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마침 남편이 짜증내고 차갑게 막말하는 것 때문에 크게 싸우고 난 참이라 더더욱..
어제 그 그ㄹ 보여주고 화해도 했는데 오늘 아침에 또 크게 싸우고 말았어요. 남편은 다른 문제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근본적인 원인이 같아요.
뭔가 남편 뜻대로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을때, 그게 대화던, 계획이던간에요. 남이 제시한 의견이 자기 의견과 좀 다르거나..할때 감정이 울컥해서 굉장히 방어적이되고 짜증을 내는 거죠. 그런 상태에선 상대방 말은 거의 듣지도 않고 대화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도 보지 못하고 원래 자기 계획대로만 얘기를 끌어가려고 해서 충돌이 일어나죠. 대화는 얼마던지 방향이 미묘하게 바뀌기 마련인데 전체를 보지 못하고 남편은 니가 이렇게 말했잖아! 하면서 자기 머리속에 처음 입력된 정보들에 집착을 해요. 게다가 문맥이나 의미도 왜곡해서 해석하기 일쑤구요. 그러면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진짜 상대방 뜻이 뭐였는지를 파악하게 되잖아요?
근데 남편은 아무리 그게 아니었다고 말해도 한번 입력된 정보를 고치려 하지 않지요. 그러니 그 정보, 자기 해석에 기반한 행동과 말들이 정당한 것이라고 항변하죠.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등등. 그럴 수는 있는데.. 문제는 자기 항변만 한다는거에요. 대화로 밝혀지길 그게 아니었으면 자기 일방통행 대화법과 감정적인 반응을 돌아보고 반성을 하던가 미안해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은 도무지 그걸 못해요.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나는 왜 이런 못난 놈일까? 하는 자책, 자학이 90%고 상대방의 심정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지요. 머리로만 이해된데요. ㅎㅎ
그런 남편을 보면서 제대로 된 사과도 못받고 오히려 내가 절절하게 설명해주고 자학하는거 다독여주고 잘해야 다음엔 그러지 말자 하고 또 반복되는게 십년이 넘었네요.
글을 쓰면서도 제 뜻과 제 심정을 이해해줄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
오늘은 싸우다가 남편이 차갑고 싸가지 없게 내뱉는 말에 제가 폭발해서 남편 어깨 아래를 주먹으로 세게 때렸어요. 분이 조금 풀리더군요.
남편이 자기 탓만 하지말라고 너 이렇게 폭력쓴거는 잘못 아니냐고 묻는데..
누가 잘못 아니래? 우리 사이가 이지경까지 간거야. 끝장이야. 라고 했어요.
지금도 그때 더 세게 때려줄걸 하는 생각만 들거든요. 우리 부부 별로 희망이 없죠?
차라리 남편이 폭력을 쓰거나 바람을 핀거라면 좋겠어요. 자책도 미련도 없이 헤어질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