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청하는 영화 팟캐스트 진행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한 글을 여기에서도 나누고자 합니다. 앞으로 팟캐스트 제작을 희망하는 분들에게도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청취한 영화 팟캐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수의 팟캐스트를 전체 방송분량의 50% 이상을 청취했습니다.
* 가나다순
<강Cine수다>, <나도 알바다>, <다들 이불개고 영화바>, <딴따라도시>, <딴지영진공>, <모모의 영화보는 다락방>,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볼까말까>, <부귀영화>, <송씨네의 영화처럼 사는남자>, <씨네타운 나인틴>, <영화난담 무비갱스터>, <영화식당>, <영화예고편리뷰 방송 극장전>, <정우성의 옥탑방 시네마>, <최광희의 영화 쉐이킷>, <튜나의 무비버스터>, <팝콘남녀>
팟캐스트의 대중화를 이끈 방송은 그 유명한 나꼼수입니다. 팟캐스트의 선도자이며 전도자였던 나꼼수 뒤로 많은 팟캐스트가 다양한 테마별로 제작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점은 나꼼수 만큼의 대중적 영향력과 완성도(만듦새)를 모두 갖춘 방송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꼼수 만큼의 대중적 영향력은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버금가는 방송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보며 다음 네 가지 조건을 완성도의 기준으로 제시해 봅니다. 이 네 기준에 맞춰 현재 방송되는 영화 팟캐스트를 분석하겠습니다. 완성도 기준을 정하는데 나꼼수를 많이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나꼼수는 콘텐츠의 질뿐만 아니라 제작조건에서 충분히 완성도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사례라 판단했습니다.
완성도(만듦새)의 네 가지 조건
- 캐릭터와 진행방식(케미, B급감성)
- 콘텐츠와 프로그램 구성
- 제작환경(음질, 길이)
- 신규청취자 접근성
캐릭터와 진행방식(케미, B급감성)
[ 캐릭터 구축 ]
이 부문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최고의 사례는 단연코 나꼼수 팟캐스트입니다. 캐릭터가 확연히 구분되고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하고 참여자들간의 케미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나꼼수 방송의 본연의 목적(정보전달과 재미)을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B급감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공중파 라디오 방송과 비교해 팟캐스트가 우위에 있는 경쟁력은 바로 B급감성입니다. 딴지일보의 특유의 자유발랄한 돌끼가 그대로 나꼼수에서도 드러납니다.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김어준은 진행 및 종합정리와 촌철살인 머를, 정봉주는 정치계정보 전달과 깔때기유머를, 주진우는 디테일한 취재의 팩트 전달을, 김용민은 편집 및 졸기, 기독교계정보 전달과 모사유머를 담당했습니다. 참여자들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몇 회만 들어도 누가 누구인지 구별가능하며 방송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의 성공은 콘텐츠의 질 만큼 개성 있는 캐릭터의 분별을 얼마 만에 청취자가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분별이 확실시 돼야 각각 캐릭터별로 관심을 갖는 애청자를 양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팟캐스트는 일반적으로 TV나 라디오처럼 유명인이 진행하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진행자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러 명이 진행하기 때문에 각자의 캐릭터 특성을 빨리 청취자에게 전달해 캐릭터의 분별과 함께 친근함을 빨리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영화 팟캐스트중에 몇 회를 들어도 지금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이 사람의 역할이 뭔지도 몰라 계속 오디오가 혼란스럽게 물리는 느낌이 들어 몰입도를 가지기 어려운 팟캐스트들이 있습니다.
나꼼수 만큼 각각 개성 있는 캐릭터를 구축할 수 없다면 콘텐츠와 독특한 프로그램구성으로 승부를 볼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런데 셋이상의 진행자가 제작하는 팟캐스트인 경우 정보전달 성격의 수다는 청취자입장에서 내용 몰입이 그리 어렵지 않으나 영화에 대한 다른 의견으로 토론을 벌이는 듯한 수다에서는 캐릭터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으면 혼란스런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애청자라면 오랜시간 들을 경험으로 캐릭터를 분리할 수 있으나 신규청취자는 몇 회를 듣고 판단하기 때문에 몰입도 결여로 다른 팟캐스트를 향해 탐험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은 애청자를 양산하는데 큰 몫을 합니다.
[ 케미와 B급감성 ]
캐릭터와 더불어 진행자들 간의 케미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팟캐스트만의 매력입니다. 사적으로 친한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케미에 팟캐스트만의 B급감성이 가미될 때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반 방송에서 들을 수 없는 욕설과 성적농담 그리고 극히 사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팟캐스트입니다. 나꼼수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에 바로 B급감성과 케미가 있었기 때문에 대중은 새로운 팟캐스트에 이점이 반영되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나꼼수 만큼의 대중적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지만 팟캐스트의 최고 순위에 자주 오르는 <이이제이>는 이 기대심리에 매우 충실히 응답해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캐릭터는 방송 중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좋긴 한데 매회 시작할 때 재밌게 서로를 소개하면서 청취자에게 주입시키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소개도 없이 바로 수다 떠는 팟캐스트도 있는데 신규청취자를 애청자로 만드는데 관심 없으면 그렇게 해도 좋습니다. 욕설과 성적농담이 있어야만 B급감성이 충만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B급감성은 원칙과 규격이란 테두리에서 벗어난 자유발랄한 정신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 부문에서 추천하는 영화 팟캐스트는 <씨네타운 나인틴>, <딴지영진공>,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튜나의 무비버스터>인데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씨네타운 나인틴>은 케미도 좋고 B급정서는 오히려 넘쳐 흐르곤 하는데 진행자 역할을 하는 이승훈PD는 캐릭터가 확 튀는 편입니다. 그런데 남은 두 명의 PD는 캐릭터가 비슷해 대부분의 방송을 들은 현재 까지도 두 PD의 구분이 아직도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영진공>은 고정멤버와 기획특집에 따른 특별게스트가 함께 하는데 딴지기자들이 수시로 고정멤버처럼 참여하는 경우가 있어 캐릭터 구축에 약간 혼란스러움이 있지만 딴지일보 특유의 B급감성이 투철한 것이 큰 장점입니다. 특별게스트와도 분리된 느낌없이 케미효과가 제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는 10년 이상의 선후배들 사이로 케미가 매우 좋고 역할이 잘 나누어 참 좋은데 사람들이 모두 착해 B급감성이 좀 부족합니다. <튜나의 무비버스터>는 성향이 다른 남자 둘의 평론가와 예쁜(?) 배우가 참여해 한회만 들어도 캐릭터가 바로 확인이 되고 케미도 매우 좋은데 주 진행자가 자기역할에 미숙한 편이 약간의 단점입니다. 그것은 두 명의 진행자가 평론인가인데 오직 예쁜 여성 배우(유명하지는 않음)라는 이유로 진행경험이 없어도 진행을 맡기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주 진행자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말발 좋은 평론가 틈에서 말할 기회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 진행방식과 인적구성 ]
그리고 진행방식에 있어서 나꼼수와 앞서 거론한 영화 팟캐스트들과 특별한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나꼼수도 사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지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게 진행자인 김어준이 잘 컨트롤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수의 팟캐스트들은 팟캐스트는 사적 방송이다라는 성격에 너무 매몰된 것은 아닌지 주 진행자가 사담의 정도를 컨트롤하지 못해 자주 본래의 이야기에서 벗어나거나 쓸데없이 사담을 길게 나누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청취자는 진행자들과 같은 공간에 끼어 수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어폰을 끼고 주의를 기울여 듣는 이들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라디오방송은 음악위주로 편성되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들어도 별 문제없지만 팟캐스트는 라디오방송에 비해 전문정보를 다루고 토크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에 특별히 청취자가 다운받아 들기 때문에 몰입도가 다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오디오가 함께 물리는 것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편한 술자리가 아닌 팟캐스트 녹음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방송 중에 자주 인지하면 됩니다. 특히 방향을 잡는 주 진행자가 이를 잘 인식해야 합니다. 공중파 라디오 방송과 카페에서 지인들과 수다떠는 것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토크가 흘러가야 팟캐스트만의 고유한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꼼수 만큼 캐릭터 구축(막강한 정보력, 폭발하는 유머, 유쾌한 종합정리)에서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인적 구성을 하면 좋겠지만 지인들 중에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출발하는 팟캐스트의 여건상 수준을 좀 낮출 필요는 있겠습니다. 인기 있는 팟캐스트를 지향한다면 진행자들 중에 꼭 필요한 캐릭터가 하나 있습니다. 그 분야에 잡학다식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깊이 있는 분석전문 보다는 잡학다식 쪽이 더 유리합니다. 전문가는 가끔씩 특별게스트로 초대하는 것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그리고 추가로 필요한 사람은 방향설정과 종합정리를 잘 할 수 있는 주 진행자입니다. 그리고 잡학다식 캐릭터와 방향설정 캐릭터 중에 한 사람이라도 위트가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수많은 팟캐스트를 들어본 결과 인적구성은 세 사람 정도가 제일 좋고 두 사람이 주로 이야기를 하고 한 사람이 거드는 진행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네 사람 이상의 인적구성은 캐릭터를 전달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오디오가 물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주 진행자가 컨트롤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가지고 있는 인물의 성격에서 벗어나 팟캐스트에 필요한 캐릭터로 연기하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튜나의 무비버스터>에는 두 분의 평론가가 진행자로 참여하는데 한 영화에 대해서 한 분은 좀 더 냉소적으로 평가하고 한 분은 긍정적인 부분을 찾는 방식으로 영화리뷰를 합니다. 방숭중에 의도적인 캐릭터 구축임을 간간히 밝힙니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기회이면서 신규청취자입장에서는 쉽게 캐릭터를 분별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 진행자 인적구성 **
1명 : <강Cine수다>, <송씨네의 영화처럼 사는남자>, <최광희의 영화 쉐이킷>,
2명 : <나도 알바다>, <다들 이불개고 영화바>, <딴따라도시>, <볼까말까>, <팝콘남녀>, <영화난담 무비갱스터>
3명 : <씨네타운 나인틴>, <튜나의 무비버스터>, <정우성의 옥탑방 시네마>, <영화식당-4명 진행할 때 있음>
4명이상 : <딴지영진공>, <모모의 영화보는 다락방>,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부귀영화>, <영화예고편리뷰 방송 극장전>,
콘텐츠와 프로그램 구성
[ 콘텐츠 종류 ]
영화팟캐스트의 콘텐츠는 네 가지 형식으로 구분이 됩니다. 개봉영화리뷰형, 추천영화(한편 또는 테마로 여러편 묶음)리뷰형, 기획특집형, 독특한구성형
- 개봉영화 리뷰 : <튜나의 무비버스터>, <씨네타운 나인틴>, <영화난담 무비갱스터>, <나도 알바다>, <볼까말까>, <팝콘남녀>
- 추천영화 리뷰 : <다들 이불개고 영화바>,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영화식당>
- 기획특집 : <딴지영진공>, <딴따라도시>, <송씨네의 영화처럼 사는남자>, <최광희의 영화 쉐이킷>
- 독특한 구성 : <정우성의 옥탑방 시네마>, <부귀영화>, <영화예고편리뷰 방송 극장전>, <모모의 영화보는 다락방>
[ 프로그램 구성 ]
기획특집형과 독특한 구성형의 ‘프로그램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딴지영진공> : 기획특집, 기획특집 관련 영화음악, 새개봉영화 소개
- <딴따라도시> : 유명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정리하며 심층적인 감독정보를 전달합니다.
- <정우성의 옥탑방 시네마> : 영화계소식, 예술영화소식, 선추천 개봉영화 정보전달(감상전), 지난주 선추천 개봉영화리뷰(감상후), 추천영화리뷰로 다양한 코너를 한 회에 진행합니다.
- <부귀영화> : 1부 - 개봉영화리뷰, 2부 - 추천영화리뷰(테마별로 여러 편 묶음)
- <영화예고편리뷰 방송 극장전> : 1부 - 한편의 개봉영화 정보전달(감상전), 2부 - 지난주 선택한 개봉영화 리뷰(감상후)
- <모모의 영화보는 다락방> : 참여자가 완전히 다른 네 그룹이 내용이 다른 방송을 진행합니다. 영화직종을 소개하는 ‘시잡스’, 여성진행자들만 모여 추천영화를 다룬 ‘위기의 여사들’, 남녀진행자들이 영화화된 소설을 다룬 ‘영문을 모르겠네’, 영화마니아가 전문영화정보를 전해주는 ‘오나전타쿠부’입니다.
인기있는 팟캐스트를 분석하고 팟캐스트를 통해 어떤 영화정보를 얻고 싶은지 청취자들의 심리를 살펴본 결과, 선호하는 콘텐츠는 화제성 있는 개봉영화에 대한 심도 있는 리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콘텐츠와 프로그램 구성이 다양해도 대부분의 팟캐스트가 개봉영화를 몇 회라도 다루고 있습니다. 추천영화리뷰형 팟캐스트도 개봉영화를 간간히 다루는게 좋습니다.
그런데 영화콘텐츠를 다룰 때 팟캐스트 진행자 입장에서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영화콘텐츠를 한편을 심도 있게 다루는 방식과 시의성 있는 정보를 스케치하듯 다양하게 다루는 것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보통 전자를 다룬 팟캐스트가 많습니다. 영화감상후 자신의 감상을 공유하고픈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영화내용은 심도 있게 다루면서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을 배려한다는 목적으로 스포일러(영화의 중심내용)를 배제하려는 듯한 우유부단한 선택을 하는 팟캐스트를 보곤 하는데 확실히 선택하고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진행자들이 관람하지 않는 상태에서 화제성 있는 또는 선추천하는 개봉영화를 한 편 선택해 긴 시간을 들여 소개하는 팟캐스트가 몇 편이 있는데 이런 방식에 대한 청취자의 수요층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많은 영화정보를 사전에 접하고 감상하면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고 굳이 팟캐스트에서 긴 시간 투자해서 관람선택을 위한 영화정보를 얻으려는 이들이 많을 지도 의문입니다. 한주에 개봉하는 영화가 많은데 그중 몇 편을 스케치하듯 소개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정보 프로그램과 차별성 있게 개봉영화 소식을 전하고 싶다면 영화내용 보다는 개봉영화의 감독과 배우정보를 깊게 다루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심도 있게 영화리뷰를 할 때 생각나는대로 중구난방으로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주 진행자가 새로운 토크주제를 던지며 그 주제로 수다를 떠는 것이 좋습니다. 주제별로 정리되는 맛과 함께 영화를 다양한 관점 또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청취자에게 알려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체감상평, 스토리, 연기력, 비주얼, 음악, 인상 깊은 장면, 인상 깊은 조연, 유사영화와 비교 등입니다. 규격화된 느낌으로 매 회 동일하게 분리하는 것은 팟캐스트의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영화 성격별로 주 진행자가 미리 준비해 놓은 테마에 따라 물 흐르듯 진행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제작환경(음질, 길이)
콘텐츠가 아무리 좋다 해도 담는 그릇이 알맞지 않으면 콘텐츠의 진면목을 청취자들이 알 수 없습니다. 가독성이 있어야 글을 편하고 집중해서 읽듯이 팟캐스트에서는 음질이 매우 중요한 조건입니다. 많은 팟캐스트가 전문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듯한 음질을 보여주는데 몇 개의 팟캐스트는 일반 사무실 또는 집에서 녹음해 울리는 소리로 선명성에 큰 문제가 있고 마이크가 아닌 녹음기를 이용해 제작한 경우도 있습니다. 기술적인 것까지 자문을 해드릴 수 없으나 전문스튜디오가 아니더라도 좋은 음질의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들 이불개고 영화바>는 부부가 늦은 밤에 집에서 녹음하는데 음질이 좋습니다. 그리고 녹음기로 녹음하는 경우 스테레오로 녹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꼭 모노로 녹음하거나 편집시 채널을 합치십시오. 이어폰으로 청취하는 경우 채널이 분리되면 매우 듣기 불편합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것이 볼륨 레벨입니다. 전문스튜디오 녹음한 것들은 표준 수치의 레벨을 가지고 있어 볼륨을 청취자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데 어떤 팟캐스트는 음질은 좋은 편인데 기본 볼륨수치를 낮게 편집해 볼륨을 최대로 높여도 작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PC나 이어폰에서 듣는 경우는 볼륨을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편이나 모바일의 스피커 환경에서는 최대치를 높여도 소리가 작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볼륨의 표준수치를 참고해 녹음하십시오. <씨네타운 나인틴>이 SBS방송국에서 녹음한 것이니 이 파일을 다운받아 오디오편집프로그램에서 수치를 비슷하게 맞추면 될 것입니다. <부귀영화>는 녹음기로 녹음한데다가 볼륨레벨도 낮아 참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방송길이는 1시간-1시간30분 내외의 팟캐스트가 많습니다. 저는 이 정도의 길이가 가장 부담없이 몰입도를 가지고 팟캐스트를 청취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와 같이 3시간 가까이 길게 녹음하는 특이한 경우도 있는데 콘텐츠가 좋고 진행방식이 지루하지 않는다면 3시간도 애청자 입장에서 허용할 수 있는 길이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영화가 2시간을 넘으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영화제작시 길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팟캐스트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길이가 길다면 파일을 나누어(2개의 주제로 분리되야 하는 것이 전제) 1부, 2부로 올리거나 방송초입 부분에 청취자가 자유롭게 스킵할 수 있도록 방송에 마커시간을 안내하는 것도 융통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씨네타운 나인틴>은 사담과 청취자의 피드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개봉영화리뷰하는 마커시간을 초입에 안내합니다. 청취자를 위한 매우 훌륭한 배려라 생각합니다.
신규청취자 접근성
신규청취자 접근성은 팟캐스트의 완성도를 평가할 주요요소는 아니지만 언급할 필요가 있어 추가해 넣었습니다. 들을 만한 영화 팟캐스트가 20여개가 현재 방송 중에 있는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 팟캐스트의 애청자라해도 팟캐스트 특성상 실시간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다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팟캐스트를 고정적으로 청취할 수도 있고 영화 팟캐스트 특성상 재밌게 본 영화를 다른 팟캐스트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다양한 팟캐스트를 검색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인기 없는 팟캐스트라해도 애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의니 희망을 가지십시오. 그런데 신규청취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도루아미타불입니다.
팟캐스트를 접하는 경로 중 가장 많은 것이 PC보다는 스마트폰일 것이며 사용하는 앱은 팟빵일 듯합니다. 아이블러그나 아이튠즈도 있으나 안드로이드를 90%이상 사용하는 국내 상황과 다양한 기능이 있어 팟빵이 이용자층이 가장 많을 듯합니다. 그런데 팟캐스트 홍보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별 관심 없이 등록하는 것이 회별 방송제목입니다. 한편의 영화를 심도 있게 다루는 팟캐스트는 영화제목만 올리면 문제없지만 회별 특성을 살린 제목을 올리는 경우는 제목등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제목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보고 신규청취자는 다운받기 때문입니다. 리스트도 가독성이 중요합니다. 꼭 필요하지 않는 정보(팟캐스트명, 날짜 등)는 제거하고 꼭 필요한 내용만 깔끔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용을 들어야만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애매모호한 제목도 문제가 있습니다. 팟빵에서는 긴 제목인 경우 끝부분이 잘려 표시되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을 청취자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모의 영화보는 다락방>, <영화식당>, <팝콘남녀>, <딴지영진공>, <정우성의 옥탑방 시네마>, <영화난담 무비갱스터>는 팟빵에서 중요한 내용이 잘려 리스트에 표시됩니다. 방송리스트 제목이 신규청취자가 가장 처음 접하는 홍보문이라는 것을 잊지마십시오.
코너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앞서 언급한 마커시간을 초입에 안내하는 것은 애청자뿐만 아니라 신규청취자 접근성에 매우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신규청취자는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 듣고 나서 이 팟캐스트가 자신과 맞는지를 판단할 것이고 전체 내용을 듣는 애청자가 될 지 아니면 떠날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프로그램 구성과 방송초 사담나누는 시간이 팟캐스트마다 제각각인데 마커시간 자체를 안내하지 않는다면 팟캐스트의 성격을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므로 성격 급한 신규청취자는 다른 팟캐스트를 향해 떠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커시간을 표시하는 방법도 좋고 코너가 여러 개라면 두 그룹으로 묶어 2개 파일로 제목을 각각 다르게 표시해 업로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신규청취자는 방송리스트를 보고 최근 방송이나 관심 있는 제목을 보고 방송을 청취하기 시작할텐데 초입부문에 이 방송의 성격이나 장점을 알려주는 안내방송을 재밌게 제작해 간단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애청자들은 이 부분을 스킵할 것이니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 캐릭터 부문에서도 설명했듯이 수다를 시작할 때 각자의 캐릭터를 재밌게 소개해주는 것도 신규청취자 접근성에 꼭 필요합니다.
네 가지 완성도의 기준에 따라 영화 팟캐스트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제가 제시한 기준의 완성도를 무시하고 내 맘대로 팟캐스트를 제작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지인만의 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놀기를 원한다면 팟캐스트의 선도자였던 나꼼수를 잘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돌끼와 발랄 그리고 예리한 분석으로 무장한 영화 팟캐스트가 많이 제작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