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제가 사는 단층 빌라에 땟물이 줄줄 흐른채 돌아다니던 말티즈 한 마리,
어느 못된 인간이 버리고 간 애견이었어요.
길고양이들이 많은 빌라여서 여기 저기 텃세에 치인 흔적이 많은 강아지라는게 눈에 확연이 들어 왔었는데 사람 손을 탔던 강아지가 빌라 사람들 피해서 숨어 몰래 몰래 돌아다니는게 여간 힘들어 보이는게 아니었어요. 꼭 우울증 걸린 강아지마냥...
동물들 별로 감흥 없던 제 눈에 이상하게 계속 밟혀서, 소세지 한 다발 사서 잘게 잘라 그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살짝 놓고 숨어서 지켜 보면 몇 번 먹는 시늉 하다 그냥 가버리고,,,,
동물을 키워보지 못한 저로써는 많은 지식이 부족해 사료가 아닌 소세지 따위로 인심을 썼으니 지금 생각 해보면 참 한심할 뿐이죠.
그 녀석 눈에는 제가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늦은 밤 귀갓길에 멀리서 눈을 깜빡거리며 저를 지켜보던 순한 눈망울이 참 슬픈 강아지였어요.
잠을 자려고 누우면 ,
어디서 길고양이들 텃세에 힘들어 하지 않을까.. 칼 바람 부는 한 겨울 추위에 어떻게 하고 있을까.. 란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 갑자기 자다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강아지야 ~' 하고 부르면 꼭꼭 숨어 있던 그 아이가 거짓말 처럼 나와 물끄러미 쳐다보다 제가 좀 다가가면 겁이 났던지 다시 뒤돌아 가던 때묻은 흰 뭉치같던 그 아이.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감히 들지 못했어요.
아버지가 동물의 털에서 나온 병균으로 돌아가신 희귀한 케이스라 털 달린 동물이라면 저를 포함해 저희 가족들 모두 질색이었거든요.
그래서 빌라 주민들 상대로 그 아이를 키울수 있는 사람들을 물색해본 결과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긍정적으로 대답을 해 주시길래 올커니 하고 어느 날 할머니랑 같이 강아지를 찾으려고 빌라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가 없대요.
몇일후 경비 아저씨가 출근하는 저에게 아가씨가 찾던 그 강아지 담벼락 밑에서 사체로 발견되어서 지금 막 버리고 오는 길이라고...
아침 인사 하듯 아, 그래요? 하고 직장으로 가서 그 날 다른 날과 똑같이 일하고 아무 감정 없다 집으로 돌아오던 늦은 밤 항상 그 즈음 그 아이와 마주쳤던 시간대가 되자 꼭 집안 사람 누군가가 죽은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하면서 ...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도 불쑥불쑥 생각나는 그 강아지때문에 힘들어요.
어느날은 괜시리 슬퍼져서 엄마에게 ' 엄마 그 유기견 기억나? 나 걔가 가끔 생각나서 넘 힘들어," 하니 사람들 먹고 살기힘든 판국에 남이 버린 개가 생각나서 힘들어 하는게 말이 되냐며 역정을 내시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자신이 좀 이상한게 맞는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동물에게 애착도 없던 내가 왜 6개월을 동네에서 떠돌던 떠돌이 개 생각에 우울해지는게 말도 안되기도 하고..
자려고 눕다 또 불쑥 생각나는 점점 털이 숭숭 빠져 깡마른채 돌아다니던 그 아이 생각에 눈물이 나서 힘들어요.
혼자 안고 있으려니 답답해 두서 없이 이야기를 늘어 놓네요.
미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