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익법센터 어필 등 20여개 단체로 꾸려진 '해외한국기업감시'는 10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진압 사태에 대해 한국정부와 기업이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앞서 캄보디아 의료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현재 80달러인 최저임금을 2배 수준인 160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왔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가 의료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시위를 무장경찰과 공수여단을 투입해 진압하면서 적어도 5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한국업체 보호 공문을 발송해 유혈진압을 부추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외한국기업감시는 이에 대해 "국제노동기준과 캄보디아 국내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총을 들이대며 목숨을 위협하는 캄보디아 정부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한국대사관과 기업의 요청으로 군부대가 투입돼 희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한국기업감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외교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9일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면담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캄보디아 현지 한국 의류업체의 책임도 강하게 물었다.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파업 유혈진압을 성토하는 가운데 한국기업이 속한 캄보디아의류생산자협의회는 경찰의 발포가 정당했다고 파업진압을 옹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파업으로 인한 기물파손과 조업차질을 이유로 노조 집행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노동탄압 방식을 캄보디아에 수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수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노총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외교부가 면담요구를 거부한 건 한국정부가 캄보디아 노동자 파업 유혈진압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외한국기업감시와 관련해 시민단체,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은 12일 오전 '이주노동자 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또 다음주 중 아시아다국적기업감시 네트워크에서 파견하는 진상조사단에 참여해 현지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