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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옷을 무지 막지 하게 좋아 하시는 어머니와 쇼핑기.

은현이 조회수 : 8,893
작성일 : 2014-01-03 08:58:22

한달 전 형님 제사에서 아주버님이 새해에 식구들끼리 여행 제안을 하시더군요.

형님 돌아 가시고 집안 살림 하랴 아이들 뒷 치닥 하시랴 회사에 다니 시랴 힘든 1년을 보내신

아주버님 이시기에 분위기를 맞춰 드리고 싶었어요.

근데 우리 식구들은 모두 집돌이 집순이 들인지라 놀러 가는 것 보다 각자 방에서

책보는 걸 좋아 하는 편이고 가끔 주변 산책만을 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이 크니 부모 마음대로 무작정 데리고 다닐수도 없고 그걸 남편은 온 가족이 동참 하지 않은걸 아주

싫어 하구요.

특히 시댁 이벤트에 자식들이 빠지는 걸 못 견디게 싫어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애들을 타일어 90%는 참석케 하지요.

이번엔 특히 저희가 이사를 하기위해 집 매매 때문에 여러가지가 겹쳐 저도 힘들고 애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아주버님 만 아니었다면 집에서 뒹굴 뒹굴 대며 놀면 딱이다 싶었어요.

설도 가까워 시댁엘 내려 가지 않아도 될것 같았거든요.

다 행히 이쪽 저쪽  매매 계약도 순조롭게 끝나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아주버님 께 이런 저런 일때문에

저희는 빠지겠습니다 하는 말씀을 드릴려고 전화를 했는데 차마 못하겠더군요.

며칠 힘들고 말지 아주버님의 기대를 꺽지 못하겠어서 저희집에 올라 오시라고 했어요.

큰 조카는 고3이 되는 지라 방학이 없어 못 올것 같다고 해서 작은 조카만 데리고 오신다기에

그러시라고 했어요.

계약서 를 쓰고 싱숭생숭해서 잠을 못자 아이 학교 보내고 잠이 들었는데 아주버님의 10후 도착 소리에

벌떡 일어나 눈꼽만 떼고 아주버님을 맞이 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부모님 까지 같이 오신 거죠 ㅠㅠ

아주버님 이야 시켜 먹어도 별 말씀 안하실 분이고 나가서 먹어도 되는 상황이지만 부모님들은

밖에서 돈내고 먹는 걸 마치 죄악시 하시는 분이거든요. 

혼이 나간것 처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겨울 들어서면서 벼르던 조카들 패딩을 하나 사줄려고

쇼핑을 나갔어요.

인터넷으로 사서 보내고 싶었는데 조카들이 많이 마른 체형이라 칫수를 몰라 입혀 보고 사야 했거든요.

우리 부부 마음에도 들고 조카도 마음에 든다고 해서 패딩둘과 아버님 티도 고르고 해서 집엘 왔는데

어머님이 아버님 티가 마음에 안드신다고 다시 교환을 하러 갔어요.

이번엔 본인이 직접 고르신다고 해서 모시고 갔는데 아버님티는 2분만에 다른 칼라로 교환 하시더니

본인 옷들을 이것 저것 보시더군요.

전 조카들 옷과 아버님 옷으로도 많은 출혈을 했던지라 어머님 옷은 생각도 안했었어요.

그런데 매장을 못 벗어나고 계속 들춰 보시는 어머님을  보다 못한 남편이 패딩 하나를 들고 이것은 어떠냐고

권하자 마자 입고 있던 겉옷을 벗고 아들이 골라준 패딩을 걸치시더니 가볍고 너무 좋다고 하시더군요.

전 옆에서 벙쪄 있고 남편도 뻥쪄있고 어머님만 옷을 손으로 쓸고 또쓸며 거울 보시고 크니 작니 하시는데

차마 못 사드린다는 말을 할수 없었어요.

마음은 착찹 했지만 25년 어머님을 겪으면서 어머님의 옷 사랑을 알기에 사드릴수 밖에 없었어요.

집에 오셔서 아주버님과 아버님께 한소릴 들으면서도 싱글벙글 하시는 어머님이 귀엽기도 하고

밉기도 해서 헛웃은이 나오더라구요.

시댁에 가면 어머님 옷으로 꽉차 있는 장롱을 보여 주시면서도 맨날 옷 없다고 하시고

티 같은것 사셔서 마음에 안드시면 저 주시기도 해요.

다음날  아침을 먹자 마자 새로 산 패딩으로 갈아 입으시고  애 처럼 좋아 하시구요.

그걸 보면서 그래 아직 건강 하시니 옷을 보고 좋아 하시겠지 하는 마음도 들고 이사 하느라 한푼이 아쉬운

아들네는 생각을 못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 하더군요.

가시고 나서 남편에게 솔직히 어머님 께 서운 하다고  했더니 자기도 엄마가 거기서 옷을 살줄은 몰랐다고

솔직 하게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도 내색 안하고  결제 해 줘서 고맙다고도 하구요.

조카들 패딩이야 벌써 부터 하나씩 사줄려고 마음 먹던 거라 우리 형편에 과 하다 싶은 가격의

옷을 사면서도 아깝진 않았어요.

남편은 낚시를 좋아 하고 저는 책을 좋아 하는 것처럼 어머님은 옷을 좋아 하시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옷 값만 170만원가까이 쓰고 나니 속이 많이 쓰려 여기에라도 하소연 하고 싶어

글을 써 봅니다.

 

 

 

IP : 124.216.xxx.79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1.3 9:05 AM (118.46.xxx.192) - 삭제된댓글

    그럴수도 있겠다 읽어내려오다 170에 헉 하네요.
    왠만한분은 비싸다 그만둬라 하실텐데....

  • 2. 원글님 댁에
    '14.1.3 9:09 AM (163.152.xxx.122)

    원글님 댁에 1700만원의 복이 넘치길 바랍니다. ^^

    에혀... 때로는 전혀 예상외 지출이 한숨나오게도 하지만...(유리지갑 직장인인지라 벌이는 뻔하거든요)
    인생에 보상은 있더군요 ^^

  • 3. ....
    '14.1.3 9:12 AM (110.8.xxx.129)

    저희 어머니도 75세신데 옷 욕심 장난아니에요
    말로는 이 나이에 뭘 입어도 뭘 발라도 소용없다고 큰 깨달음을 얻은 스님같이 설교 해놓고
    시슬리화장품 상해서 버릴만큼 쟁여놓고 올 겨울 코트만 몇백짜리 몇개를 샀는지 몰라요..

  • 4. **
    '14.1.3 9:16 AM (223.62.xxx.62)

    마음이 쓰렸을텐데 부부가 지혜롭게 잘 넘기셨네요.
    대단하세요.

    1700 만원의 복이 넘치길 바랍니다.^^

  • 5. 은현이
    '14.1.3 9:18 AM (124.216.xxx.79)

    예전 형님과 나누던 시댁 식구들 뒷다마를 이곳에 털어 놓고 나니 좀 시원해 지는 것 같습니다.
    82 님들이 저희 형님 같아 마음이 푸근 하네요^^
    댓글들 위로 감사 합니다.

  • 6. ....
    '14.1.3 9:19 AM (121.160.xxx.196)

    애초부터 어머님 옷도 사 드렸어야된다고 생각하면서 글 읽어내려오다가 170만원.. 헉!!
    도대체 애들한테 얼마짜리 패딩을 사줬다는건지요.
    어른 남자 티셔츠 몇 만원
    어머님 패딩 25만원
    140만원어치에 애들 패딩 두개에요??

  • 7. 그래도
    '14.1.3 9:25 AM (58.236.xxx.74)

    제눈엔 남편의 고맙다 말 한마디만 보입니다.
    적반 하장인 남편도 얼마나 많은데요, 책까지 좋아하신다니
    남편분이 완전 멋진분같아요.

  • 8.
    '14.1.3 9:25 AM (115.92.xxx.145)

    우리애들 옷은 보리보리 이런데서 최저가 검색해서 사주는데
    아무래도 선물 옷은 백화점 가서 사주면 훨씬 비싸니까요

    애들 패딩 -한 30만원씩은 잡아서 두개니까 60만원
    남자티도 15만원 (닥스 정도는 사드렸을테니까요)

    어머님 패딩 65만원 정도 하지 않을까요? (어머님들 옷 너무 비싸요)

  • 9. ..
    '14.1.3 9:31 AM (223.62.xxx.48)

    어른들 옷값 후덜덜해요.
    저 금액의 대부분은 어머님 패딩이 차지했을거예요.
    아이들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는데
    엄마 떠나보낸 형님댁 아이들이 짠하네요.
    시아주버님도.
    시어머님 철 좀 드셔야할것같은데
    조카까지 챙기시는 원글님께 쌈지돈 헐어 주머니 넣어주셔야할판에.

    원글님 마음 알아주시는 남편분과
    마음 푸근하신 원글님 복받으실거예요.
    분명 올해 좋은 일 생기실거예요.

  • 10. 돌돌엄마
    '14.1.3 9:35 AM (112.153.xxx.60)

    그러게요, 남편이 좋은 분 같아요.

  • 11. 수ㅜ
    '14.1.3 9:38 AM (121.166.xxx.142)

    우리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ㅜ 아들네집 방문하면 옷타령부터...이럴때 얻어입어야지하시며 ;;

  • 12. .....
    '14.1.3 9:52 AM (211.222.xxx.137)

    글쓴님도, 남편분도 모두 선하고 좋은 분 같아요.^^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행동들이 글에서 묻어나와 보기 좋네요.
    싱글이지만, 이런 부부생활은 부러워요.

  • 13. 은현이
    '14.1.3 9:53 AM (124.216.xxx.79)

    형님 돌아 가시고 아무리 우리 부부가 신경 쓴다고 해도 조카들이 의기 소침 해진 부분도 있는것 같고
    어깨가 더 줄어 든것 같아 따뜻하게 입으면 어깨라도 펴질것 같아 좀 좋는 옷으로 사주고 싶었어요.
    아주버님이 많이 신경 쓰시겠지만 남자애들이 귀찮아서 옷을 안사도 괜찮다 하는 말을 그냥 고지 곧대로
    믿고 안사주셨더라구요.
    애들옷 60만대 패딩 2,아버님 티 10만, 어머님패딩은 50만 이랬는데 조금 할인 받고 일시불 계산 하니 저렇더군요.
    저희 남편 좋은 사람이라고 칭잔 해주시는데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시댁에 잘하면 아기 처럼 좋아 하고 그 후에는 자기가 나에게 잘 할려고 애쓰고 가끔은 이기적이기도 하는 사람이에요.

  • 14. 그러게요.. ㅠㅠ
    '14.1.3 9:53 AM (115.21.xxx.159)

    상처한 큰아들 아둥바둥한 작은아들에게 뭐 하나 해주는 거 없이 옷 더렁 얻어입으시고 좋다며ㅜ해맑음 ..
    에효 토닥토닥입니다

  • 15. 아휴 잘하셨어요
    '14.1.3 10:05 AM (222.238.xxx.62)

    남편앞에서 표안내시고 마음은 가계부빵구에있었겠지만 전체적인그림을 그려보니 올한해 건강하고 더이상 나가지않고 꽈꽉채워지는한해가 되실것같아요^^ 제가 그기운 넘치도록 소원빌어드릴께요 이상황에서도 시어머님의 귀여운부분을 찾아내셔서 마음다독이시니 시댁식구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분들입니다

  • 16. ㅇㅇ
    '14.1.3 10:20 AM (220.120.xxx.187)

    어머니도 참... 그래도 귀여우시네...... 하다가 170만원에 허걱했어요.
    님 정말 큰 맘 먹으셨네요. 그래도 마음 씀씀이가 이쁘셔서 꼭 복 받으실거에요.
    좋은 일 했다 생각하시고 잊어버리세요.^^
    남편분도 고맙다 하셨으니 됐죠. 뭐. 그 옷 다시 받아다 환불 할 것도 아니고 마음에 담아두시면 병 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 17. 사실
    '14.1.3 12:24 PM (211.192.xxx.155)

    어머님이 조금 철이 없으시긴 하네요.
    이미 지출이 과한걸 알면서도 본인 걸 또 사시다니.

    어머님이 살짝 철이 없으신것 같지만 사줘도 불만 투성이인 분보다는 귀엽기도 하고요.

  • 18. 원글님
    '14.1.3 12:33 PM (180.70.xxx.59)

    참 마음이 고운 분이시군요.
    엄마 없는 조카들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따뜻한 패딩까지 마련해 주시니
    조카들이 커서까지 내내 기억하고 감사해 할겁니다.
    어머님은 좀 철이 없다싶긴 하지만 잘 참으셨네요.

  • 19. 원글님 짱
    '14.1.3 11:43 PM (182.218.xxx.68)

    저였으면 울그락불그락 했을것같은데..
    누구 직장인 한달 월급값 아닌가요..힝 ㅜㅜ

    그래도 그순간 내색안하고 남편 체면도 세워주신것 같고
    엄마 잃은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기좀 세워주신것 같아서 참 마음이 따뜻하네요.
    더더더 좋은 일들만 일어나실꺼고 170만원보다 훨씬 큰돈 들어오실꺼에요.

  • 20. 마음이 훈훈
    '14.1.4 12:20 AM (96.235.xxx.139)

    원글님 10대 조카들에게 맘 써주시는 게 넘 예뻐요.
    애들 진학하고 결혼하고는 그런 소중한 순간들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가신 형님...
    묵묵히 옆에서 챙겨주시는 원글님을 무척 고마워할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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