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에 관한 원글과 댓글을 보다가 추억이 떠올라 몇 자 적습니다.
하긴... 현재 처해 있는 고민이기도 하구요.
공부하는 것만 좋아하다가 좀 더 공부를 했었고 직업도 그와 관련, 그러다 전업주부를 하게 되었죠.
안 하던 분야라서일까? 살림이 너무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친정 엄마는 저에게 시집 가면 평생 한다고 일체 부엌 출입을 금하고, 식탁 근처에도 먹을 때 외엔 못 오게 하셨거든요.
애 키울 땐 바빠서 요리책을 보면서 이유식 만들기에서부터
시부모님 식사 대접 , 생신 등 ...남편 도시락 ~ 요리를 책으로 배웠습니다.
책이 모든 걸 해결해주더군요.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땄어요.
책이면 다 된다는 자만심이 벽에 부닺힌 건, 퀼트, 코바늘 , 대바늘 , 재봉 자수 등등...
예쁜 것들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부터입니다. 그것들은 저~~얼대 책으로는 해결이 안 되더군요.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게되면서는 강습소를 찾았고 비싼 재료에 비싼 돈을 들여도
하나도 안 아깝고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초급 또는 중급 정도 수준이었으나 만족했고 강사님들의 재능의가치는 대우해드리는 것이 마땅한 거니까요.
근데. 최근에 더 배우고싶은 것이 있어 찾고 있던 중, 학부모 한 분이
그걸 뭐 돈 주고 배우려하냐? 내가 가르쳐 주겠다 하기에 마침 잘 되었다 시작했는데...
슬슬생각 못 했던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동네 카페에서 하다 보니 선생님과 시간을 맞춰 어렵게 약속을 잡아 시작하고 있으면
슬슬 다른 배우는 분들이 나타나기 시작, 차도 시키지 않고 이거 봐줘 저거 봐줘 내거부터...
그러면서 경쟁적으로 배움의 열정을 불태웁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무던한 성격이라서 괘념치 않네요. 하지만 저는 제가 민폐 진상 고객이 된 거 같아서
날도 추운데 차 한 잔 드실래요?
그러면서 자주 얼굴 봤다는 친근감과 찻집 주인을 생각해서 번번이 지갑을 열기도 하구요.
마시고 와서 됐다고 하던 분들이 남이 시켜주면 또 잘 마시네요. 반복이 되니 이건 뭐가 공짜일까싶고...
제가 주장이 강한 편이 못 되어서 내거 봐달라 소리도 잘 못하고요.
학생과 선생님의 예우를 갖추는 거 고마운 건 당연하겠으나,
자꾸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오버하면서 미묘한 감정실랑이도 하고...
뭐 하고싶다면 재료는 가르치는 분이 사줘 구입하는데,
재료며 시간이며 모든 것이 무계획적으로 선생님께 맞추다 보니 공짜로 배운다는 것이 곧 스트레스더군요.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데, 저만 이러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성격 탓일까? 아니면 제가 너무나도 개인주의적성향인 것일까요? 아니면 구조적 문제일까요?
결론은 그만두고싶은데 이러한 체제에 대한 불만을 어떻게 얘기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요?
서로 좋은 학부모 관계로요... 부디 지혜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