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김수영-달나라의 장난 << 해석 민주주의란

조회수 : 1,715
작성일 : 2014-01-03 20:06:52

팽이가 돈다

...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 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都會) 안에서 쫓겨 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小說)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生活)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 보아도 나사는 곳보다는 여유(餘裕)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別世界)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機) 벽화(壁畵)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運命)과 사명(使命)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放心)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記憶)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IP : 222.97.xxx.7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낙랑
    '14.1.3 8:22 PM (220.73.xxx.40)

    서글프면서도 좋아요

  • 2. 김수영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14.1.3 8:47 PM (222.97.xxx.74)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우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0071 친정부모님의 차별.. 2 ... 2014/01/04 2,530
340070 스텐 남비 프라이팬 주전자 세척서비스 있나요? 1 wmf 2014/01/04 1,516
340069 중학생 영어인강 추천부탁드려요 3 열공 2014/01/04 4,075
340068 입덧할때 가족들 밥은 어떻게 챙겨주셨나요? 10 연공주 2014/01/04 2,854
340067 루비반지 어제 끝났죠..?? 6 dd 2014/01/04 2,273
340066 모의1,2등급인데 내신7,8등급 ..어째야하나요 27 고민 2014/01/04 4,915
340065 '한식 3총사' 제대로 알고 먹어야 건강 밥상 착한정보 2014/01/04 1,448
340064 짱구는 13까지 나온건가요..?? ㅇㅇ 2014/01/04 690
340063 레이져 토닝 토요일 2014/01/04 1,693
340062 [생중계] 故 이남종열사 민주시민장 영결식 (서울역 광장) 5 lowsim.. 2014/01/04 880
340061 음식물쓰레기봉투 사용법, 이렇게 해도 되나요? 8 음쓰봉 2014/01/04 3,836
340060 에*쿠션 만들어 쓰기 .. 해보셨나요? 3 네모네모 2014/01/04 1,991
340059 박근혜 언론 규제, 군사 독재로 돌아가 2 light7.. 2014/01/04 1,379
340058 흰머리 염색 몇 살때부터 시작하셨어요? 4 염색 2014/01/04 2,705
340057 The way we were(추억) -영화 5 미스티칼라스.. 2014/01/04 1,437
340056 대인관계의 정석 12 어렵다 2014/01/04 5,178
340055 이마지방이식 해보신 분들..부작용 있나요? 4 /// 2014/01/04 4,461
340054 시누이가 질투가 너무 심해요 8 작은 며늘 2014/01/04 5,808
340053 당당한 전업 19 당당하게 2014/01/04 3,816
340052 배추김치 담글때 소금양좀 갈켜주세요 6 님좀짱인듯 2014/01/04 5,003
340051 시어머니의 이런말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건가요? 15 2014/01/04 3,352
340050 거실에 입식테이블, 의자 두고 쓰시는 분들께 여쭈어요.. 2 /// 2014/01/04 2,250
340049 꽃보다누나 윤여정씨 설거지할 때 나온 팝송 제목 좀 2 올드팝 2014/01/04 4,119
340048 임신이나 유산경험 분들에게 급질이에요 8 ㄴㄴ 2014/01/04 2,279
340047 와인 잘 아시는 분..와인잔 추천 좀 슈피겔라우, 나흐트만 2 ----- 2014/01/04 2,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