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달나라의 장난 << 해석 민주주의란

조회수 : 1,681
작성일 : 2014-01-03 20:06:52

팽이가 돈다

...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 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都會) 안에서 쫓겨 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小說)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生活)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 보아도 나사는 곳보다는 여유(餘裕)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別世界)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機) 벽화(壁畵)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運命)과 사명(使命)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放心)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記憶)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IP : 222.97.xxx.7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낙랑
    '14.1.3 8:22 PM (220.73.xxx.40)

    서글프면서도 좋아요

  • 2. 김수영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14.1.3 8:47 PM (222.97.xxx.74)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우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0591 아이들과 첫 해외여행입니다~ 어디로 갈까요?? 10 헬미~~ 2014/06/17 3,110
390590 예뻐질 수 있다면 성형 몇번까지 할수 있으세요? 12 아이쿠야 2014/06/17 2,585
390589 혹시 아이가 심방중격결손 수술 받은분 계신가요 1 lllll 2014/06/17 1,413
390588 52평 거실에 4인소파 너무 휑할까요? 5 ㄴㅁ 2014/06/17 1,917
390587 냉채족발 맛있나요? 6 dma 2014/06/17 1,968
390586 이 하나 금으로 씌우면 보통 얼마인가요? 2 .. 2014/06/17 1,754
390585 이 월급 어때요?(냉용펑) 4 취업 2014/06/17 2,082
390584 전우용 역사학자의 돌직구 5 저녁숲 2014/06/17 2,080
390583 새로운 시각에서 본 세월호 의혹 1 아마 2014/06/17 1,833
390582 청와대 민정수석의 위엄 하나같이 2014/06/17 1,304
390581 5~7세정도의 남자아이 디즈니 카스 자동차랑 레고 중 어떤 선물.. 2 선물 2014/06/17 1,150
390580 열살된 아이가 뒷꿈치가 아프다는데, 왜그럴까요? 6 열살아이 2014/06/17 1,438
390579 에어목베개 공기 어떻게 불어 넣으셨어요? 3 목베개 2014/06/17 2,544
390578 오디가 반값이네요. 13 거시기장터 2014/06/17 4,320
390577 이사고민~아주중 1 jjiing.. 2014/06/17 1,944
390576 아이 사회성 기르기 훈련하는 소규모 모임이나 단체 없을까요 3 ^^ 2014/06/17 2,207
390575 돈이 집에 머물지 않네요.....ㅠㅠ 4 오늘같은날 2014/06/17 2,753
390574 건물 시세는 어떻게 알아보면 될까요? 1 궁금 2014/06/17 1,542
390573 새누리 긴급회의 소집중.. 6 。。 2014/06/17 2,558
390572 하이마트 갤4미니 lg gk 0원 1 스마트폰 2014/06/17 1,355
390571 고등내신이 4등급안이면 6 ㄴㅇ 2014/06/17 3,423
390570 '힐링캠프' 김제동, 브라질 예수상서 세월호 희생자 애도 1 역시 2014/06/17 1,754
390569 집값 띄워 내수 살리기…가계부채 뇌관 불 댕기나 1 세우실 2014/06/17 1,681
390568 전세집 형광등 교체 집주인의 부담인가요? 세입자 부담인가요? 12 전세집 2014/06/17 33,400
390567 문창극 ‘보도누락’ 사태… SBS기자협회, 비대위 전환 2 샬랄라 2014/06/17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