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마흔 다섯 된 아줌마입니다.
남편과는 결혼한 지 18년 되었네요. 중3 아들 녀석 한 명.
남편은 대기업, 저는 작은 기업 다니다가 프리랜스로 일하고 있어요.
밥은 먹고 삽니다.
아니 솔직히 밖에서 보면 너무 잘 살게 보여요^^ 저도 그런 자부심 같은 게 있었고요.
그런데 3년 전 제가 많이 아프고 난 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어요.
저는 정말 엄청 성실하고 일 중심적인 사람이었는데
건강을 잃으니 정말 너무 허무하더군요. 남편, 자식 다 소용없음은 물론이고요.
일을 줄이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제 인생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네요.
참 통속적이게도 그동안 믿고 있었던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
아니 지속적으로 조금씩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것 같아요.
가령 아무리 싸우고 사이가 벌어져도 남편이 나를 사랑하고 나 역시 그렇다고
굳게 믿었는데 그냥 어느 날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저를 알게 되었어요.
겉으로는 특별한 변화가 없지만 그 속은 아주 다릅니다.
웃긴 게 남편은 지금도 저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거짓말은 아닐 거라는 것은 알지만 뭐랄까, 남편도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요.
워낙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는 자존심 강한 스타일이라
같이 사는 여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스스로 못견디는...
좀 있으면 아이가 귀가하고 남편도 오겠지요. 혼자 있는 이 시간 자잘한 실금이 잔뜩 간 제 인생이
불현듯 너무 후회되고 슬프고 그럽니다.
제 20대에도 82와 같은 언니들이 있었으면 제 욕망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을텐데..
날마다 가면 쓰고 사는 것 같아 참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