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나필락시스 경험자에요

알레르기 조회수 : 4,305
작성일 : 2014-01-20 19:34:17

전 어렸을때부터 복숭아에 알레르기가 있었어요.

심한편이라서 가공된 복숭아 쥬스향만 맡아도 온 몸에 두드러기, 가려움증이 와서 바로 병원이나 응급실로 가서 주사를 맞았어요. 그래서 항상 복숭아를 멀리 합니다. 당연 저희집 식구들 복숭아 구경도 못하고 살죠. 저 때문에요.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 가끔 꽂게나 간장게장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올라오곤 하더군요.

어렸을 때는 전혀 반응이 없었거든요. 저희 식구들이 꽂게 킬러라 꽂게를 엄청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제가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를 경험했어요.

원인은 익히지 않은 귀리가루 였어요.

귀리로 만든 빵도 먹었던 경험이 있고 뮤즐리도 먹어봤고 심지어 집에서 전을 부칠때도 귀리가 면역력에 좋다고 해서 조금씩 넣어서 부쳐서 먹곤 했는데 귀리가루를 선식처럼 먹어도 된다고 해서 우유에 타서 먹고서 탈이 난거죠.

그런데 그 반응이 상상초월이더라구요.

기존에 알레르기 반응은 두 시간 정도 지나면서 나타났다면 이 반응은 15분도 안 되서 바로 손바닥에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빨갛게 부어오르고 엄청나게 가렵고 그 다음에 입술이 퉁퉁부어오르고 얼굴에 열이 확 오르기 시작하고...이상하다 싶어 바로 집 앞 가정의학과 병원으로 갔어요.

가는 5분 동안 호흡도 어려워지고 혀도 부어오르고 목도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어지러워서 걷기가 힘들더라구요.

겨우 병원 도착해서 접수했는데 서 있질 못하겠어서 바로 쇼파에 누워버리고 진료 차례가 되어서 진료실로 걸어서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금방 쓰러질 것 같아서요. 호흡도 안되고 어찌어찌 진료받고 나와야 하는데 발걸음을 뗄 수가 없어서 의사선생님이 링거 맡고 가라고 이대로는 큰일 나겠다고 해서 링거 맞고 주사맞고 한숨 자고 집으로 왔어요.

그 다음에 몇 주 고생했어요. 일단 부어올랐던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한동안 말도 어눌하게 하고요. 넘 피곤해서 잠만 자게 되고 한동안 물을 계속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어요.

그 사이 알레르기 내과에 가서 검사도 받았습니다.

전 복숭아, 게(모든 크랩 종류), 귀리, 쑥꽃에도 알레르기가 있고 위험도 높아서 에피펜이라는 주사기를 처방 받아서 항시 가지고 다닙니다. 응급상황일 때 사용하기 위해서요. 정기적으로 병원도 다닙니다.

검사 결과가 나온 날 저처럼 명확하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고 연구를 위해 저의 혈액을 좀 채혈하고 싶다고 하셔서 채혈도 하고 교통비도 받았네요.

예전에는 알레르기가 단순 피부이상만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막상 제가 겪어보니 호흡계,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니 생명과 직결되는 거였어요. 영화에서 보던 땅콩알레르기로 사람이 죽는 장면 딱 그거였어요. 정말 반응속도가 빠르더군요. 다른 경우의 알레르기 반응과 확연히 달랐어요.

또 느꼈던 건 동네 병원 같은 곳도 저 같은 특이체질의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았어요. 이런 일을 또 경험하면 안되겠지만 다음엔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바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 처럼 알레르기 있으신 분은 알레르기 내과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자기 자신에게 반응하는 음식물이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거든요.

그 이후로 국내 그나마 괜찮은데 해외에 갈 때는 음식에 엄청 조심합니다. 어떤 식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니 음식에 제약이 많아지더라구요. 알레르기 검사도 국내 음식에 제한된 거고 외국의 식재료까지 검사하는 건 아니니까 제가 몸을 사리게 되더군요.

그리고 주변에서는 알레르기에 대해서 잘 모르고 특히나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현재 우리 나라상황에서는 개인이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 학교나 군대 등 급식시설을 사용하는 장소에서는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반응이 올 수도 있다는 것만 알아도 응급처치가 빨라질 수 있으니까요.

IP : 14.36.xxx.2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기대
    '14.1.20 7:48 PM (183.103.xxx.73)

    네 무섭죠. 항상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전 천식환자라 찬바랑 향수 휘발유 냄새 등 조심하고 잇습니다.

  • 2. 어휴
    '14.1.20 7:50 PM (119.194.xxx.239)

    정말 무서워요. 알레르기가요. 의사선생님 말씀이 차라리 온몸에 울긋불긋 나는거는 괜찮데요, 안보이게 몸속에서 기도나 이런거 부어오르는건 티도 안나서 죽을수 있다고 했어요.

    외국처럼 다른 집아이에게 뭐 먹일때도 항상 물어보고 학교에서도 그렇고 이제 이 사건을 계기로 알레르기에
    대해서 좀 예민해졌으면 좋겠어요.

  • 3. ㆍㆍ
    '14.1.20 7:59 PM (182.209.xxx.14)

    전 닭 알러지가 있어요
    아주어렸을때부터있어서
    엄마가 늘 말씀하셨어요
    닭 먹으면 죽을수있을만큼 위험하다고요

    그리고 학교입학하면서 제옷 가방 등에
    이아이는 심각한 닭 알러지가 있다는 내용을 써서 여기저기 넣어두셨구요
    늘 닭이나 닭고기 함유음식은 절대 먹어선 안된다는걸 귀찮을정도로 말씀하시고
    상비약은 꼭 몸에지니고 있도록 훈련시키셨어요

    그래서인지 딱한번 비행기에서 기내식에 닭육수가 섞여있었는지 반응이 와서
    에피펜 주사한거 말고는 오십여년동안
    큰일 없이 잘 지내고있어요

    학교다닐때도 직장생활할때도 제 상태를 얘기해요 정확하게~
    해서 급식을할때도 엄마가 식단표를 챙기시고 저도 확인하고 선생님과 반애들도
    챙겨줬어요
    급식실에서도 닭종류가 들어가면 반에 연락을 해주셨구요

    사회에 나와서도 회식이나 점심때 좀 의심스러운건 안먹었구요

    귀찮을때도 있었지만 목숨과연결된거라
    늘 신경쓰며 살다보니 이젠 그냥 일상이 되더라구요

  • 4. 근데
    '14.1.20 8:05 PM (61.102.xxx.19)

    체질이 변하긴 하더라구요.
    저도 꽃게를 참 좋아해서 많이 먹었어도 별 이상 없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 알러지가 생겼어요.
    죽을만큼 심하진 않지만 좀 덜 신선하다 싶은걸 먹었다 하면 식도랑 입술이랑 막 부어 올라요.
    그래도 좀 지나면 나아지구요. 신선도 좋은건 괜찮고 익은건 괜찮아요. 그래서 게장을 거의 못먹어요.
    참 좋아 했는데.....

    그리고 저는 벌 알러지가 있어서 벌에 쏘이면 원글님처럼 난리 나요.
    중딩때 한번 쏘였다가 완전 원글님 같은 반응이 나서 죽다 살았어요.
    근데 이건 제 동생도 그렇더라구요. 동생도 이후에 한번 쏘이고 저처럼 그랬어요.

    사실 전 어려서 아팠을때 벌침을 맞은적이 있어서 괜찮을거라 생각 했었는데
    그런 반응이 생겨서 너무 놀랐구요. 그 이후론 벌이 너무 무서워요.

    그래도 신기 하게 벌의 생산물인 꿀이나 프로폴리스나 로얄젤리 이런건 또 먹어도 잘 맞아요.
    이상 없이요.

    체질이 자꾸 변하니까 벌에 대한 반응이 변한건지 알수 없지만
    없던게 생기기도 하고 있던게 없어지거나 약해지기도 하더라구요.

  • 5. 제가
    '14.1.20 8:07 PM (119.64.xxx.19)

    아기때 복숭아를 작게 먹곤 발진이 생긴 이후로 엄마가 복숭아를 먹인적이 없었어요 저희식구들은 복숭아를 제가 오기전에 먹거나 아예 같이 못사먹고...그러다가 중 2때 친구집에 시험공부하러 갔는데 복숭아를 주셨는데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작은것으로 한조각 먹었어요 이번 아이랑 비슷하지요..첨에 괜찮았는데 온몸이 너무 가려워서 집에 왔고 밤사이에 온몸에 두드러기가..머리속까지두요..당장 입원해서 수액을 이틀동안 맞고 퇴원했어요 시험은 당근 망치고..다른것보다 두드러기 수준이 그냥 수두같은게 아니고 온몸이 부풀어 올라 사람같지가 않더라구요..정말 무서워요 알레르기..ㅜ

  • 6. ....
    '14.1.20 8:07 PM (147.46.xxx.91)

    아빠가 나이 드시고 돼지고기에 그렇게 심하게 알레르기 반응이 오세요. 그 전에는 일 년에 두어 번 정도 약한 두드러기만 나셨구요. 요즘은 돼지고기 육수 낸 것 조금만 드셔도 심하게 반응이 와서 약 휴대하십니다. 저도 간혹 돼지고기에 아빠와 같이 약한 두드러기가 나요. 조심해야겠더라구요.

  • 7. 무지
    '14.1.20 8:33 PM (219.251.xxx.135)

    알러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은, 참 답답한 소리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ㅜ ㅜ
    그래서 답답했던 경험도 많았답니다.

    저희 아이는, 음식 알러지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는데..
    털 알러지가 있어요. 개털...
    시댁, 시이모댁, 시동생네.. 모두 반려견을 키우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그 집에 갈 때마나 눈이 충혈되고 퉁퉁 붓고 가려움을 호소하고 코가 막혀 잠을 못 자고...
    딱 알러지 증상을 보이더라고요.

    바람 쏘게 해주고 집에 와서 샤워시키고 나면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자고 오는 걸 제가 많이 꺼려했어요.
    그러면.. 시어르신들은 "엄마가 유별나서 애가 고생한다"며, 제가 평소에도 깔끔 떨고 예민하게 키워서 아이가 예민한 거라며, 오히려 다 자고 가라고 하시고.. 제가 시댁에서 자는 걸 안 좋아하니까 아이 핑계를 댄다는 둥.. 어이 없는 소리를 하셨어요.

    그러다 등에 쫙 염증 반응이 올라오면서 호흡곤란을 호소해서 응급실에 가게 됐는데도, 그래도 엄마인 저의 문제라며 아이를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는 소리만 하시더군요.

    제가 밀어붙여서 알러지 검사 받게 했는데요..
    털 알러지 확실하고, 먼지나 풀.. 나무 등에 대해서도 반응이 올 거라며 주의하라고 하는데도-
    그래도 시댁 어르신들은 한 번 가면 아이를 붙들고 자고 가라고 꼬득입니다 - -;;;
    생명에 지장을 주는 거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려도, 약 먹이면 가라앉으니 약 미리 먹여두라는 둥.. 어이 없는 말씀을 하시죠.

    음식이 아니어도 이런데, 음식에 알러지가 있다면 얼마나 조마조마할까요.. ㅠ ㅠ
    많은 분들이 알러지에 대해.. 그 심각성에 대해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없던 알러지가 생길 수도 있고, 운 나쁘면 기도 쪽으로 반응이 확 와서 호흡곤란으로 숨을 거둘 수도 있다는 거...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ㅠ ㅠ

  • 8. 심각한 건 아니구요
    '14.1.20 10:57 PM (218.236.xxx.152)

    전 게장 먹으면 막 붓지는 않지만 설사할 때 있는데 그것도 알러지 증상인지..
    어릴 때 돼지고기 닭고기는 먹기만 하면 두드러기 났는데
    계속 조금씩 먹었더니 어느 순간 괜찮아지고 지금까지 알러지 반응이 없거든요
    게장 먹고 속 안 좋은 게 알러지 반응이라면 조금씩 계속 먹는다면
    괜찮아질 수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 9. 전 메밀...ㅜㅜ
    '14.1.20 11:18 PM (211.244.xxx.16)

    식당에서 냉면 한 젓가락 먹고 원글님 증세가 나타나
    속이 메슥거려 화장실갔다가 그대로 쓰러졌어요.ㅜㅜ
    호흡곤란에 혀까지 말려 정말 죽는 줄 알았다는....
    요즘 메밀차 주는 곳이 많아
    물 마실 때도 신경이 곤두서요....ㅜㅜ

  • 10. sunny
    '14.1.21 2:22 AM (59.9.xxx.235)

    저희애는 돌즈음 피검엔 계란만 나왔엇어요 그러다 두돌즈음 땅콩수치가 올라왔구요 그즈음 복분자엑기스 마시고 아낙플락시스 왔구요..
    얼마전엔 여지껏 잘 먹던 키위먹고 또 반응왔네요

    알러지 반응수치가 오르락 내리락하기도 하구요 특히 컨디션 따라 왔다갔다 할때도 있고..
    단순피부반응이 문제가 아니라..(피부반응도 무섭긴해요 접히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부풀어올라요..수포아니구요)
    토하고 설사하고 기도부어서 쉰목소리 납니다 ㅁ..그럼 일단 병원가야해요..
    단순히 유별나거나 예민해서 그런게 아닌데 잘 모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죠..저희ㅡ시댁도 그러는데요 뭐..여지껏 반응심해서 병원 달려간 4번중 2번이 시댁에서 먹고 그런거라 아이 심각해지는거 보셨지만 저만큼 크게 생각안하시는 듯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3927 곱슬머리 관리 어떻게 하세요? 고민 2014/01/21 989
343926 오늘 방학중인 아이들과 다들 뭐하고계세요?? 3 우중층 2014/01/21 1,314
343925 연말정산 잘 아시는분 질문이요. 2 .... 2014/01/21 948
343924 개인정보 기준부재와 안이한 대응이 피해 키웠다 (종합) 3 세우실 2014/01/21 722
343923 첫 명절과 산소가는 문제. 11 배려없는시댁.. 2014/01/21 1,730
343922 한집에서 남편이랑 남남처럼 사시는분 계실까요? 5 비우고싶다... 2014/01/21 2,792
343921 현실은 엉망,끔찍이여도 평온하거나 행복하신분들 계신가요? 11 ☆☆☆ 2014/01/21 2,923
343920 올해 귤 왜 이렇죠? 12 맛난귤찾아요.. 2014/01/21 4,115
343919 중요한 자리인데 옷차림 도와주세요. 1 **** 2014/01/21 975
343918 개명을 했는데...여권은 어떻게 하나요? 6 2014/01/21 2,473
343917 신발 뒤는 안 넓고 앞은 좀 폭이 넓은 신발 추천해 주세요 2014/01/21 545
343916 유기그릇 오프라인 어디서 많이 파나요... 2 미나 2014/01/21 1,423
343915 상가 임대, 권리금 관련 문제 잘 아시는 분 계실까요 질문드려요.. 8 집주인 2014/01/21 1,732
343914 직화타카레마셍 일본어 뜻좀 알려주세요 4 .. 2014/01/21 1,181
343913 심한 감기몸살 ㅠㅠ 살려주세요 4 ㅠㅠ 2014/01/21 2,529
343912 비지니스티켓이 있으면 pp라운지 이용가능한가요? 10 샤워 2014/01/21 2,378
343911 양수가 터져서 병원왔어요 9 00 2014/01/21 1,836
343910 남편하고 사이가 많이 안좋은데요 3 2014/01/21 1,904
343909 몹쓸 짓 당해도.. 말 못하고 눈물 삼키는 남자들 불쌍해 2014/01/21 1,306
343908 오래전 미드.. 5 제목좀요 2014/01/21 2,411
343907 실비보험료 좀 봐 주세요. 6 보험 2014/01/21 1,346
343906 요즘 올라오는 인간관계 사례들요.. 나를 발견하.. 2014/01/21 1,180
343905 미국 아틀란타쪽 지리 잘 아시는 분 댓글 꼭 부탁드려요^^ 3 다낭 2014/01/21 1,470
343904 디지털 피아노 어디서 사나요? 2 아카시아74.. 2014/01/21 1,083
343903 4남1녀는...재미없나요? 6 ㅇㅇㅇ 2014/01/21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