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려서 학원을 보내줄 집안형편이 아니어서
피아노라고는 사촌언니가 피아노학원 다니는 거 구경해본 적밖에 없어
피아노에 대해 전혀 몰라요.
근데 누가 피아노 쓰던 거 준다고 해서
뭣도 모르고 큰 딸(현재 아홉살)을 집앞 가까운 피아노학원에 6살에 보내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저 예쁜 선생님이 머리나 땋아주고 일년동안 해준 거라곤
학습지마냥 이론 50분에 피아노는 10분이나 쳤을까 말까..
제가 뭘 알아야 간섭하죠.
그러다 예쁜 선생님이 유학을 가면서 학원에 정을 못붙여
7살이 되자 그보다는 체계적인 듯하고
선생님도 다섯분이나 된다는 동네 가장 인기있는 학원에 보냈는데
한 두달 다녔을까.. 원장님이 내게 우리 딸 흉을 보지를 않나
다른 집 딸 칭찬을 나에게 하질 않나.. 저로서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만두었죠.
근데 그게 원래 교습소는 바이엘 위주였는데 이 곳은 어드벤쳐여서
아이도 좀 우왕좌왕했었나봐요.
저는 바이엘이 뭔지 어드벤쳐가 뭔지도 모르고 보냈네요...ㅠㅜ
그러다가 두번째 학원에서 받은 어드벤쳐책으로 그냥 방문선생님이 일년 반쯤 하시게 되었어요.
바이엘 단계의 어드벤처하다가 체르니 100으로 넘어갔죠.
방문선생님은 예쁘고 친절하시고 우리 딸이 절대음감인 것 같다, 잘 친다.. 뭐 등등
쓴소리 한번 안하시는데도..
피아노에 문외한인 제가 들어도 하나도 안 는 느낌인데다 애도 힘들어하고..
그래서 한두달 쉬다가 다시 근처 다른 학원을 알아보게 되었어요.
이 원장님 왈, 애가 다시 바이엘부터 해야 한다고 하시네요.
줄이장창 방문학습 하다 온 애들 정말 안타깝다, 시간과 돈만 쓰고 안 는 경우가 많다고..
결국 아이가 전혀 숙달이 안되어 있어서 스스로가 힘들어 한다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여기서 현재 바이엘 6개월 넘게 하고 있어요. 여전히 바이엘 3권.. 4권은 하지도 않았는데
우리 딸은 지겨워서 지쳐가네요.
저, 피아노 안치고도 그럭저럭 제 직업 갖고 그냥저냥 잘 살고 있어요.
피아노 강요할 생각 전혀 없어요.
제발 말씀해 주세요. 우리 딸 피아노에 재능 없는 것 맞지요?
우리 딸 수학이나 국어나, 영어같은 (영어는 제가 직접 가르치는데) 학습 능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수학문제도 그까짓 것 뚝딱뚝딱 풀어버리고.. (요즘 애들 많이 그렇긴 하지만요)
근데!!!! 악보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치는 협응력은 솔직히 떨어지는 것 같아요 ㅠㅠ
요넘 다른 친구들 피아노 치는 거 연주곡 치는 거 부러워서 억지로 다니는 거고
정말 재미 하나도 못느끼는 것 같은데..
저는 계속 돈을 내야 하고 얘는 계속 그렇게 배워야 하는 건지..
피아노!!!! 그거 꼭 그렇게 배워야 합니까????
내일 선생님께 전화해달래요. .제발 체르니 치게 해 달라구요.. 얼마나 바이엘 지겨우면 그러는지..
전 어쩌면 좋은지 저 피아노만 보면 받지 말껄, 후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