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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참맛 조회수 : 2,599
작성일 : 2014-01-22 19:52:33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http://www.knowhow.or.kr/rmhworld/bbs/view.php?pri_no=999500303&tn=t3&wdate=&...


[윤태영의 기록-12] 인간에 대한 예의

윤태영 전 참여정부 청와대 부속실장

2005년 5월 중순,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을 순방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스탈린 시절에 강제 이주된 고려인의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살아온 힘겨운 세월과 고통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영빈관의 응접실에서 그는 고려인들을 맞이했다. 통역이 필요했다. 대부분 2세와 3세들이기 때문이었다. 이주 고려인 1세에 해당하는 고령의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그들 1세가 낯선 땅에서 겪어야 했던 고초와 고난의 시간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그가 갑자기 손에 든 말씀자료로 눈길을 떨어뜨렸다. 해야 할 무슨 말을 찾으려는 듯이 보였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메모카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는 대통령. 그는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메모카드를 적시었다. 눈치를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인간 노무현의 눈물이었다.

“나는 모든 기사와 보도들이 아프다”

다시 며칠이 지난 5월 20일 청와대의 아침, 예정에 없던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보좌관들은 영문을 모른 채 비서동의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대통령은 회의에 대비해 홍보수석실에 별도의 지시를 했다. 지난 밤 TV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함께 시청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으라는 것이었다. 8시 40분에 회의가 시작되었고 대통령과 참모들은 준비된 동영상을 시청했다.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추적60분’이었다. 공공임대아파트에서 부도가 발생해 많은 서민 피해자들이 거리로 쫓겨나고 있는 상황을 심층 취재한 것이었다. 그는 참모들에게 공공임대주택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모든 기사와 보도들이 아프다.”
재임 시절 대통령 노무현은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자신과 참여정부에 대한 언론의 날선 비판도 물론 아팠지만, 정책의 문제점이나 사각지대를 지적하는 보도를 접할 때도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었다. 그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꼼꼼히 시청했다. 미처 챙기지 못했거나 잘못된 정책이 있을까 하는 노심초사였다. 이날의 회의는 그런 모니터링의 결과물이었다. 그는 거리로 내몰린 피해자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장면을 접하고는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즉시 회의 소집을 지시한 것이었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내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책임감이기도 했다.
그런데 청와대의 아침에 비상을 걸기까지는 그 이상의 것도 있었다. 이웃의 힘겨움을 함께 아파하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2004년 10월, 대통령 노무현은 인도를 거쳐 베트남을 방문했다. ASEM 회의와 국빈방문이 겹쳐 수도인 하노이에서 5박을 했다. 하노이는 활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밤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과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그는 ‘뭔가 큰일을 해낼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하노이 일정을 마친 그는 호치민 시로 이동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둘러보는 일정이 있었다. 봉제공장 안에 들어서자 빼곡하게 들어찬 재봉틀과 작업 중인 여공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그가 멈칫했다. 표정도 일순 어두워졌다. 베트남에 있는 동안 줄곧 밝은 톤을 유지해온 표정이었다. 그는 혼잣말을 하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때 우리처럼 그런 일들은 없겠지?”

그는 70, 80년대 한국의 봉제공장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값싼 노동력을 보고 투자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고 떠나버린, 외국인 투자의 우울한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었다. 그의 표정에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 그 불안감을 담아 대통령은 현지의 여공들에게 이야기했다.
“오늘 이 공장에서 여러분을 보면서 옛날 한국경제가 활발하게 성장할 때 우리 또래의 노동자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중략) 옛날엔 한국도 인건비가 쌀 땐 외국기업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인건비가 올라 수지를 맞추지 못해서 나간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인건비 쌀 땐 일하고 수지가 맞지 않으면 (베트남을) 떠날 기업이 아닌가 걱정하면서 왔습니다.“
그는 국경을 넘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은 수행비서를 앞의 조수석이 아닌 옆자리에 태우고 다닌 것으로 유명했다.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고 자료를 함께 검토할 수도 있었다. 각계의 전문가를 별도로 만나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자리가 생기면,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수행한 비서도 함께 이야기를 듣도록 했다.
청와대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본관과 관저를 오가던 도중 우연히 관람객들을 접하면 그는 예외 없이 차를 세웠다. 번번이 귀찮을 법도 했지만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내려서 사진도 찍고 최소한 한두 마디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역지사지…미안함과 고마움을 아는 사람

그는 자신의 비서를 부를 때에도 직함이나 존칭을 생략하지 않았다. ‘윤 비서관!’ 아니면 최소한 ‘태영 씨!’였다. 여직원이든 행정관이든, 그 누구를 향해서도 똑같았다. 예외적으로 이름을 부르는 때가 아주 가끔 있기는 했다.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려는 경우였다.
기용했던 장관이나 청와대 고위참모를 교체해야 할 상황이 되면, 그는 가급적 사전에 식사나 차담에 초대하여 그 배경을 설명했다. 어렵고 힘든 이야기였지만 자신이 직접 당사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보도를 통해 자신들의 교체사실을 알게 되는 황당한 상황을 없애려는 노력이었다.

그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미안함을 알았고 또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특별히 커다란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간직한 대상은 역시 ‘노사모’였다. 자신이 가는 행사장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풍선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는 차 안에서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곤 했다. 어쩌면 그 미안함이 그의 정치를 있게 한 바탕이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었다.

IP : 121.182.xxx.15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22 7:57 PM (58.227.xxx.12)

    시간이 흘러갈수록 역사가 그를 평가해주겠지요...

  • 2. ...
    '14.1.22 8:23 PM (118.38.xxx.23)

    강자앞에 강하고
    약자앞에 약했던 ....

  • 3. 앞으로
    '14.1.22 8:28 PM (58.143.xxx.36)

    다시 없을 대통령

  • 4. ㅜㅜ
    '14.1.22 8:31 PM (58.233.xxx.170)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 곳에서 편안하게 잘 계시겠지요? ㅜㅜ

  • 5. 아...
    '14.1.22 8:38 PM (110.15.xxx.54)

    역시 그런 분이었군요.

  • 6. 노무현 대통령은
    '14.1.22 8:44 PM (211.207.xxx.139)

    대통령 첫 해를 지내고 챠트까지 만들어 국민들에게
    한해 활동을 보고하는 모습을 보고
    그 분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을 존중하고 받드는 말투와 세세한 내용의 보고서..
    그가 얼마나 국민을 존중하고 사랑하는지가 그대로 전해지더군요.
    우리에게 과분한 대통령이었지요.

  • 7. 우리는
    '14.1.22 8:51 PM (124.54.xxx.66)

    정말로 과분했던 대통령이었지요.
    그립습니다. ㅠㅠ

  • 8. 참으로..
    '14.1.22 9:06 PM (175.210.xxx.161)

    속상합니다. 당신의 진심을 왜 알아보지 못했는지.....죄송합니다....ㅜㅜ

  • 9. 그저
    '14.1.22 10:00 PM (210.216.xxx.190)

    그리움만....

  • 10. ㅠㅠ
    '14.1.22 10:10 PM (223.62.xxx.65)

    ........

  • 11. 목이메여서...
    '14.1.22 10:23 PM (1.231.xxx.40)

    후............

  • 12. 와이러니
    '14.1.23 12:25 AM (124.5.xxx.245)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가 어렸을 때 배웠던 공직자 상에 정말 부합하는 지도자이시죠.
    그러나 저도 나이 들어 세상을 보니 그런 일이 얼마나 허황되고 어려운 세상인지 알게 돼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자들한테야 대통령 자리가 세상을 다 가진 비단꽃방석이겠지만 노무현이라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분께 대통령 자리는 너무도 버거웠을 것 같아요. 시사프로그램조차 맘편히 못보는 가시방석 같은 대통령 자리였네요. 그런 분을 돌아가시 게 만들고 이명박 박근혜 같은 사람이 권력을 휘두르는 세상이라니.. 국민된 자로서 그분께 면목이 없을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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