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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형님때문에 눈물이 나네요.

흑... 조회수 : 12,441
작성일 : 2014-01-30 22:58:47
저는 시집온지 8년차 며느리예요.
형님은 5년차..애 둘딸린 둘째 아주버님께 시집오셔서
이민 간 첫째 아주버님 댁 몫까지 장남네 노릇까지 하고 사세요.

근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그렇게 안생기던 애가 형님 시집오시면서 떡하니 들어서더니 둘째까지 주루룩 연달아 생겼어요.
그 때문에 서울에서 시댁인 남해까지는 3년 동안 딱 세번 가봤습니다. 시아버님께서 절대 오지 말란 소리도 있으셨고 또 애기 가지는 기간동안 좀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첫애도 좀 약하게 태어나 돌 까진 한달에 한번꼴로 입원..그런 이유로 거의 시댁일은 못 챙기고 살았습니다.
내려간 그 세번도 제삿날이나 명절도 아닌 저희 스케쥴 맞춘때로 내려가 뵌게 다였어요.

그 사이 총 15번의 제사와 차례를 형님과 시어머님이 치루셨어요.
못 내려가 죄송하다고 말이야 했지만...
어디 그것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란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설전에 작지만 형님께 지갑을 하나 사서 보내드렸어요.
그랬더니 전화와서 막 뭐라하시더라구요.
곧 애도 둘 되는데 이런 허튼데 돈 쓴다고...
돌려 보내신다는 거 겨우 드렸어요.

그런데 오늘 서울로 역귀성하는 시이모님 편에 음식이 잔뜩 왔어요.
소갈비찜에 전, 갖가지 밑반찬에 임신하고 먹고싶다 노랠불렀던 오이소박이에 열무김치, 집에서 만든 식혜와 사골국물까지 얼려 챙긴 떡국거리까지...
그 많은거 챙겨다 주신 이모님도 감사했을만큼 많았어요.

형님께서 새벽같이 챙겨서 보내주셨다고요.
전에도 과일이나 곶감 고기같은 건 선물세트 택배로 꼭 보내주셨는데 이번엔 이렇게 챙겨 보내주셨더라구요.
친정엄마가 올해는 아버지와 여행가신터라..칠순기념으로 사실 이번설은 마트에서 파는 전이나 좀 사다먹을까 했거든요.
만삭이라 뭘 할수도 없으니 대충 떼울까 했는데..

그리고 쪽지에 동서야...나는 동서가 내게 조카 둘이나 낳아줘서 참 고맙다. 늦은 나이 시집 온 내게 이쁜 조카 재롱이 얼마나 좋은지 동서 너는 모를꺼라며..미안해 말고 맛있는거 마니 먹고 이쁜 둘째 조카 보여달라고 쓰셨더라구요.

눈물이 나서...울면 주책일것 같아 잘 받았단 전화도 바로 못드렸네요. 고맙고 또 죄송해서요.
저 형님덕에 이 음식 다 먹고 기운내서 담달에 애 숨풍낳으렵니다.
올 설은 시댁에 가지못 한 미안함보단 따스함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IP : 223.62.xxx.121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진짜
    '14.1.30 11:07 PM (112.154.xxx.178)

    감동이네요.
    읽다 보니 눈물 날라 그래요.
    밑에 천만원을 15년 모아 주셨다는 시어머님도 그렇고
    그걸 감사히 아는 그 원글님도 그리고 님도 진짜 다들 너무 착하고 좋네요.
    진짜 좋은 형님을 두셔서 부럽네요.
    님도 예쁜 마음으로 맛난거 많이 드시고, 아이 순산 하셔요.

  • 2. ..
    '14.1.30 11:07 PM (116.121.xxx.197)

    동서간에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다음날에 꼭 순산 하시고요,
    앞으로도 살면서 두 동서간에 서로 도우며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라요.

  • 3. ...
    '14.1.30 11:10 PM (112.155.xxx.92)

    여기서 이렇게 생판 남한테 얘기하지 마시고 형님께 고맙다는 말씀 직접 꼭 하세요. 그리고 제사 좀 줄이자 하세요. 애 둘딸린 홀아비 한테 시집 온 것도 고마운 일이구만 뭔놈의 제사가 그리 많아요.

  • 4. 글 읽다가
    '14.1.30 11:10 PM (59.187.xxx.13)

    저도 그만ㅠㅠ
    일방적인 관계는 짝사랑과 부모의 자식사랑 밖에는 없다고 믿고 있어요.
    어떤 아름다운 인연의 끈이 두 분을 동서지간으로 묶어 뒀을까요. 자매지간엔 오히려 하기 어려운 표현을 두 분께서는 서로 아낌없이 나누고 있군요. 샘이 날 정도로 부럽습니다.
    형님 말씀대로 미안해마시고 건강하고 예쁜 아기 순산 하시길 바랄게요.
    동서지간에 아낌없이 정을 베풀고 지낼 수 있게하는 우아한 가풍이신듯..
    좋은 책을 읽은듯이 가슴 가득 뭉큼한 행복감에 전염되었네요 덕분에~^^

  • 5. 슈르르까
    '14.1.30 11:10 PM (223.33.xxx.15)

    아아! 원글님도, 형님도 정말 좋은 분이네요.
    시댁에서 몸도 맘도 지쳐 이제야 자리에 누웠는데
    낼은 저도 새롭게 힘내서 동서에게 넉넉한 형님이 되어야 하겠어요.

  • 6. 댁은
    '14.1.30 11:16 PM (175.200.xxx.70)

    전생에 뭔 복이 그리 많아 좋은 시부에 좋은 형님에.. 아고 부러워라.

  • 7. 눈물이 저절로
    '14.1.30 11:22 PM (58.236.xxx.74)

    형님이 제2의 친정이네요, 감동사연 ㅠㅠ

  • 8. 흑..
    '14.1.30 11:26 PM (223.62.xxx.121)

    저는 형님께 해드린 거 없이 받기만 한 것같아서..아! 전화는 찔찔대다가 그치고 드렸어요.ㅎ 제사는 줄인게 저 모양이네요.ㅠ 외며느리로 혼자 평생하신 어머님도 진짜 대단하세요.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 9. 반전
    '14.1.30 11:28 PM (175.117.xxx.150)

    우와 반전스토리 ㅎㅎ
    동서 시집살이 땜에 눈물 얘긴줄 알았는데
    와우~~~^^
    나두 그런 동서있었으면...더 잘했을껀데 아쉽당

  • 10. 보기드문
    '14.1.30 11:48 PM (118.37.xxx.161)

    훌륭한 형님이시네요.
    앞으로도 서로 서로 도와주시며 행복하세요
    오랜만에 보는 훈훈한 이야기 감사해요~~~

  • 11. 으와
    '14.1.31 12:02 AM (175.209.xxx.22)

    멋진 형님이시네요
    그래도 너무 일방적인 배려관계를 오래끌지 않으셨으면 해요
    오래오래 서로 따뜻하게 지내려면 상호배려해야 되더라구요
    아무튼 멋진형님 두셔서 부럽사옵니다!

  • 12. 흑...
    '14.1.31 12:07 AM (223.62.xxx.121)

    시조카 저리 이뻐 보일까 싶을 정도로 저희애보면..왜 그 물고 빨고 한다는 표현이 딱 일 정도세요. 다 자란 조카들은 이제 중딩,고딩이라 키우는 재미보다 듬직함이라시며 서울오시면 꼭 집에 들러서라도 저희애는 보고 가세요. 감사하죠. 시아버님 말씀처럼 형님께서 복 가지고 시집오셔서 난임으로 고생하던 제가 떡하니 연달아 임신한 것도 같고..ㅎ 여러모로 참 고마운 형님이셨는데 제가 애낳고 힘들단 핑계로 잘 못 해드려서 아이낳고나면 더 잘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어요. ㅠ

  • 13. 헉!
    '14.1.31 12:50 AM (211.178.xxx.118)

    연달아 두글이... 저 눈물... 자려고 누웠는데 베개 다 젖었어요...
    이런분들도 계시는군요...
    이쁜 둘째 순풍 낳고 가족 모두 행복 하세요~
    좀 멀어 애기 데리고 자주 가기 힘드심 마음이라도 자주 표현하세요...
    친정 언니 같은 형님. .. 님 복 받으신듯~

  • 14. ㅇㅇ
    '14.1.31 1:01 AM (121.130.xxx.145)

    이런 집안은 정말 잘 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나 마음씨 고운 동서들이 있는데 그 자식들은 얼마나 잘 될까요?
    늘 화기애애할 거예요.
    살다보면 행여 힘든 일 생겨도 그 힘으로 이겨나갈 거예요.
    원글님도 그 동서분도 너무너무 이뻐요. ^^

  • 15. 아름다운 분들 화이팅!!!
    '14.1.31 1:33 AM (116.34.xxx.109)

    아름다운 사람들(마음이..)이 서로 공감하고 응원하면서 힘든 한해 으쌰으쌰하며 이겨나갑시다~~^^

  • 16. hope12
    '14.1.31 1:49 PM (14.42.xxx.232)

    저 위 "으아" 님 말씀처럼 너무 일방적인 배품을 받지만 마셨음 좋겠네요.
    님은 정말 인덕이 많으신거 같아 부럽습니다.
    많은 사람이 갖지 못하는 복을 가지신 만큼 저라면 형님께 무엇으로든지 작더라고
    꼭 보답을 할거 같아요.
    저렇게 바리바리 음식 준비하는거 자식에게나 할 정성이지요.
    부디 오래도록 좋은 관계 유지하시고, 순산 하시길 빕니다.^^

  • 17. ...
    '14.1.31 1:50 PM (112.155.xxx.72)

    사실 원글님이랑 원글님 형님 같이 마음씨 고운 분들이 더 많은
    세상이겠죠.

  • 18. ....
    '14.1.31 4:46 PM (27.1.xxx.64)

    이런 따뜻한 글 너무 좋아요....ㅠㅠㅠ

  • 19. 그형님
    '14.1.31 5:44 PM (180.65.xxx.29)

    살아있는 보살이네...저같은 사람은 흉내도 못내겠어요 원글님 복받은듯

  • 20. mm
    '14.1.31 5:46 PM (220.78.xxx.36)

    아직 미혼인데 찡...
    님 애기 낳으시면 형님한테 진짜 잘하세요 저런 사람 없는듯..

  • 21. ...
    '14.1.31 5:59 PM (1.228.xxx.47)

    그럼 형님은 본인아이가 없는건가요?
    아이를 좋아하는거 같은데...
    서로 잘 하면 좋은관계가 오랫동안 잘 유지 되더라구요
    둘째 순산하세요 ~

  • 22. 이런...
    '14.1.31 6:37 PM (223.62.xxx.37)

    대문에 있어 놀랐습니다.ㅠ ㅠ
    많은 분들이 이야기 주신대로 형님께 앞으로 더 잘하려구요.
    선물은 사드려도 이번처럼 마다하시는 분이고 베풀고 받으시려고도 안하시는 분예요. 이번에 지갑도 제딴엔 신경쓴다고 프라다로 보내드렸는데 그걸로 진짜 더 호되게 혼났습니다. 재혼이시고 결혼이 늦으셔서 아기는 안 낳으신다고..멋진 두 아들 이미 있다고 하시는 분..보살 맞으세요. 물질보다는 정신적가치를 더 크게 두시는 것같아요. 늘..가족의 귀함을 한번의 실패로 누구보다 더 가치있게 여기신다고 하세요.저도 많이 배워야하는데..아직 멀었네요.ㅠ 다들 설 연휴 마무리 잘하시고 푹 쉬시길!^^

  • 23. 해피송
    '14.1.31 8:50 PM (121.188.xxx.121)

    우울해서 울고...
    감동받아서 울고...
    왼종일 눈물 마를 새가 없네요...
    코 끝이 찡~
    나도 형님같은 맘 씀씀이를 가진 사람, 원글님처럼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24. ....
    '14.1.31 9:19 PM (121.136.xxx.27)

    정말 시댁 형님 맞나요...
    오는 정이 있음 가는 정이 있다고...절로 형님한테 잘하고 싶은 맘이 들겠네요.
    그런 좋은 형님 두신 거 축하드려요.
    친정언니보다 훨씬 나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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