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소연 좀 할게요.
참고 티 내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삼일만이라도 집에 있으면 지치고 질려서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내요.
집 밖에 있어도 엄마가 저한테 하루에 심하면 한시간에 네다섯번도 해요.
내용은요? 진짜 별거 없어요. 니 아빠때문에 힘들었다.너 아빠 이상한 사람이다. 무슨일이 있었다.
근데 엄마가 수다 떨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엄청 많아요.
그래서 가끔 엄마 친구 이야기도 하시고요.
저 진짜 바빠도 받아요. 중요한 일일까봐요. 근데 저런거면 김 팍 나가요. 그런일로 전화 하지 말아달라고 해도 또 해요.
미안하다면서요. 근데 진짜 목소리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세요. 행동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시고요.
근데 해요. 미안하면 안하면 되잖아요. 해요 꼭 해요.
하도 아빠 욕을 해서 아빠 욕 그만하라고 난 엄마딸이지만 아빠딸도 된다고 부모 중 한분을 증오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이럴때 기분 나쁘면 딸한테 그런 소리도 못하면 난 어디 가서 해야하니? 이러시고
기분 좋을땐 그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러세요.
제일 싫은건 그거에요. 그래 내가 못난 탓이지. 내가 어떻게든 할거야. 이러시는데 말로만이에요.
그리고 사람도 너무 잘 믿고 너무 잘 속아요. 다행히 사람은 좋아서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은데, 그 덕에 호구스러운 일도 많았고요. 딸인 저는 미치죠 옆에서.
아빠는 또 밖에서는 호인인데 안에서는 언어폭력 가해자세요. 미치죠. 분위기 살벌하게 만들어 놓죠.
아빠를 존경했어요. 지금도 존경하고 싶고요. 근데요. 존경은 커녕 이젠 혐오스러워요. 아빠 기분 좋을때 나한테 아무리 잘해줘도 싫어요. 아빠가 절 아끼고 사랑하지만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걸 알지만 이젠 저도 지쳐요.
두분 성격이 극과 극이에요.
엄마는 좋게 말하면 사람이 순하고 남한테 나쁜소리 못하고 착하다는 소리 듣는데 제가 보기엔 물러 터지고 치밀하지 못하고요. 아빠는 좋게 말하면 밖에서는 호인에 조용조용하시고 집에서는 엄격하시죠. 제가 보기엔 언어폭력자에 허세끼에 쫌스럽고요.
저요 원래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존재감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말도 잘듣고 학교에서는 늘 모범생에 집안에서도 사춘기도 없이 무던한 아이라는 소리 들었었어요. 싸움도 싫어하고, 신경질도 안내고요. 저 그래서 정말 어른들한테 예쁨 많이 받고 그랬거든요.근데요, 이제는 저거에 지치고 질려서요. 저 완전 막나가는 애 됐어요. 친척들이 지랄하면은 제가 나서서 긁어요. 어차피 엄마를 긁던 아빠를 긁던 그거 다 나한테 하소연할거 아니까 버릇없다는 소리 들어도 제가 나서서 꼬고 쏴붙여요. 집에서도 엄청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애가 되었고요. 얼굴도 옛날이랑 비교해보면은 예민하고 히스테릭하게 변했고요.
이게 다 엄마의 감정에 과도하게 저를 연결시키고 묶어놔서 그러는 것 같은데, 엄마가 저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며 키웠는지 아니까, 또 그만큼 믿고 의지하고 싶은 딸이라서 의지하고 하소연하는 것도 아니까 분리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드리고 존중하면서 보호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상처만 주고 있는데도 분리가 너무 힘들어서 미치겠어요.
같이 사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힘이 드는데 아예 이민이라도 가서 멀리 떨어져야지 되는건지
마음을 굳게 먹는것이 유일한 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