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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 시어머니가 정말 좋아요.

ㅎㅎ 조회수 : 4,449
작성일 : 2014-01-06 13:57:33

저희 시어머니 시골 분이세요. 연세는 70대 초반이시고요.

며칠 전 유치원 애들 방학이라 시댁에 다녀왔는데, 남편 없이 애 둘 데리구 혼자 며칠 다녀왔네요.

옛날 분이라서 남녀차별..차별 수준이 아니고 남자는 양반 여자는 언년이 수준..으로 알고 계시긴 하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냥 시어머니 마음이 넘 따뜻하시고 겉치레 없는 분이라 좋아요.

저희 시골은 화장실이 푸세식이고 씻는 곳이 따로 없어서..며칠 지내다가 목욕을 갔는데..

목욕탕엔 평균연령이 한 60세 정도는 될 것 같더라고요.

역시 시골에 어르신들이 정말 많으신데,

저희 어머니는 목욕 가방이 검은색 장바구니..한약방에서 약 넣어주는 튼튼한 검은 가방 있잖아요. 그건데, 무지하게 날았는데도 그거 들고 다니시더라고요. 가방도 따로 없으셔요. 그냥 몸뻬에 달린 자크 주머니에 돈 넣고 다니시고요. (저도 몸뻬 빌려 입고 나가서 여자 둘이 몸뻬 ^^;) 옷도 진짜 수수한 옷, 잠바는 일하실 때 불 땔 때 불똥 튀겨도 크게 상관 없는 그런 작업복 같은 거 입으시고요. 좋은 거 사드려도 모셔두시고 결혼식장이나 서울 오실 때 정도 입으시지 평상시는 잘 안 입으시네요. 둘레 할머니들은 금목걸이 같은 것도 많이 하시고, 알록달록 예쁜 옷도 입으시고, 목욕 마치고 젊게 립스틱 바르는 할머니들도 계신데, 저희 어머니는 진짜 그냥 시골 할머니에요. 언젠가 권정생 선생님이 장에 나갈 때 검은 비닐 봉다리 들고 다니셨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권정생이 별다른 데 있는 게 아니구 우리 어머니가 권정생이구나..싶었네요.

옷은 겉치레를 안 하신다 뿐이지 정말 깨끗하게 세탁해서 입으셔요. 시아버지랑 노인 두 분이 사시는지라 빨랫감 많지 않다고 거의 손빨래 하시는데, 시골 볕에 말려서 삶은 듯이 좋은 볕내 나는 옷으로 날마다 갈아 입으시거든요. 평생 농삿일 하며 사신지라 손뼈마디가 다 튕그러지셨는데도, 세탁기 잘 안 돌리시고 늘 손빨래 해 입으셔요.

시골 내려가니 며느리야 뭐 손님도 아닌지라 아들 대동하고 갔을 때랑은 반찬이 완전 다르지만 ㅎㅎㅎ

그래도 아침에 애들이랑 늦잠 자는 며느리 안 깨게 쌀 밖에서 조용히 씻어서 밥 앉히시고

이불 잘 덮고 자는가, 보시고 이불 따시게 덮어주고 살금살금 나가시는 어머니..

허리, 다리 성한 데 없이 아프셔도 부지런하기로는 저는 따라갈 수도 없는 우리 어머니..

오늘 아침에 전화 드리니, 장으로 '도래(도라지)' 팔러 나가셨다 하네요.

어디서 파세요? 하니 장바닥에 다른 할머니들처럼 앉아서 파신대요.

다 파셨나 전화드렸는데 지금 못 받으시는 걸 보니 아직 밖에 계신가 봅니다.

날도 추운데...장바닥에 앉아 계실 어머니 생각하니 맘이 영 짠하네요

IP : 113.216.xxx.29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런글 쓰시는
    '14.1.6 2:00 PM (180.65.xxx.29)

    원글님도 좋은 분인듯해요. 삐딱하게 볼려면 한없이 삐딱하게 볼수 있는게 고부간이고 아무리 이쪽에서 선으로 대해도 저쪽에서 악으로 받으면 고부간은 답이 없는듯 해요 두분다 좋은분이고 원글님이 특히 좋은 분인것 같아요

  • 2. MandY
    '14.1.6 2:00 PM (59.11.xxx.91)

    원글님 마음이 넘 이쁘시네요^^

  • 3. 무지개1
    '14.1.6 2:02 PM (211.181.xxx.31)

    진짜 짠하네요..잘해드리세요^^

  • 4. 부럽네요
    '14.1.6 2:02 PM (116.37.xxx.215)

    원글님도 시어머님도. 근본이 선하고 따뜻한 마음과 눈을 가지셨어요
    원글님 아이들도 남편분도 또 원글님 부모님도....

    모두모두 좋으신 분들이네요
    복 많이 받으세요. ~~^^

  • 5. ^^
    '14.1.6 2:03 PM (39.116.xxx.177)

    원글님 맘이 정말 이쁘세요~
    시댁이라면 무조건 삐딱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원글님이 쓴 내용으로
    시댁 욕하며 시어머니 너무 싫다고 82에 올렸을꺼예요.

  • 6. ;;;;;;;;;;
    '14.1.6 2:08 PM (183.101.xxx.243)

    이글 저장해 놓고 마음이 나빠지고 화날때 보겠어요 원글님 마음이 너무 이쁘네요

  • 7. ^^
    '14.1.6 2:22 PM (58.145.xxx.183)

    복 받으실거예요.
    전 처음에 시부모님이 너무 밉고 나만 차별하는거 같고 말 못할 수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항상 좋으신것 만은 아니지만... ㅎㅎ 그래도 결혼 10년차가 가까워지니 늙어가시는 시부모님들이 안쓰럽고 딱하고 내 부모 마냥 생각 되요. 우리 시부모님 그래도 저한테 뭐라 안하시고 지끔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셨어요. 버릇없이 행동해도 그냥 없는 집에 시집 와준것 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에 다 참아주시고... 원글님 예쁜 글을 보니 저도 우리 어머님 아버님이 생각나서 막 써봤어요... 정말 마음씨가 고우세요. 항상 행복하세요.

  • 8.
    '14.1.6 2:27 PM (121.200.xxx.187)

    새댁 마음 씀씀이가 보이는 글이네요.

    이글 보면서 참 그시어머니의 그 며느님이구나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행복하세요.

  • 9. 저도
    '14.1.6 2:33 PM (220.86.xxx.66)

    저도 우리 시어머니 좋아해요.
    원글님은 정말 좋으신 분 같아요.
    원글님처럼 예쁜맘을 가지지도 않은 제가
    시어머니가 좋다고 할 정도면 얼마나 좋은분이시겠어요,.ㅎㅎ
    명절이 고달프지만 어머니가 보고싶어서 명절 기다려집니다.

  • 10. 아이킨유
    '14.1.6 2:36 PM (115.143.xxx.60)

    원글님이 착한 분이시라서
    시어머니가 좋게 보이는 거예요^^

  • 11. ..
    '14.1.6 2:37 PM (175.197.xxx.240)

    원글님!
    원글님 가족과 양가 부모님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한 글 감사해요^^

  • 12. 부러워요
    '14.1.6 3:02 PM (119.149.xxx.201)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행복하세요^^

  • 13. ........
    '14.1.6 3:24 PM (203.249.xxx.21)

    마음 고운 분이시네요^^

    저희 시어머니도 좋은 분이신데
    괜히 트집 잡기도 하는
    제가 반성되네요. ㅜㅜ

    이번 설에는 저도 어머니 좋은 선물 마련해서 내려가야겠어요. 평소에는 주로 현금이랑 먹을 것만 드리는데..

  • 14. 부럽다~
    '14.1.6 3:40 PM (211.114.xxx.137)

    결혼초 모든걸 본인 맘대로 휘두르려는 시엄니한테 질리고 남편이 못된 짓거리들이 부모한테 뭘 배웠나 싶을정도로 원망이 많이 쌓이고 하니 또한 시엄니 본인 말씀으로도 저는 어차피 남이라고 말씀 하신터라 저는 아무리 시엄니께서 뭔말을 해도 싫어요.남편이 살빠져도 제원망, 남편이 잘못나가도 제원망, 남편이 잘못했어도 제원망... 저는 시엄니가 싫어요..ㅠㅠ

  • 15. 저도그래요.
    '14.1.6 4:28 PM (121.165.xxx.225)

    저희 시어머니 맘이 좋아요.
    가끔 남편보면서 속으로 생각해요.
    너는 저런 엄마 있어서 좋겠다.
    물론 옛날 분이라 남녀 구별 있으시고 딱히 절 위해주시거나 하는 건 아니지요.
    아마 남편이 저한테 잘못해도 남편 편 드실테지만
    저런 엄마 저런 시어머니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 16. ㅎㅎ
    '14.1.6 5:13 PM (113.216.xxx.29)

    부럽다님..저라도 시어머니 그러셨으면 싫었을 거 같아요.
    좋은 시어머니 만난 거 복이지요. 감사하며 살아요.

  • 17. 반성합니다.
    '14.1.6 5:13 PM (175.192.xxx.241)

    읽는데 눈물이 나네요.

    고와서 고운게 아니고 곱게 봐야겠습니다...

  • 18. ㅎㅎ
    '14.1.6 5:15 PM (113.216.xxx.29)

    저도그래요님..너는 저런 엄마 있어서 좋겠다..라시면 본인 어머님은 많이 좋지 않으신가봐요.^^;
    전 제 친정 엄마도 되게 좋은 분이라 생각하고 자랐는데, 시어머니 보니까 시어머니가 더 좋으네요. 어머니께 제가 많이 의지하고 살아요.

  • 19. ㅎㅎ
    '14.1.6 5:20 PM (113.216.xxx.29)

    덕담 말씀 해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마음이 이쁜 게 아니고, 누구라도 저희 시어머니 같은 분을 시어머니로 두셨으면 저보다 더 좋아하시고 잘하셨을 거에요. 그만큼 저희 시어머니는 제가 생각해도 상위 1%에 속하시는 시어머니시라는 ㅎㅎ
    여태 10여년 뵈면서 잔소리 한번 들어본 적 없고, 넌 괜찮니 안 아프니 제 걱정도 정말 진심으로 해주시는 분이거든요. 제가 시골에서 집에 올라오느라고 택시타고 나오면서 택시 기사님한테 부모님 좋다 자랑을 했더니 "부모님이 아파봐야 진짜 효부인가 아닌가 알 수 있어요. 그때도 이 마음이면 정말 좋은 며느리죠."하시기에 쫌 많이 찔렸더랍니다...ㅠ.ㅠ

  • 20. 고부
    '14.1.6 6:00 PM (122.32.xxx.122)

    시집 와서 철 없을 때는 어머니 흉만 보였는데

    저도 아이 낳고 키우고 나이들어 가니

    어머니의 좋은 점이 많이 보여요.

    저도 우리 시어머니처럼 잔소리 안하고 맛있는 것 해주고

    건강에만 신경쓰라고 얘기 해주는 시어머니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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