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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죽음을 잘 준비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나도 이제는 조회수 : 2,469
작성일 : 2014-01-29 09:06:45
베스트에 올라온 폐암말기 아버지 얘기 듣고 저도 올려봅니다.

지난 여름, 엄마보다 더 좋아했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께서 폐암말기 진단받으신지 2주도 안되어서 돌아가셨어요.
정말 호상이었죠. 남겨진 자식과 손자들에게는요.

저는 7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상태였고,
남동생은 6월에 결혼을 했었어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정말 저를 기다려주시고, 남동생 일도 다 잘 치를 수 있게 해주시고,
추석도 잘 준비할 수 있게....8월에 그렇게 가셨어요.

할머니께서 목에 피가 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었는데, 
폐암말기 진단 받으시고, 입원 일주일 하시고, 집에 돌아오셨다가 삼일만에 돌아가셨어요.

할머니께서 식사도 잘 하시고, 누우셨다가 갑자기 발작같이 하시고는
그대로 숨만 쉬셨어요.
그때 발작 있고나서 할머니의 칠남매 모두 모였고,
그 다음날 새벽에 카카오톡으로 연결된 저희 사촌들과 각자의 배우자들, 아이들까지 모두 모였어요.

할머니의 그 모습에 모두 할머니 붙잡고 울고,
할머니께서 정신은 없으셨지만, 종손이 오니까 눈에 눈물이 고이시더라구요.
또 할머니 옆에서 울다가 웃다가, 할머니 옛날 얘기하면서
밤을 새고...그 다음날, 저희가 점심 식사를 다 마치자마자
할머니께서 마지막 숨을 쉬시고는 돌아가셨어요.

정말 할머니의 핏줄이 한 데 모여서 1박 2일을 할머니와 함께 하고서....그렇게 가셨어요.
청력이 가장 오래 살아있다고 해서, 할머니한테 사랑한다고,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할머니 손 붙잡고 계속 울었었어요.

제 꿈에 할머니가 세 번 나타나셨는데요, 한번은 할머니 목소리도 정말로 들었어요.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랑 같이 안자고, 밥 안 먹어서 너무 죄송했지만...

임사체험에 관려된 책 (죽음 그후, 사후생, 나는 천국을 보았다)들을 읽으면서
할머니께서 편안히 계시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질병이 아닌데 "출산"을 주체적으로 못해서, 그 소중한 순간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죽음"도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순간인데 약 때문에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고통 속에 떠밀려 죽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죽음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그래서 우선 전자기기를 최대한 안 사려고 합니다....
전 죽을 때 싸이, 카톡 등 모든 온라인 흔적도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IP : 165.194.xxx.9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엄마보고싶다
    '14.1.29 9:31 AM (117.111.xxx.211)

    할머니 복이 많으시네요.부러워요
    전 존경받을수있는 부모..아니 생각하면 힘이되고 의지가 되고 나이들어도 내편이 되줄수 있는 부모가 되고싶어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애같은 어른 안되고 싶어요.
    죽음의 방법은 내가 선택할수 없으니..내가 할수 있는거는 하고 싶어요

  • 2. 전...
    '14.1.29 9:48 AM (39.116.xxx.177)

    원래 없었던것처럼 그렇게 떠나고싶어요.
    그래서 유언을 폰에 저장해놓고 문서로도 작성해서 서랍에 넣어뒀구요.
    결혼안할꺼고 자식도 없고하니 이 세상에 원래 없었던 사람처럼
    흔적없이 그렇게 가고싶어요.
    장례나 이런것도 치루지않았으면해서 유서에 적어놓았고...
    내가 죽으면 내 유전자도 영원히 사라진다는거 전 넘 좋아요...

  • 3. 저도 제가 유별나게 따랐던
    '14.1.29 9:51 AM (110.14.xxx.201)

    외할머니 94까지 건강하게 사셨어도 잠시 편찮다 병원에서 돌아가셨을때 정말 목놓아 울었어요
    환갑넘은 외동딸인 엄마도 어린애처럼 어머니~부르며 꺼이꺼이 우시더군요 오래 곁에 계셨어도 혈육과의 이별이란 견디기 너무 슬퍼요...
    제 가장 든든한 뒷배경이자 친구였던 엄마도 이후 5년만에 갑자기 돌아가신 이후 진지하게 자주 죽음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과 계획을 하곤 합니다

    일단 물건소비가 줄고 경험소비를 중시하게 되었어요
    실체보단 사고꺼리 추억꺼리 만드는게 더 소중하네요

    가족에게 애틋하게 고맙다 미안하다 표현하고 쓰다듬고 더 사랑하려 노력합니다
    아쉽고 후회되지 않도록요

    자주 제 물건들 버리고 정리해 가족들이 절 떠올릴수 있는 제가 제일 아끼던 것들만 최소한 남기려 합니다

    마음이 많이 동할땐 유언장과 유품 어떻게 나눠주고 쓰였으면 좋겠다는 짧은 글들 써둡니다

    최신유행과 소란한 매체들에게서 물러나 고전과 명작과 역사적 아이콘들부터 선별해 읽고 보고들어 감상하고 곱씹어보고 있습니다
    다 못 누리고 갈것처럼 클래식은 영원하고 정말 많기도 하네요

    그 외 더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엄마의 나에대한 사랑은 우주보다 더 크고 끝도 깊이도 가늠못할만큼이라 늘 충만하게 행복하다며 아이가 웃을수있게 아이마음이 늘 배부르게 하고자 합니다

  • 4. ...
    '14.1.29 10:00 AM (221.157.xxx.47)

    윗님...^^물건소비가 줄고 경헝소비를 중시....덕분에 좀번에 살까말까고 엄청고민중이던 냄비지름신 불리쳤습니다.
    최대한 심플하게 살고 ,많이 베풀고, 많이 웃고 지금당장 이세상 떠나도 미련없이 살아야겠지요..^^
    내적인 풍요에 집중해야겠습니다.

  • 5. ...
    '14.1.29 10:14 AM (114.206.xxx.94)

    죽음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윗분들처럼 구체적인 사항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지냈는데...이 글을 보니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네요..

  • 6. ...
    '14.1.29 10:35 AM (175.209.xxx.223) - 삭제된댓글

    "좋은 글" 저장합니다

  • 7. 저도
    '14.2.25 6:40 AM (211.214.xxx.66)

    저장 합니다

  • 8. 저도
    '14.5.6 5:38 PM (84.31.xxx.126)

    요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찾아보던 중이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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