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커뮤니티에서 지니어스 내의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니어스를 보는 관점차이로 논란이 돼 각축을 벌이는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자의 관점에서는 막장드라마라면 작가나 감독을 욕해야지 왜 연기자에게 화살을 쏘냐며 단순한 게임예능을 가지고 참여자의 인성을 들먹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후자의 관점에서는 예능이지만 참여자의 성격 더 나아가 원래 가지고 있는 좋지 못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세밀하게 지니어스를 들어다봐야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니어스에 현미경을 대보려 합니다.
지니어스는 전자, 후자 중 하나가 아닌 두 가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예능입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능이 ‘무도’, ‘런닝맨’이며 후자의 대표적인 예능이 ‘아빠어디가’, ‘나혼자산다’입니다. 상금이 걸린 게임이란 포맷을 가지고 있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카메라가 참여자들을 따라가 그들의 행동과 말을 리얼하게 관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리얼의 문제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가이드만 있을 뿐이지 대본이 없다는 것이 현재의 일반화된 결론입니다.
그런데 무도와 런닝맨의 게임에서 간간히 배신이 일어나지만 인성을 따지지 않고 아빠어디가, 나혼자산다에서 연기자들의 실제 일상을 보지만 취향이나 성격을 거론하지 본성을 따지지 않는데 왜 지니어스에서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볼까요?
지니어스는 게임예능이란 포맷을 가지고 있지만 리얼관찰예능의 속성이 더 잘 드러나 있고 거기에다 큰 상금과 매주 탈락이라는 조건 때문에 단순한 재미위주의 예능에서 현실감이 더 가미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도와 런닝맨에서 배신하거나 룰을 어겨 게임에서 어느 편이 이긴다해도 막판에 다같이 위아더월드하며 끝내고 다시 친형제모드로 다음 주에 모두 돌아옵니다. 그런데 지니어스는 기분 좋게 위아더월드할 수 없는 상금과 탈락이 걸려 있습니다. 이것이 예능연기자가 아닌 리얼한 참여자가 되게 하기도 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그렇게 보이게도 합니다. 더구나 사적으로 친한 사람들끼리 모인 예능환경이 아닌 것도 그 이유가 됩니다.
가장 논란이 된 지난 지니어스 방송분(시즌2 6회)은 감정이입만 하지 않는다면 막판에 큰 반전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을 다룬 영화에서는 왕따를 당하거나 순진한 사람이 마지막에 승리를 거두는데 지니어스에서는 엄청난 뒤통수를 맞고 쓰라린 패배를 당하니 기분 좋게 감상을 끝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감정이입을 안 할 수 없는 게 지니어스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입니다. 많이들 언급했지만 지니어스는 ‘현실사회의 축소판’입니다.
매회 탈락의 위기에서 벗어나 최종 1등 상금을 노리는데 그 방법에 폭력과 절도(?)를 제외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도 좋다는 룰 아닌 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뇌싸움 이외에 연합과 배신은 수시로 일어나는데 이것은 시청자들이 허용하는 수위입니다. 그런데 시즌2에 접어들면서 허용할 수 있는 배신의 수위가 점점 가혹한 수준으로 넘나들고 지난 방송분에서는 절도까지 일어나 한 참여자가 하루 종일 게임에서 왕따 당하는 일어 벌어지고 끝내 그 절도행위로 탈락까지 하니 공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공분하는 감정이입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시즌2 부제가 룰브레이커)는 룰 아닌 룰이 있다 해서 게임참여자의 모든 행위를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수위가 있는데 그것을 점점 넘나들 때는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분노하게 됩니다. 현실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와 질서가 서로 갈등할 때 어느 한쪽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사회적으로 공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니어스는 현실사회의 축소판으로 여길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현실사회에서 공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이유로 게임예능에서 분노하는 것입니다.
지니어스가 회를 거듭하면서 방송인연합과 비방송인연합으로 점차 분리되며 서로간의 싸움으로 고착화되고 시청자들은 홍진호를 대표로 하는 비방송인연합을 응원하고 방송인연합에 대해서는 개개인을 혐오하는 수준까지 가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감정이입은 수위조절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참여자들은 배신을 비롯한 실제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행위들을 방송에서 하고 있는데 그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일까요? 그런 본성이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일까요? 예능을 전문으로 하는 방송인들(은지원, 노홍철, 이상민 등)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서 비방송인들과 다르게 볼 것 같습니다. 악플러들에게 반응하듯 아예 논란에서 벗어나 있을 수도 있고 시청자들은 예능을 예능으로 보지 않는다고 안타깝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니어스라는 게임시스템은 연기를 하는 방송인들을 일반 예능과 다른 방식으로 참여시키고 있다는 것을 방송인들 스스로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성격 내지는 좋지 못한 본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신과 절도 등 시청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위의 행위들 속에 방송인들은 게임이란 위장 또는 안전 장치를 통해 실제 일상생활에서 드러낼 수 없는 욕망들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회 아니면 언제 이런 욕망을 서슴없이 장시간 표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행위에는 비방송인들과 달리 예능에 능통하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위해 위악적인 연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분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지나친 비난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간 예능이나 실제생활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가진 노홍철의 경우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위악적인 연기에 더 방점이 있다고 봅니다. 은지원과 이상민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분의 화살을 게임참여자들 보다는 지니어스 제작자들에게 돌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즌2에서는 제작자들의 의도가 너무 뻔하게 보입니다. 시즌1에서도 연합과 배신이 일어났지만 두뇌싸움의 진면목을 보여줘 게임예능의 본연의 모습을 확인해 주었지만 시즌2는 연출자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듯이 두뇌게임 보다는 더러운 현실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데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이 현실세계의 반영을 지니어스에서 보고 싶었다면 인간본성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 <대부>를 관람한 것처럼 반응하겠지만 그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작품성 있게 인간본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가하면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천재들을 잔뜩 모아놓고 두뇌싸움이 아닌 배신싸움을 하도록 방관하고 있는 제작자들에게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니어스 글로 대형 커뮤니티마다 주말 내내 도배되고 있는데 이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감정과 욕망은 해소되지 않으면 계속 끓어오를 것입니다. 더구나 현실사회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데 그 현실을 점점 복사하고 있는 지니어스에 그 감정을 온라인에서라도 표출하지 않으면 스트레스에 병들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지니어스에 관심 없는 분들은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노가 마구 일어나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 분노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시 동일한 대상(사건)에 분노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가진 대답은 분노를 일으키려는 대상에 대해 이해해 보려는 노력 그 자체라고 봅니다. 더 풀어보자면 다면적으로 대상을 분석해 보는 것과 그 대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경청하는 태도라 생각합니다. 그 태도로 대상에 접근하면 이해하게 되고 더나가 인정하게 됩니다. 도대체 왜 그러지에 대한 해답을 풀면 시시비비의 판단에서 좀더 너그럽게 변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맘으로 지니어스를 보았기 때문에 저는 별로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회를 재밌게 본 편입니다. 그러나 제작자에 대한 분노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