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경조사 제대로 안챙기고 살았던 지난날이 부끄럽네요.

어린날 조회수 : 6,364
작성일 : 2014-01-22 13:22:25

 

저는 지금 33살이고 두살된 아들을 두고 있어요.

저희 친정집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스무살 무렵부터 따로 독립해 살다가 결혼했지요.

그동안 많은 친구, 선배, 지인들의 결혼식, 돌잔치, 그들 부모님의 장례식들이 있었어요.

이십대를 지나오면서 저는 몰랐어요. 그걸 꼭 챙기고 살아야하는건지.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어쩜 정이 없었던 걸까요.

굳이 말하자면 저희 부모님은 부산이며 제주도며 다른분들 경조사 열심히 쫓아다니셨지만

제게는 가르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가까운 친척 결혼식에 저도 가야할까 물으면 "뭘 가 됐어. 우리가 가는데. 너는 안가도 돼."

이런식으로 되었던게 친척에서 친구와 제 지인들에게까지 연결되었나봐요.

 

가까운 친구였어도 서울에서 많이 떨어진 도시에서 결혼하면

먼데 뭘 가야하나.

선배가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시간되면 병원에 와달라 할때도 먼거리가 아니였음에도

가지 않았어요.

사정상 가지 않으면 마음 담긴 부조라도 주어 마음표시를 해야하는 걸 몰랐네요.

이십대 후반에도 친구 결혼식에 지금 제 남편이 된 남자친구까지 데려가서

오만원 내고 밥 먹고 왔던거......몇번이나 그랬는데...ㅜㅜ

가끔 생각날때마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부끄러워집니다.

이제 와서 다시 줄수도 없고 또 그때 그랬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뭐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소원해진 사람들은 경조사가 원인이었나 싶기도 하구요.

제가 그렇게 제대로 챙기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자기 결혼식에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결혼식에 와주어 적지 않은 부조 해준 친구...정말 다시 보이고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 또다른 친구는 미혼인데 친구들 경조사 부지런히 챙기고 다니더군요.

결혼식, 장례식, 개업식, 출산했을때 산후조리원 등. 다른친구의 둘째 셋째 조리원까지 가더라구요.

저는 아이 낳고 돌잔치를 안했는데 일부러 아이 돌 즈음 맞춰 저희 집에 따로 찾아와서 축하해줬어요.

정말 대단하죠.

 

제가 이제라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잘하려는 마음이 들어 다행인 것 같아요.

계기가 뭘까요...나이들어 자연스레.. 혹은 아이 출산 이후부터 인 것 같습니다.

당장 어릴때부터 가깝고 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도 못가고 아기 돌잔치에도 안갔던

이종사촌 언니의 아들 초등학교 입학 책가방부터 샀습니다.

뭐 나름 이유는 있었어요. 결혼식때는 제가 집과 거의 연락 끊고 살아 결혼식 가기가 뭐했고

돌잔치때는 잠시 외국에 나가있었어요.

그래도 생각해보니 챙기려면 얼마든지 챙겼겠더라구요. 돌잔치 못가도 외국 있는 김에 애기 옷이라도 몇벌

사서 한국 들어올 수 도 있었고.....

나는 어렸고 정말 몰랐다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 가득이지만 그냥 그당시 마음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쵸.

 

이제라도 챙길사이 제대로 챙기고 살려구요.

뭐 꼭 다시 돌려받고 싶다 이런마음 없이요.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으로 부대끼며 이런것들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몰랐어요.

 

IP : 125.177.xxx.38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22 1:26 PM (112.76.xxx.153)

    몰랐다는 한마디로는 원글님 너무 인색하시네요 - 애경사까지 글케 무심하게 지나치시다니 헐..

    이제서라도 깨달으셨으니 받으려는 맘 대신 열심히 챙기고 진심으로 위로, 축하해주세요.

    그러면서 얼굴 보고 얘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 2.
    '14.1.22 1:30 PM (14.52.xxx.59)

    지금부터라도 하세요
    저도 맨처음 결혼하는 친구한테 정말 뭘 몰라서 아트박스 같은데서 컵 셋트 사줬는데
    참 뭘 몰랐다 싶더라구요
    얼마전 그 친구한테는 미안하다고 했어요ㅠㅠ
    사람 마음이 그리 모질지 않으니 지금부터 잘하시면 다 인덕으로 쌓일겁니다

  • 3. 그렇죠
    '14.1.22 1:32 PM (121.139.xxx.215)

    그게 보고 배우는 게 있더군요.
    게다가 20대부터 나와 살았으면 자신 챙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이제 인생의 연륜도 쌓이고 마음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지나
    경조사와 부도의 매카니즘이 눈에 보이는 걸 겁니다.
    지금도 별로 늦지 않아요.

  • 4. 이해가면 너무한가?
    '14.1.22 1:34 PM (61.98.xxx.145)

    저는 이해가 가요
    저는 친한 친구나 친척은 챙기긴 했지만 기껍지 않았어요 직장동료에게는 거의 봉투만
    저는 어떤 의식이 싫었어요 제 결혼식도 안하고 싶었고
    근래 상도 치렀는데 필요한 작업이라기 보다는 정말 장례문화 개선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 했어요
    하지만 늙어가니 그럴때 아니면 만나기도 힘들고 그럴때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힘들구나
    그렇게 인연들이 끊기면 나는 정말 외로워 지는구나 싶어요
    하지만 원글남 마음 이해 갑니다
    그냥 나는 어렸구나 생각하세요
    사람마다 위생의 분야, 예의의 분야, 발달속도가 동일하지 않고 원글님은 그 부분이 늦었던거 뿐이지요
    억지로 어떻개 벌충할까 부끄러워 하지 마시고

    내가 당연히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인으로서의 무언가가 부족한 사람을 보게되면
    아 저사람은 저런 분야의 발달이 좀 늦는구나 하고

    보듬아 주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부분이 있어요

  • 5. 이해가면 너무한가?
    '14.1.22 1:35 PM (61.98.xxx.145)

    나는 혹시 맞춤법? 오타 많아서 좌송 ^^

  • 6. tranquil
    '14.1.22 1:36 PM (211.189.xxx.90)

    윗분 말씀처럼 저도 진짜 어렸어요. 지금도 어리구요.
    경조사 챙겨본 게 다섯손가락으로 세기도 민망할 정도고..
    그거 갈때도 어찌나 억지로 갔던지 담배 한 대 피고 가야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저도 이제 좀 깨달은 바가 있어서 앞으론 소중한 사람들건 잘 챙기려고요 해요.

    하지만 그게 역효과중에 하나인게..
    저희 친언니 결혼하고 시댁챙기고 어른들 모시는 거 보니 전 결혼 못할 것 같았어요.
    제 몸뚱이 건사하는 것만해도 너무 힘들어요 솔직히....

  • 7. 한국은 경조사 챙기는게 인간관계 반은 먹고 들어가는거
    '14.1.22 1:52 PM (49.143.xxx.178)

    라서,더 챙기기도 합니다.

    다 챙기는것도 쉽지 않을 일이지만,마음 가는곳에는 꼭 하세요.

    딴말이지만,이병헌도 경사보다 애사 잘 챙기는거 같은데 가장 먼저 연예인 장례식장에는 꼭 이병헌이 있었어요.
    애사 잘 챙겨서 인간성 됬다고 다들 칭송했지만,결과적으로 그 놈은 그냥 사회생활을 잘한거죠.

    경조사에 대한 나름 저의 단상이고,
    그래도 안챙기고 받아서 부끄러운줄 아는거면,정말 몰라서 안챙겼던거지 알고 안챙긴건 아니죠.
    자기는 안챙기고 남한테 받았다고 공짜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 8. 음..
    '14.1.22 1:52 PM (210.109.xxx.130)

    저도 그랬어요.
    자다가 이불속에서 하이킥할 정도로 제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더군요.
    일일이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지만..돌이킬수도 없고..
    앞으로 잘할 수 밖에 없어요

  • 9. 요조라
    '14.1.22 1:52 PM (175.192.xxx.36) - 삭제된댓글

    원글님 글 읽으며 왠지 눈물이 나네요. 나이 들어서 더 못 챙기는 사람들도 많아요. 돈도 문제지만 마음이 점점 없어지는 거지요. 이제부터라도 잘 챙기시면 되요. 서른 넘어 달라진 원글님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 10. 괜찮아요.
    '14.1.22 2:00 PM (122.35.xxx.66)

    경조사.. 그렇다고 마음 없는 곳까지 다 챙기지는 마시고
    마음 가는 선에서 마음 가는 수준으로 챙기세요.
    어려서 몰랐다는 것도 이해되고 지금부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겠다는
    마음도 이쁘네요. 부끄러워도 마시구요.

  • 11. ...
    '14.1.22 2:03 PM (111.65.xxx.48)

    그래도 젊어서 그것을 알게된 건 다행이에요.
    나이 들어서 자기 자녀들을 결혼시킬때쯤 깨닫게 되어서
    많이 후회한다는 말을 들어 봤어요
    그땐 늦은 거겠죠?

  • 12.
    '14.1.22 2:09 PM (58.236.xxx.74)

    반대로 경조사 목숨걸고 착실히 챙겼지만, 나이 드니 정말 마음을 나누는 사람은 극소수더라
    이런 깨달음 얻는 분도 많잖아요. 챙긴 거의 반의 반도 돌려받지 못한 사람도 많고. 적정선이 중요한 거 같아요.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에서부터 브레이크가 걸리면 연애도 결혼도 줄줄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경조사보다 생존자체가 문제이기도 하고.

  • 13. ....
    '14.1.22 2:17 PM (121.181.xxx.223)

    지금부터 하면 되죠..뭐

  • 14. dd
    '14.1.22 2:19 PM (121.125.xxx.90)

    친구 어머님이 젊으신데 돌아가셨어요..지방이지만 장례참석했죠..친구들도 정말 슬펐거든요...한 삼년지나 ㅡ그동안 서로 연락도 못하고 ㅡ 친구가 그때 친구들을 비싼식당에 초대해선 밥을 샀어요..그동안 맘 아프고 이제 좀 추스렸다 ....고맙다 ....
    제가 맘이 참 고마워지고 친구가 대견하고..당시도 어려운일 가운데 있으면서..정말 뭐든 잘되라고 기도하고픈 마음이 들고...저도 느낀봐가 많았어요..그러더니 그 바로뒤로 그 친구 경사스러운일 생기고....그냥 자주 연락없어도 사람진심은 있다싶고...

  • 15. ,,,
    '14.1.22 4:28 PM (203.229.xxx.62)

    마음의 여유가 생겨 주위를 돌아보게 되신거고
    살아 가는 지혜가 생긴거지요.

  • 16. ...
    '14.1.22 4:50 PM (223.62.xxx.54)

    이해되요.
    저도 원글님과 비슷한 타입예요.
    남들보단 늦게 깨달은 만큼 더 잘 하고 삽시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9473 아보카도가 5개정도 있는데, 뭘 해머으면 좋을까요? 14 아보카도 2014/03/12 3,201
359472 연아가 편파판정 안당했을때 점수 35 2014/03/12 4,035
359471 일산 동이지구가 좋을까요? 식사지구가 좋을까요? 20 비와요 2014/03/12 2,237
359470 풀옵션 아파트로 이사갈 때 2 ㅇㅇ 2014/03/12 1,583
359469 파밍(Pharming)이 뭔지 모르는 분을 위해 손전등 2014/03/12 1,244
359468 집에 레리꼬병에 걸린 공주님계신가요? 48 ㅡ.ㅡ 2014/03/12 10,445
359467 애교있고 붙임성있는 성격 부러워요 12 부럽다 2014/03/12 6,842
359466 아이 까만색 교복에 먼지가 붙어요 5 .. 2014/03/12 630
359465 사람의 포스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7 .. 2014/03/12 3,615
359464 초등 총회 가야하나요 5 초딩맘 2014/03/12 2,011
359463 코스트코 스타벅스 원두 질문드립니다. 5 감사 2014/03/12 4,928
359462 스트레스 받는 내가 바보 4 할말이 없다.. 2014/03/12 1,072
359461 거듭제곱 쉽게 푸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1 거듭제곱 2014/03/12 1,589
359460 직장생활 하면 할수록 힘드네요. 1 ... 2014/03/12 1,031
359459 한국인 주민등록번호가 중국 싸이트서 이름만 대면 좔좔~~ 2 참맛 2014/03/12 1,791
359458 염색이 잘 나왔어요. 13 .. 2014/03/12 2,934
359457 의사 수입이 어느정도여야 적정하다고 생각하세요? 32 그것이알고잡.. 2014/03/12 6,259
359456 공대 전화기 중에서 수도권에 취업 가능한 과는? 2 공대 2014/03/12 2,000
359455 육수 없는데 국, 찌개 어떻게 끓이나요? 5 -0-- 2014/03/12 1,134
359454 죄책감 3 미안한 마음.. 2014/03/12 819
359453 책 번역 하시는 분 계신가요? 3 bab 2014/03/12 975
359452 야콘으로 밥해도 맛있을까요? 3 궁금 2014/03/12 906
359451 직수형 정수기 추천 부탁드립니다ㅡ대여 정수기 2014/03/12 855
359450 중학생 영어문법 과외를 시키려고 하는데요 학부모 2014/03/12 1,241
359449 항생제 먹은후에 유산균 먹는게 좋다는데 2 2014/03/12 7,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