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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아직 잊지 못했는데 말이죠...

... 조회수 : 4,296
작성일 : 2014-01-09 12:47:24
서울에서 자취생활 길게하면서
가뭄에 콩나듯이 내려가는 고향집.

내려가는 길에
그래도 용돈삼아 얼마 정도는 갖다드려야
하룻밤 자고 오는 여정.
눈치보지 않고 그나마 편하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현금 조금 담아 갖다 드렸건만
고맙다 잘 쓸게 한마디 말씀도 없이 
당연하듯이 받아 챙기시는 모습 저편으로 
학창 시절에 수업용 참고서 값 달라고 했다가
책 없으면 공부 못하냐고 한소리 하시던 모습이 겹쳐지더군요.

지난번 내려간 길에
친구들 만나고 본가로 들어갔다가
그래도 집에 짐은 풀고 다녀와야 하는 거 아니냐 한소리 들었던 터라 
집에 들러서 봉투 건네드리고 친구 만나고 돌아간 길
이번에는 집에 오자마자 냉큼 바로 나갔다고 한소리 하시더군요.
무슨 행동을 하든 눈 밖에 난 자식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오랜만에 내려간 집구석에서 
숨소리도, 발소리도 죽이고 있다 돌아와야 했답니다.

지난 여름
무더위에 지치셨던 건지 
언니가 선풍기 사라고 돈 십만원 주고 갔다고 말씀 하시데요.

올해 갓 서른된 저희 언니..
조그만 학원에 파트타임으로 수업하면서
갓 취업한 형편이라 돈 백만원 살짝 넘는 월급 받으면서
고시원에서 부채질 파닥이며 여름 보냈었습니다.
그 얼마 안되는 월급에서 고시원비에 차비에 생활비 떼고나면 얼마나 남는다고
거기다 학자금 대출까지 갚아나가고 있을 언니가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메면서 그 돈을 주고 간 건지 
아시는지, 아니면 알고 싶지 않으신 건지..

시골에서 
직원 예닐곱명 거르니고 공장 운영 하시면서
그래도 남부끄럽지 않게 사시는 어머니께서 
용돈 한푼 보태주지 않으면서 언니에게 받아챙기시는 모습 보니
그저 언니가 안쓰럽고 안쓰럽기만 하는데...

니 언니는 없는 형편에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서울에서 좋은 직장 다니면서 호의호식하는 너는 왜 해주는 게 없냐는 식으로
그렇게 제 귀에 들리는 건 
제 심성이 비뚤어져서이지, 어머니가 못나서가 아닐거에요..

몇년 만에 내려간 고향에서의 저녁식사.
김치 한통에 마늘 장아찌 놓고
고기 구워 먹었네요.
열심히 전기팬에 고기를 굽는 제 옆자리에 
그저 묵묵히 식사를 하시는 부모님..
고기는 뒤적거리며 굽는 거 아니라며 타박하시는 
바로 옆자리에 앉으신 어머니 잔소리에 
십여년 전에는
더럽다며 저와 같이 식사도 하지 않으시던 그 어머니께서
이젠 제가 구운 고기를 잡수시는 구나 싶어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저 왔다는 소리에
저녁에 본가로 건너온 언니가 
하룻밤 자고 나서 아침 먹고 돌아가는데 
언니 나가자마자 저에게 점심 먹고 너도 가야지 한마디 하시데요.

저녁에 모녀 셋이 앉은 자리에서 
서울 올라가는 기차표는 저녁 6시라 말씀 드렸는데 
앉아있지 영 불편한 자리이기도 해서 
쫓겨나듯 가는 구나 싶은 생각보다는
드디어 탈출하는 구나..싶더군요.

기차 시간 까지
여섯시간 넘게 남은 긴 대기 시간.
한달 전에 파격가 할인으로 예매한 티켓이라 변경도 못하고
오도카니 앉아있는데
어떻게 언니가 학원일 빨리 마치고는
저녁이라도 함께 하자고 와주더군요.

단둘이 자매끼리 오붓하게 저녁 먹는 와중에
내년에 아버지 환갑인 거 아냐면서
내년에 아버지 환갑때 뭐라도 해드려야 하지 않겠냐 하는데 
기함을 할 수 밖에요.

언니는 그 어린날에 발가벗겨져서 집밖으로 내쫓겼던 기억은 이미 다 잊은 건지..
그 추웠던 날에 혹시라도 누가 볼까봐 싶어 인기척에 계단구석에 숨어서 덜덜 떨었던
그 많은 겨울밤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소한 일 때문에 
이박삼일을 집에서 밥을 굶어야 했을 때.
거실에 있는 사과박스에서 어머니 몰래 사과 한알 도둑질 해서는
아삭이는 소리라도 날까 싶어서 숨죽이며 침으로 녹여먹었던 기억은
이제는 다 잊은 건지,

소풍이나 운동회날
도시락 하나 없이 애들 눈 피해서
물로 배를 채우던 그 서러운 날들은
아직도 제 기억에는 선명하건만...

그런 저에게
저와 같은 일을 당한 언니가 
아버지 환갑 타령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천진해 보여서
서울로 돌아오는 KTX 열차칸에서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데..

지가 무슨 효녀 심청이랍시고
바보천치 마냥 저러고 사는 건지..

아버지 환갑은 무슨 소리냐고 
난 그런 거 모른다고 
시집가면 부모님이고 뭐고 없이 인연 끊고 살거라는 제 말에
어린 날 그 기억들 다 못 잊었다는 제 말에 
그건 니가 잊어줘야지 그럽디다.

저 역시
언니마냥
나빳던 기억은 훌훌 다 잊어버리고
좋았던 기억들만 간직했으면 좋으련만

전 아직 잊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희미해질 줄 알았던 기억은
자다가도 일어나서
지나간 과거를 서럽게 떠올리게만 하는데
꿈에서도 
저 같은 애 키우기 싫다며 짐싸주며 쫓아내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명한데..

그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난 결혼하면
죽어도 내 새끼는 
남의 손에 키우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렇게 서럽게 울면서 서울집으로 돌아왔네요.

잊으라고,
결혼하고 시댁가서 귀염받고
신랑에게 귀염받고 살면 되는 거 아니냐 하지만 

당장
헉소리 나게 조건차이 나는 
예비 시댁에선
절 또 얼마나 반대할지 감도 안 잡히고..
결혼 앞두고서 
고향집 내려가서 결혼할 사람 있습니다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는데 

고향집 다녀온지 
하루가 지나도록
목구멍에 무언가 걸려있는 거 마냥
숨을 제대로 쉴수가 없네요.

준 건 없지만
바라는 건 많은 어머니..
낳아주긴 했지만 부녀지간 정은 깊지 않은 아버지..
그리고 그 모든 걸 잊으라 하는 언니.

하늘 아래 제 가족은 아무도 없군요.


IP : 182.219.xxx.209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ㅁㄴㄹ
    '14.1.9 12:49 PM (222.103.xxx.248)

    계모에요? 아니면 계모보다 못한 x이에요?
    이민가면 속편할텐데..

  • 2. 엇그제
    '14.1.9 12:50 PM (180.70.xxx.3)

    올린글인가요?
    똑같은 내용 읽은거 같아서리..

  • 3. ...
    '14.1.9 12:51 PM (182.219.xxx.209)

    ㄴ 10년 정도 제 돌봐주신 새어머니이십니다.. 엇그제 고향집 있으면서 좀 적었던 게 있긴 해요..

  • 4. 엇그제
    '14.1.9 1:00 PM (180.70.xxx.3)

    글쿤요. 본문내용이 익숙해서요.

    결혼하믄 서서히 멀어지세요.
    부모도 다같은 부모가 아니드라구요.

  • 5. ...
    '14.1.9 1:02 PM (1.241.xxx.158)

    인연 끊으시고 이제 발걸음 하지 마세요.

  • 6. 계모요?
    '14.1.9 1:03 PM (218.54.xxx.95)

    친엄마도 아니고.계모..것도..10년요?

    언니에게도 그만하라고..하시고..
    님도 그만하세요.

    절대 돈 주지마시고요.
    계모가 무슨 엄마인가요?남입니다.
    아버지도 새엄마 들어오면..새아빠되는거 아시죠.?
    그나마 둘 사이에 자식이 없나 봅니당.

    결혼식엔 부모 와야하니 결혼식까지 다니고..그냥 쌩까세요.
    난또 엄마라고..계몬 남입니다.

  • 7. ..
    '14.1.9 1:05 PM (182.219.xxx.209)

    이번에 다녀간 눈치 봐서는
    결혼식때 혼주 노릇도 안 해주실까봐 두렵네요.
    돈으로 어떻게든 남친이 녹여보겠다는데...

    그 난리 칠 거 생각하니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차라리 고아였으면
    사회복지 해택도 받으면서 좀 편하게 살았을 텐데..
    고아아닌 고아라 어릴 때 생고생은 있는대로 다 하고 커서는
    이제는 또 이런 게 발목을 잡네요.

    가뜩이나 남자친구랑 조건이 벌어져서
    예비시댁에서 저 곱게 안 보는데...

  • 8. 새어머니
    '14.1.9 1:08 PM (218.155.xxx.190)

    말다했네요
    무슨 용돈을 챙겨드려요 그냥 결혼할때까지 대충 잡고있다가 결혼하고 멀리하세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거네요
    새여자가 내자식한테 어찌하는지 모르고 치마폭에 싸여서 자식상처내고 그렇게 기른주제에 그여자는 엄마행세하는거.
    역겨울지경입니다

  • 9. 왠지
    '14.1.9 1:10 PM (223.62.xxx.67) - 삭제된댓글

    새어머니 같았어요.
    왜냐하면 어린시절 새어머니와 함께 생활한 저와 비슷 해서요.
    결혼한 지금은 새 어머니가 잘해 주는거 처럼 보이지만 가식 이라는거 다 알아요.남의 눈을 상당히 의식하는 사람이라..저한테만 잔인하게 굴었죠.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더없이 경우 바르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어요.그게 더 가증 스럽습니다.
    님 어머니 처럼 대놓고 미워 하는게 나을지도..
    새어머니와 살면 아버지도 새 아버지 된다고,아버지 한테도 정이 없어 명절두번 외에는 친정에 가지도 않아요.생신도 안 챙깁니다.남들은 부모님 환갑,칠순 걱정하는데 전 한번도 고민해 본적 없어요.저 역시 어릴때 무슨 무슨날 챙겨 받은 기억이 없네요.
    낳아준거 고맙긴 커녕 오히려 원망스러울뿐,아버지 역시도 저 낳은거 후회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암튼 다음생애엔 이런 악연으로 맺어진 사람들,다신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게 저의 바람입니다.

  • 10. ...
    '14.1.9 1:11 PM (119.196.xxx.178)

    님네 계모같은 사람에게 사랑을 구하지 마세요
    평생 절대 주지 않아요
    그리고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하세요
    이제는 힘이 역전되었으니 함부로 못합니다.
    님이 말마다 말대꾸하세요. 그러다 싸움나면 대들구요
    몇번 그리 해야 저쪽에서도 동등한 인간으로 봅니다.
    언니에게는 바보같은 짓 하지 말라고 하고.
    이제 만들 새 가정이 님 가정입니다.
    아버지는 남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남자는 자식에게는 특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존재라서요

  • 11. 헉..
    '14.1.9 1:11 PM (218.54.xxx.95)

    님..혼주 노릇 안해주면 그냥 남친에게만 이야기하고..돈으로 사세요.
    그렇게라도 하면 그것들이........정신차릴겁니다.못차려도 괜찮아요.그냥 다......버리세요.
    언니나 오라하세요.
    돈으로......업체에..하세요.

  • 12. 제제
    '14.1.9 1:14 PM (119.71.xxx.20)

    힘내세요.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아팠던 기억속의 그 아이는 그냥 멀리 멀리 보내 버리세요.
    그리고 보란 듯이 사세요..
    잘될거에요.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 13. ...............
    '14.1.9 1:24 PM (58.237.xxx.12)

    계모이군요.
    저는 생모인데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아무리 잊어도 예전처럼 비슷한 상황이 오면 상대방은 똑같이 대하지 않아도
    나는 예전처럼 행동하고 느껴버리더라구요.
    그만큼 나에게 예전의 상처는 크고 내속의 아이는 상처받은 그 상태인걸 알 수 있었어요.
    언니는 그냥 알아서 효도하게 두시고
    원글님은 계모와 멀리 떨어져서
    열심히 사셔셔 행복하게 사세요.
    혼주 이런거 업체에 돈 주고 사서 해도 몰라요.
    아는 분도 그렇게 결혼했는데 잘 지내고 있어요.

  • 14. dsf
    '14.1.9 1:24 PM (222.103.xxx.248)

    가짜 혼주 사세요. 얼마 안 해요. 그게 낫지 뭐하려고 돈 주나요?

  • 15. ...
    '14.1.9 3:31 PM (123.213.xxx.157)

    돈으로 녹인다구요?
    또 사위에게는 얼마나 바랄지
    전화해서 대놓고 못한다고 할 여자네요
    하여간 심뽀 더럽게 쓰고 사는 사람은 잘 되는 거 못봤어요

  • 16. 돈으로 녹이면
    '14.1.9 3:48 PM (1.230.xxx.51)

    돈독올라서 난리 칩니다. 그건 정말 최악의 수에요. 절대 돈 들이대지 마세요.
    차라리 돈 주고 혼주를 사시는 게 낫습니다.

  • 17. ...
    '14.1.9 3:55 PM (223.33.xxx.15)

    절대 돈주지 마세요.
    한번 주기 시작하면 계속 요구하고 더 많이 요구해요.
    님 남친까지 호구잡는거죠.
    반성도 안하는데 그 태도 달라질거 같으세요?
    그냥 고아라 생각하고 부모님 없이 하든가
    오고 싶음 오고 오기 싫음 오지말란 식으로 자리나 앉아있다 가게 하던가요.
    결혼식도 절대 상의하지 말고 님이 알아 하세요.
    계모가 님 결혼식까지 파토낼까봐 조마조마하네요.

  • 18. ...
    '14.1.9 3:58 PM (223.33.xxx.15)

    어릴적부터 인정 못받고 사랑 못받은 자식이 어른되서라도 인정받기 위해 더 잘하는 경우 많아요.
    근데 이게 무의식적인 반응이라 본인은 못느끼고 자신도 왜그러는지 설명을 못해요.

  • 19. 세상에
    '14.1.9 4:33 PM (211.202.xxx.120)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더니,
    부정은 정녕 없는거래요?
    그래도 그 어려움 속에 바르게 커서 다행이예요
    혹시 혼주석 앉지 않겠다고하면 연락주세요 제가 그냥 앉아 드릴께요.
    저 딸 시집 보낼때 입은 한복도 있어요.
    sentison@hanmail 이예요
    예비 시댁에서 조금 서운해하셔도 내 식구되면 좋아지실거예요
    시집가서 남편사랑 시부모사랑 듬뿍 받으며 알콩달콩사세요^^

  • 20. 윗님
    '14.1.9 6:34 PM (119.67.xxx.242)

    세상에님 처럼 저도 글 읽으면서 돈 밝히는 새엄마한테 와 달라고 하지말고
    내가 가서 앉아 있어도 되는데..했네요..
    전 아들 둘 결혼 시켰거든요..에효~ 안아주고 싶어요..
    차이 많이 나는 결헌은 힘은 좀 들거에요..제경우도 힘들더라구요..ㅠ.ㅠ
    절대 새엄마나 아버지한테 휘둘리지 마시구요..힘내세요

  • 21. ...
    '14.1.9 8:48 PM (175.253.xxx.48)

    ㄴ 대신 앉아 주신다는 분들..ㅠㅠ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짜 .. 집에서도 못 느낀 따스함을 82와서 느끼고 가네요..
    빈말이 아니라 정말이지 정말이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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