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형님 제사에서 아주버님이 새해에 식구들끼리 여행 제안을 하시더군요.
형님 돌아 가시고 집안 살림 하랴 아이들 뒷 치닥 하시랴 회사에 다니 시랴 힘든 1년을 보내신
아주버님 이시기에 분위기를 맞춰 드리고 싶었어요.
근데 우리 식구들은 모두 집돌이 집순이 들인지라 놀러 가는 것 보다 각자 방에서
책보는 걸 좋아 하는 편이고 가끔 주변 산책만을 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이 크니 부모 마음대로 무작정 데리고 다닐수도 없고 그걸 남편은 온 가족이 동참 하지 않은걸 아주
싫어 하구요.
특히 시댁 이벤트에 자식들이 빠지는 걸 못 견디게 싫어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애들을 타일어 90%는 참석케 하지요.
이번엔 특히 저희가 이사를 하기위해 집 매매 때문에 여러가지가 겹쳐 저도 힘들고 애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아주버님 만 아니었다면 집에서 뒹굴 뒹굴 대며 놀면 딱이다 싶었어요.
설도 가까워 시댁엘 내려 가지 않아도 될것 같았거든요.
다 행히 이쪽 저쪽 매매 계약도 순조롭게 끝나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아주버님 께 이런 저런 일때문에
저희는 빠지겠습니다 하는 말씀을 드릴려고 전화를 했는데 차마 못하겠더군요.
며칠 힘들고 말지 아주버님의 기대를 꺽지 못하겠어서 저희집에 올라 오시라고 했어요.
큰 조카는 고3이 되는 지라 방학이 없어 못 올것 같다고 해서 작은 조카만 데리고 오신다기에
그러시라고 했어요.
계약서 를 쓰고 싱숭생숭해서 잠을 못자 아이 학교 보내고 잠이 들었는데 아주버님의 10후 도착 소리에
벌떡 일어나 눈꼽만 떼고 아주버님을 맞이 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부모님 까지 같이 오신 거죠 ㅠㅠ
아주버님 이야 시켜 먹어도 별 말씀 안하실 분이고 나가서 먹어도 되는 상황이지만 부모님들은
밖에서 돈내고 먹는 걸 마치 죄악시 하시는 분이거든요.
혼이 나간것 처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겨울 들어서면서 벼르던 조카들 패딩을 하나 사줄려고
쇼핑을 나갔어요.
인터넷으로 사서 보내고 싶었는데 조카들이 많이 마른 체형이라 칫수를 몰라 입혀 보고 사야 했거든요.
우리 부부 마음에도 들고 조카도 마음에 든다고 해서 패딩둘과 아버님 티도 고르고 해서 집엘 왔는데
어머님이 아버님 티가 마음에 안드신다고 다시 교환을 하러 갔어요.
이번엔 본인이 직접 고르신다고 해서 모시고 갔는데 아버님티는 2분만에 다른 칼라로 교환 하시더니
본인 옷들을 이것 저것 보시더군요.
전 조카들 옷과 아버님 옷으로도 많은 출혈을 했던지라 어머님 옷은 생각도 안했었어요.
그런데 매장을 못 벗어나고 계속 들춰 보시는 어머님을 보다 못한 남편이 패딩 하나를 들고 이것은 어떠냐고
권하자 마자 입고 있던 겉옷을 벗고 아들이 골라준 패딩을 걸치시더니 가볍고 너무 좋다고 하시더군요.
전 옆에서 벙쪄 있고 남편도 뻥쪄있고 어머님만 옷을 손으로 쓸고 또쓸며 거울 보시고 크니 작니 하시는데
차마 못 사드린다는 말을 할수 없었어요.
마음은 착찹 했지만 25년 어머님을 겪으면서 어머님의 옷 사랑을 알기에 사드릴수 밖에 없었어요.
집에 오셔서 아주버님과 아버님께 한소릴 들으면서도 싱글벙글 하시는 어머님이 귀엽기도 하고
밉기도 해서 헛웃은이 나오더라구요.
시댁에 가면 어머님 옷으로 꽉차 있는 장롱을 보여 주시면서도 맨날 옷 없다고 하시고
티 같은것 사셔서 마음에 안드시면 저 주시기도 해요.
다음날 아침을 먹자 마자 새로 산 패딩으로 갈아 입으시고 애 처럼 좋아 하시구요.
그걸 보면서 그래 아직 건강 하시니 옷을 보고 좋아 하시겠지 하는 마음도 들고 이사 하느라 한푼이 아쉬운
아들네는 생각을 못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 하더군요.
가시고 나서 남편에게 솔직히 어머님 께 서운 하다고 했더니 자기도 엄마가 거기서 옷을 살줄은 몰랐다고
솔직 하게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도 내색 안하고 결제 해 줘서 고맙다고도 하구요.
조카들 패딩이야 벌써 부터 하나씩 사줄려고 마음 먹던 거라 우리 형편에 과 하다 싶은 가격의
옷을 사면서도 아깝진 않았어요.
남편은 낚시를 좋아 하고 저는 책을 좋아 하는 것처럼 어머님은 옷을 좋아 하시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옷 값만 170만원가까이 쓰고 나니 속이 많이 쓰려 여기에라도 하소연 하고 싶어
글을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