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달나라의 장난 << 해석 민주주의란

조회수 : 1,678
작성일 : 2014-01-03 20:06:52

팽이가 돈다

...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 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都會) 안에서 쫓겨 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小說)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生活)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 보아도 나사는 곳보다는 여유(餘裕)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別世界)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機) 벽화(壁畵)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運命)과 사명(使命)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放心)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記憶)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IP : 222.97.xxx.7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낙랑
    '14.1.3 8:22 PM (220.73.xxx.40)

    서글프면서도 좋아요

  • 2. 김수영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14.1.3 8:47 PM (222.97.xxx.74)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우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2044 특보 제목하고는.. 3 미친.. 2014/04/18 1,456
372043 너무나 슬픈 글귀-발그림 1 1111 2014/04/18 1,860
372042 자꾸 오보나는 거 말예요 8 ㅠㅠ 2014/04/18 2,173
372041 배 선장은 정년이 없나요? 항공 조종사는 신체검사도 엄격히 한.. 2 선장 2014/04/18 1,903
372040 '안전펜스 없어' 사망자 시신 유실 우려 3 우려 2014/04/18 1,479
372039 같이 기억해내주세요,사고직후 17 빛나는 2014/04/18 4,282
372038 2층 진입중이랍니다. 9 힘내자 2014/04/18 2,343
372037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5 .. 2014/04/18 1,860
372036 세월호 안에 공기 주입된 건 확실한 건가요? 3 답답 2014/04/18 1,388
372035 뭐라도 도울 방법이 없을까요? 1 분당 아줌마.. 2014/04/18 874
372034 선장이 돈 말리던 상황이요... 9 1111 2014/04/18 5,475
372033 전우용님 트윗 11 공감 2014/04/18 3,323
372032 정말 무능한 정부 7 이틀이 넘도.. 2014/04/18 1,270
372031 여객선 '세월호' 사고현장 특별 생중계 lowsim.. 2014/04/18 1,316
372030 이선희30주년기념축하회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늘저녁 연다네요. 88 2014/04/18 15,069
372029 세월호현장실시간방송현황 2014/04/18 1,383
372028 홍모씨 두둔하시는분들 이거 보시길... 23 야구팬 2014/04/18 3,140
372027 이 와중에 축제홍보하는 지방단체도 있네요... 2 // 2014/04/18 1,188
372026 이래도 정신 못차리면..우리나란 정말 끝난겁니다..흑 15 ㅇㅇ 2014/04/18 1,855
372025 실시간 방송, 3: 48분 선체 진입 일부 성공 이라.. 7 ... 2014/04/18 1,573
372024 강남에 있는 학교 였어도 국가가 이런식으로 대응했을까요? 43 안산 2014/04/18 6,207
372023 어제 17일에 활동했던 잠수부 기사. 5 ... 2014/04/18 2,500
372022 실종자 가족 어머니 한분이 패닉해서 치료를 받네요 ㅠㅠㅠ 참맛 2014/04/18 2,340
372021 <펌>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분들과 스쿠버다이버의 차이.. 7 2014/04/18 1,987
372020 지금 ytn에 나오신 분이 ... 4 에혀 2014/04/18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