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소비자보호 국한 … '반쪽짜리 女風'
인사·기획·재무 등 핵심보직 여성인력 발탁 가능성 낮아
금융권에 여풍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이 바람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은행이 새로 선임한 여성 임원들의 업무영역이 자산관리나 소비자보호 등과 같은 여성성이 강한 업무에만 국한돼 있는 데다 은행 인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부서장급 정기인사에서 인사·기획·재무 등 은행의 핵심 보직에 여성 인력이 발탁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신규 선임된 여성 임원의 대다수가 자산관리나 소비자보호·영업지원 등 여성성이 강한 업무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들 보직은 인사·재무·기획·여신심사 등과 같은 은행의 핵심 업무 파트에 비해 중량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성 인력이 과거에 비해 중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반쪽짜리 여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나타나는 여성 인력 발탁 흐름은 국내 은행들이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이해 일종의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여성 인력들이 기획·인사 등과 같은 핵심 부서장에 발탁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서장급 인사 대상자 중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 인력풀(pool) 자체가 남성 인력에 비해 뒤처지는 데다 ,,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부서장급 인사 대상자 중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10분의1에 불과하다"며 "외환위기와 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여성 인력이 은행을 떠났기 때문인데 풀 자체가 없다 보니 여성 인력을 핵심 부서장으로 발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인사담당 관계자는 "여성 인력들은 수월한 경력 관리를 위해 여성성이 강한 자산관리나 영업지원 등의 업무에 지원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 같은 행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여성 인력의 중용은 찻잔 속 태풍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겉은‘여풍’속은‘허풍’
채용인원 여성 60%불구 둘중하나 비정규직 깜짝발탁 여지점장도 1년만에 실적이유 좌천
최근 금융권에서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전무하다시피 했던 여성 임원이 속속 탄생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에는 신규채용 인력 중 여성 비율이 전체의 60%에 달했다. 얼핏 봐서는 그야말로 여성들의 전성시대다.
하지만 금융권 여성 인력의 절반 이상은 비정규직이나 창구 영업 등 단순 업무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최근 불고 있는 금융권 여풍은 허울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네트워크센터가 발표한 ‘금융인력 채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금융권 채용 인원 1만9051명 가운데 여성은 1만1343명(59.5%)으로 남성 7708명(40.5%)보다 많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규직은 51.3%에 불과하고 채용 인원 2명중 1명이 비정규직(48.7%)이다. 특히 비정규직 인원 중 무려 73.4%(6813명)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금융권 대부분이 여성 인력을 창구나 단순 보조 업무 등 주로 비정규직 업무에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증권·보험사 등 국내 120개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의 절반인 49.8%가 창구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성들이 창구영업(31.5%), 경영지원(30.5%), 일반영업(25.6%), 투자직무(10.6%) 등 다양한 직무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전국사무금융연맹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금융권에서는 창구영업직이나 콜센터의 경우 아예 계약직 여성만 채용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증권·보험 등 2금융권에서 최근 몇 년간 정규직으로 채용된 여성 비율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여성의 금융권 진입 자체가 막혀 있다 보니 채용 후 승진 등에서 동등한 기회 부여 같은 얘기는 논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한 증권사에서는 외부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한 여성 부서장을 지점장으로 발령 냈다가 최근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1년도 되지 않아 부장으로 내려앉히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권 내부에서 여전히 여성들을 단순직, 소모적인 인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일부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지만 요즘 금융기관 창구에 가보면 알 수 있듯이 예전과는 달리 취급해야 하는 금융상품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여직원들도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