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셋인 여대생입니다.
부모님이 굉장히 보수적이시고 엄하고 칭찬이나 표현에 있어 인색하십니다.
통금도 있고 학생 때의 연애 같은 건 꿈도 못 꾸게 하시는 분들이라 저도 그걸 당연히 여기고 컸어요.
이성과의 접촉도 필요 이상으로는 삼갔고요.
중학생 때인가 입학하고서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는데 제 딴엔 신이 나서 집에 와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그래서 그게 뭐?" 하던 게 아직도 생각이 나요.
막상 또 성적이 떨어지면 돈 들여서 과외 시켜놨더니 이것밖에 못하냐고 이따위 대가리로 뭔 공부를 하냐고 불 같이 화내시기 일쑤셨고요.
무슨 일을 해도 긍정적인 쪽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게 되요.
저한테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부정적인 쪽이 일어났을 때의 대안의 구상이 우선이네요.
밖에 나가서 엄마 친구분이 "딸이야? 예쁘네." 하면 "얘가 예쁘긴 뭐가 예뻐 우리 첫째(언니)가 더 예쁘지." 하기 일쑤였고 머리 크기 전까지는 제가 못생긴 줄 알고 살았네요.
남이 쳐다보면 어디가 못나서 쳐다보는 건 줄 알았었기 때문에 타인과 눈도 못 맞췄었어요.
예전에 저 좋아해주던 친구가 넌 왜 눈을 안 보고 얘기하냐고 하기에 충격 받고 고치는 중인데 아직도 이 버릇은 완전히 못 고쳤네요 ㅠㅠ
고등학생 때는 이성친구가 성적으로 저를 조롱하는 얘기(XX 색기 있게 생겼다, 인적 드문 곳에 불러서 OO하자 이런 류의 얘기)를 듣고 충격 받아서 그 뒤로는 이성의 호의나 접근이 다 더럽게만 보여요..
후에 저런 얘기를 했던 애는 더 몹쓸 짓을 해서 고소까지 했었고요.
근데 이때도 분명 잘못한 건 저 쪽인데 부모님은 대체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저를 혼내셨었고요.
성인이 되고서는 이성의 접근이 좀 무섭기까지 해요.
진짜 좋아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육체적인 관계를 노리는 걸로만 보이고..
이래서야 혼기 차서 선 자리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성교제 같은 거 아예 못 해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후에 선이라도 봐서 어찌저찌 결혼까진 하더라도 아이라도 가지게 되면, 모성애는 학습되는 거라고 하던데 별 수 없이 저도 우리 엄마처럼 될 것 같아서 두려워요.
이쯤 되면 정신과 상담이라도 한 번 받아봐야 되나 싶기도 한데 이건 차선책으로 미뤄두고 싶어요.
저 정도는 아니여도 자존감 낮으신 분들 어떻게들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