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

조언부탁 조회수 : 2,211
작성일 : 2014-02-05 20:22:11

삼십대 후반 미혼이구요.

십여 년 정도 외국계 회사 다니다 그만 둔지 1년 가까이 되었어요. 다니던 회사에서 업무가 무척 많아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많았고, 제 성격도 워낙 꼼꼼하고 책임감 강한 타입이라 그 많은 업무들, 시키지도 않은 것까지, 정말 내가 오너인양, 정말 다 신경써서 열심히 해냈었구요.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내 이런 성격때문에 그러려니 하며, 오래 일 했기에 어느 정도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업무 처리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독립적으로 혼자 진행하고 비밀리에 처리하는 업무가 많아, 일 하면서 큰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거의 없기에 그 부분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처리하는 업무량과 책임강도에 비해 대외적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니 만족감도 점점 떨어져 회사에 대한 애정이 많이 사라졌었어요. 

거기에 새로 부임한 상사가 아주 못되게 인격 모독을 하며 괴롭히고, 기존에 있던 박쥐 같은 직원은 그에 합세해서 저를 은따 시키고 힘들게 했어요. 다른 직원들은, 원래 대부분 직원들이 개인 성향이 강한 편이었는데도, 그 분위기에 휘말려서 다들 혹시 자기에게 불똥 튈까 괴롭힘 당하는 저를 외면하고 그 박쥐같은 년에게 들러붙더군요. 그래도 나름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일을 당하니 몹시 씁쓸했고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는 원칙주의자 타입이라 상사일지라도 업무 규정에 위반하는 일이 있을 경우엔 그것에 대해 바로 잡고자 노력하는 편이었어요. 저를 괴롭히던 상사는 제 직속도 아니었기에, 그 사람이 부당한 요구를 했을 때와 여러가지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번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괴롭힘 뿐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적고 싶으나 너무 유치한 경우라 회사 관계자가 볼까봐 차마 적지도 못하겠네요.

결국 엄청난 상처를 받고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걸려 제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뒤로 좀 쉬면서 지친 몸과 마음 안정도 하고, 늦잠도 자고,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보고싶던 책도 드라마도 실컷 보고, 안하던 게임도 하고, 정말 뒹굴뒹굴 저 하고 싶은대로 편히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 이런 시간 처음이고, 일 안하고 쉬니까 정말 좋긴 너무 좋으네요....평일 낮 시간에 돌아다니는게 이렇게 좋다니 참....진짜 너무너무 좋으네요.... 주변 사람들이 저보고 얼굴이 폈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너무 바쁘고 힘들게 살아서, 그냥 낮에 집에서 쉬는거, 은행가는거, 우체국 가는거 그런게 저에겐 호사에요. 삭막한 사무실 안 더러운 인간들 틈에서 조직생활로 돈 버는거 진짜....휴...

감사하게도, 제가 가장이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동안 제가 번 돈으로 놀구먹구 지내고 있는데요. 돈도 떨어져가고, 결혼도 안했는데 일도 없이 계속 이러구 살 수는 없잖아요....그래서 다시 뭔가 일을 해야겠다 싶은 생각은 있는데, 딱히 하고 싶은게 없어요.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너무 큰 상처 받아서, 조직 생활 다시 하기는 너무 무섭구요. 그렇지 않더라도, 나이도 적지 않고 사무직이라 공백기 있으면 취업도 쉽지 않더라구요. 

사회에서 사람들과 엮이는걸 원치 않아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보다가도, 골치 아파져서 '깊이 생각하기'를 포기해버려요. 그렇다고 제가 여윳돈이 아주 많아서 그냥 평생 놀고먹고 할 수 있는 팔자는 아니구요.

처음엔 혼자 운영할 수 있는 작은 까페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가장 컸는데, 요즘 웬만한 자영업(?)은 다 망한다 하고, 악착같지 않은 제 성격이 장사는 안 맞을거라고 주변에서 말리기도 해요. 사실 까페도 장사가 막 잘되는 그런걸 꿈꾸기 보단 사람 왕래가 많지 않은 북까페를 생각했거든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거 싫어서 단골 손님 위주로 운영되는...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아니, 하고 싶은게 없어요. 여기 팔이쿡에도 부지런히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 많아 죄송스런 마음 들면서도, 세상 너무 무서워서 나가고 싶지가 않아요....제가 겪어본 바로는, 선한 사람보다는 악한 사람, 남의 희생을 이용해 먹고 그걸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세상엔 더 많거든요....착한 사람도 더러 있지만 정말 소수이고, 착한것도 상황에 따라 변해요.... 

에효....여러가지 말이 자꾸 길어지네요. 자존감과 의욕이 많이 사라져서 자꾸 움추러 드는 제 자신이 스스로 걱정되면서도 용기가 잘 안 생겨요. 조언 좀 부탁 드릴게요.

다시 취직을 해야할지, 아니 괜찮은 조건으로 취직 할수나 있을지, 과연 진짜 취직을 해야하는 건지,,,,,혼자서 할 수 있는 돈 되는 일은 뭐가 있을지....영어는 좀 하는데 남을 가르켜 본적이 없어 과외는 어렵구요.... 

휴...... 

(참, 저는 결혼도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IP : 220.86.xxx.9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2.5 10:16 PM (175.252.xxx.99)

    나랑 스펙과 나이만다르지
    고민하는게 비슷
    하고싶은거없고 결혼싫고
    상처받은거까지
    북까페는 힘들겁니다
    아님 강남역 마리앤북스 참고하길
    저도 장기백조라 모라드릴 말씅이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9804 선없는 이어폰 뭐가 좋을까요? 4 ㄹㄹㄹ 2014/02/09 1,646
349803 엄청난 눈폭탄....90센티 이상이라니... 1 손전등 2014/02/09 2,092
349802 화가 박수근 좋아하시는 분들 있으세요 ?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6 ........ 2014/02/09 2,158
349801 실수로 삭제했어요ᆞ내용 잆어졌어요 6 상 위로 들.. 2014/02/09 940
349800 사랑해서 남주나 김나운역할 어이없어요 10 드라마 2014/02/09 2,988
349799 죄송한데 19금 질문 좀 드릴게요 5 몸살 2014/02/09 5,007
349798 아기 낳고 나니 남편이 싫어져요 8 ㅡㅡ 2014/02/09 3,243
349797 국가적 정신검사가 두 번은 필요하다는 생각 들어요. 4 에궁 2014/02/09 972
349796 강아지 키우면서 항상 이런생각합니다 4 무지개 2014/02/09 1,837
349795 30대의 저는 여자가 아닌것같아요 ㅠㅠ 10 19금 2014/02/09 4,269
349794 삼성반도체 백혈병 실화 영화 또하나의 가족 상영관축소 외압논란 2 집배원 2014/02/09 1,238
349793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지방? 4 힘힘 2014/02/09 2,009
349792 곤지암 리조트 근처 밥집 좀 알려주세요~ 2 2014/02/09 2,360
349791 참기름병 분리수거 어떻게 하나요? 3 어렵다 2014/02/09 3,639
349790 직장을 그만 둘지 말지.. 고민이네요.. 4 물냉비냉82.. 2014/02/09 2,279
349789 길고양이 밥 주고 온 남편.. 7 pp 2014/02/09 1,964
349788 맛있는 깨강정 파는데 아시면 꼭 알려주세요 2 고소한 깨강.. 2014/02/09 1,163
349787 82에는 식당 테이블 위에 기저귀 버리고 가는 사람 없겠죠? 11 ㅁㅁㅁㅁ 2014/02/09 2,108
349786 층간소음 돌겠어요 1 ... 2014/02/09 1,766
349785 사랑해서 남주나 5 드라마 2014/02/09 1,903
349784 부모의 열성유전자만을 모아모아서 가지고 태어난 저 8 모지란 2014/02/09 3,302
349783 불독 어떤가요? 5 사랑스러움 2014/02/09 1,259
349782 리프니츠카야 29 갱스브르 2014/02/09 7,889
349781 독일에서 8000원이면 살 수 있는 것 4 as 2014/02/09 2,626
349780 이혜정 아줌 왜 요즘 동치미 안나와요?? 10 이혜정 2014/02/09 7,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