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개성공단에서 옷을 만들지 않았을까
개성공단에서 의뢰해 티셔츠를 만들어 입으면 안 될까. 비무장지대 땅굴 안에 조명을 설치해서 관람객에게 환하게 비춰주면 어떨까. 예술가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예술가가박물관에 컵을 갖다 전시한다면 그건 컵이 아니에요.”
디륵 플라이쉬만(40)씨는 예술가들에게 충고한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복잡한 세상에서 예술가는 세상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을까.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줌의 영혼의 휴식은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디륵 씨는 지금 청주대 예술대학에서 개념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2012년 3월부터 청주대에서 강의를 맡았다. 독일에서 태어난 작가가 한국에 오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있었다. 2005년 겨울 부산에서 전시회를 했고, 이후 창동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하게 됐다. 창동에 있으면서 쌈지와 같이 일을 하기 시작했고, 2008년 한성대에서 처음 강의를 맡게 됐다. 그렇게 조금씩 수업과 작업을 병행하다 청주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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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마다 스토리가 있다
그의 작업은 ‘생각’을 정리하고 발현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작품마다 스토리가 있다. “산업화로 인해 많은 상품들이 날마다 쏟아지지만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어요. 누가 만들었고, 어디서 만들었는지 근본적인 질물을 하는 거죠. 그래서 청주라는 지역사회는 매력적이에요. 과장해서 말하자면 누구네 집에 돼지가 몇 마리 있는 줄 알 정도로 서로 연결돼 있어요. 학생들이 만든 작품에도 이건 청주대 학생이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투영되는 거에요.”
그는 2012년 8월 비무장지대에 조명을 설치했다.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국제적인 전시가 기획됐을 때 작가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비무장지대까지 와서 땅굴을 감상하는데 정작 어두워서 잘 관람할 수 없기 때문이다. 50m만 가면 북한 주민을 만날 수 있지만 갈 수는 없고, 과연 무얼 보러 오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조명을 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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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역사와 문화를 깨우는 글마루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