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의 실정상 정신병원에 보낸다는 것은, 치료는 명분일 뿐 사실상 가족과 사회와의 격리를 위해서입니다.
정신병원은 인권의 사각지대이고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가족이나 타인을 살해, 상해, 방화 등을 저지를 위험이 극히 중한 경우라면 격리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정신과 상담 등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요,
더욱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운영 실태,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동생의 경우,
어머님이 힘들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집안 경제를 심각하게 축내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가족이나 이웃 등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다 큰 딸이 어머니나 가족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말해서 다 큰 딸이 자신에게 들어가는 생활비(방세, 물세, 전기세, 식비 등)를 내지 않은 채 부모, 형제의 기준, 마음에 들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막내딸이 그렇게 된 이유는 직장에서 인간관계로 인한 심각한 상처를 입었는데 가족들이 이 상처를 보듬어 줄 대신에 그 상처를 더욱더 덧나게 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나마 딸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듬어 줄 아빠까지 돌아가셨다는 것이죠.
그러니 그 막내딸이 의지하고 상대할 대상, 이 세상 갈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오르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막내딸을 이렇게 만든 것은 엄마와 언니들입니다.
엄마와 언니들이 막내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는 정신병원에 보내겠다고요???
정말 인간에 대한 진한 회의, 숨이 막히는 군요.
제 경험을 말해볼까요?
둘 째 딸이 다섯 살일 때, 화가 나서 파래 채 넓적한 곳으로 두 대를 때렸습니다.
그랬더니 숨이 넘어갈 듯이 울어대더군요.
바로 꼭 껴안고서는 잘못했다고 우리 딸에게 빌었죠.
그 후 걸핏하면 아빠가 자신을 때렸다며 원망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조건 아빠가 잘못했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빌었습니다.
그렇게 200번 이상을 빌었을 겁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2학년이 되고 난 후 어느 땐가부터 아빠가 자신을 때렸다는 말을 하지 않더군요.
그 후로는 아빠가 자신을 때렸다는 말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먼저 엄마와 언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바탕에서 동생에게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동생을 이해시키려는 용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고백의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동생이 용서해 줄 때까지.
그것이 엄마와 언니들이 동생에게 지은 죄 값을 치루는 것이며, 가족이고, 가족의 사랑입니다.
그러면 동생은 평범한 삶을 향해 출발할 수 있을 겁니다.
동생은 정신병자가 아닙니다.
강하지 못한 것, 여린 것은 정신병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또는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일 뿐.
어쩌면 진짜 정신질환을 가진 삶을 사는 것은 엄마와 언니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