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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거짓말을 봐주면 거짓말장이가 될까요?

그래요. 조회수 : 751
작성일 : 2014-01-10 17:44:57

작년에 있었던 일 입니다.


수업중에 건물 청소하시는 분이 오셨습니다.

 남자 화장실 바닥에 자꾸 누가 물을 뿌리는데 화장실 바닥에서 발견된 1회용 종이컵이 저희 학원에서 쓰는 컵이랑 똑같으니 아무래도 저희 학원생 중 누군가의 짓으로 추측이 되신답니다.

우선 남자 화장실이니 여학생들은 모두 배제하고....


남학생 중에 딱!!!! 짚이는 아이가  한 명 있었어요.


그런데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었지요.

 다음날 그 아이를 불러서 비밀리에 물어 보았습니다.

 나 : "**야, 청소 아줌마가 오셔서 요즘 자꾸 누가 화장실에 물을 뿌린다고 찾아 달라고 하는데, 선생님 생각에는 말이야.... 아무래도 우리 학원아이들 은 아닌 것 같은데, 청소 아줌마가 우리 학원 아이인 것 같다고 하셔. **이가 그랬을 리는 없고...
( 이 부분에서 연기력을 발휘했지요.) 혹시 누가 그런 짓하는걸 보거나 그 일에 관해 들은 것 없어? 있으면 선생님한테 이야기 해줄래? 비밀 지켜줄께."

 제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눈에  더럭 겁이 실리면서 불안한 듯 눈을 이리저리 돌리는 걸 보니 요놈이구나!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다렸지요... 자백을... ^^

**이 : 저는요, 누가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들은 적도 전혀 없어요. 저는 안했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 아이의 표정은 누가 봐도 너로구나~~~~ 싶은 표정이었습니다.

 나 :  "그렇지, **이가 그러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했어. 혹시 나중에라도 나한테 할 말 있으면 언제든지 와."

 다음날..... **이가 절 찾아 왔습니다.

**이 : 원장님, 제가 집에가서 잘 생각해 봤는데요. 화장실에서 누가 물 뿌리는 걸 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우리 학원 아이는아니었어요.

나 :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우리 아이들이 그랬을리가 없지. 고마워.

**이는 그 일 때문에 하룻동안 고민을 한 것 같았고 말을 하는 동안 계속 제 눈치를 살폈습니다. 아이를 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음날... 절 찾아온 **이...

**이 : 원장님. 사실은요, 제가 화장실에 물뿌렸어요. 죄송해요.

나 : 그랬어? 왜 그랬는데?

**이 :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나 : 그랬구나. 그런데 화장실에 물 뿌리면 청소 아줌마가 힘들다고 하시니까 이제 하지 마. 알았지?

**이 : 네 ~  ^*^

사소한 일이지만 한 마디의 추궁 없이 아이의 자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초등 아이들을 다루다 보면 사건사고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늘 써먹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항상 먹히는 방법입니다. ^^
꾸짖기와 체벌이 없는 학원을 만들고 싶은 저의 20년 이상의 시행착오 결과물입니다.
화내기보다 더 많은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긴 하지만요. ㅠㅠ

아이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어른들도 거짓말을 하지요.

어른들의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아이들의 거짓말은 혼나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말하자면 '자기방어'의 한 방편입니다.

저는 가끔 어른들의 거짓말에는 관대하면서 아이들의 거짓말에 굉장히 엄격한 분들을 봅니다.


아이들의 거짓말을 용납하면 습관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취조실의 수사관처럼 아이를 심문하고, 그 자리에서 진실을 밝혀 내는 것에 집중하고 아이와의 기싸움을 벌이곤 합니다.

거짓말에 대해 혹독한 훈육을 받았다면 어른이 되어서 거짓말을 전혀 안하게 될까요?


아님, 거짓말을 봐주면 거짓말장이가 될까요?


거짓말을 하고 '아싸! 속였다.오예~ 난 천재인가봐' 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아이의 눈동자에 실린 두려움과 불안함이 보이신다면 한 쪽눈을 슬~ 쩍 감아주세요.

그리고 시간을 주세요.

시간이 지난 뒤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마주하면, 무안함과 후회와 미소가 뒤섞인 아이의 고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믿음을 보여줘야 할 상대는 '신'보다 먼저 '내 아이' 입니다.


아이들은 믿는대로, 믿는만큼 자라니까요.

IP : 125.128.xxx.23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알카리
    '14.1.10 6:09 PM (59.187.xxx.13)

    정당한 정당방위는 아닌거 같구요..
    굳이 말을 붙이자면 자기방어라는게 더 맞을것 같군요.

    훈계나 꾸짖음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훌륭해 보입니다.
    문득 이 방법이 몇 세 정도까지 통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네요. 그러나 전혀 태클은 아니니 오해 마시구요.ㅜㅜ
    제가 접해 본 아이들에 대한 생각은 똑똑해진 아이들..그래서 영악하게까지 느껴지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한번씩 더럭 겁이 날 때가 있어서요.

  • 2. 원글이...
    '14.1.10 6:38 PM (125.128.xxx.232)

    저는 초등 아이들은 전부 이 방식으로 대합니다.

    거짓말도 할수록 느는데요, 이상하게도 거짓말에 엄격한 부모의 자녀들이 거짓말을 더 잘합니다.

    영악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른들의 입장일 뿐, 아이들을 보고있으면 다들 허술하고 어리숙해요.

    눈을 보면 알 수 있죠.

    저 아이들 다룬지 25년 째 되어 갑니다.

    이렇게 아이들 대해서 아이들에게 뒤통수 맞은 적은 없습니다.

    엄마들에게 뒷통수 맞은 적은 많지만요...

    '자기방어'.... 로 수정할께요.

  • 3. ....
    '14.1.10 7:22 PM (222.233.xxx.75)

    좋은 방법이네요
    저는 초1아들이 가끔 거짓말이랄까 뻥이랄까
    그런말들을 하는데 넘어가기도 하고 추궁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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