심하고.. 짜증나고..
제가 직장을 그만두면 당장 엄마랑 같이 살 명분도 없어지고(집도 돈도 없으세요) 생활비도 못드리니 직장은 계속 다녀야
겠고.. 남편도 장모님이 매일 맛있는 음식 해주시고 아이 잘 돌봐주시니 감사해하고요..
근데.. 장인은.. 남편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네요. 심지어 아이까지 할아버지는 하는 일이 없다고..ㅠㅠ
전.. 그런 아버지를 대접하지는 않아요. 필요한 얘기만 하고 차가운 딸이죠.
근데..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나중에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내가 이 모든 기억을 다 잊고 불쌍한 아버지한테 차갑게 군
나쁜 딸..이라는 기억 속에 살게 될까.. 하는거에요. 분노가 잊혀질까봐.. 스스로를 탓하게 될까봐..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나중에 분노가 잊혀질 때 다시 보고 일깨우려는 이유도 있네요.
사람 미워하는 것도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