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초등학교 조카 졸업식
그 옛날...
내 졸업식
조카는 한 반에 총 학생 수가 고작 20여 명
내 기억엔 내 번호가 48번이었으니...와...
1분단 2분단 뭐 그렇게 나누고 나무 책걸상이 쭈르르 꽉 차고 했는데
수업 끝나면 왁스였든가? ..암튼 그거 조금씩 떼주는 친구도 역할 분담이 있었고
교실 바닥이며 창문이며 빡빡 닦아댔는데
유일하게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온갖 정보가 넘나들던 그야말로 포탈 같은 시간
처음 찾은 조카의 초등학교는 운동장부터 자그마하다
그땐 밖에 추운 운동장에서 덜덜 떨면서 졸업식을 치렀는데
강당 안에서 이루어진 졸업식은 조촐하고 따뜻하니 정다웠다
그제나 이제나 변하지 않은 건
5학년 후배들이 마중나와 선배를 보내며 노래부르고 쑥스럽고 창피해 웅성거리는 개구진 웃음
졸업장 수여하면서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 하나하나 안아주시는데 눈들이 벌겋다
나까지 훅하고 뭔가 뜨겁게 차오르고 괜시리 상념도 밀려온다
이어진 교가 제창 기타 등등의 여러 상들이 오가고
부쩍 성숙해진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이쁘다
더듬어보면 학창시절 내내 소원은 빨리 어른이 되는 거였는데
막상 되고 보니
그래도 부모 밑에서 공부할 때가 최고로 좋은 때라던 어른들의 말씀이 알알이 송송 박히는 요즘
나 자신을 책임 지고 산다는 게 얼마나 혹독한 일인지...
끔찍하게 느끼며 산다
어른도..가끔 ...슬프고 외롭고... 무섭다
벌써 거무틱틱하게 콧잔등에 수염이 나려고 폼 잡는 조카
기저귀 차고 바둥거리던 모습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나도 조카도 시간 만큼은 공평하게 먹고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