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퇴, 국정원 대선 특검 실시'를 외치며 31일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한 이남종(41)씨의 빈소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밤 11시를 넘어서자 유족들도 자리를 비웠지만 고인의 생전에 인연조차 없었던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대신 자리를 지켰다.
신문기사를 읽고 우연히 조문을 왔다는 김대용(52)씨는 이날 조의금을 받는 자리까지 맡게 됐다.
김씨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기사를 보고 어쩌면 내가 대신 저렇게 죽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무거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못 한 일을 한 사람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의를 표하고 빈소에서 한 두 시간 고생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 외에도 이날 빈소에는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방명록에는 고인이 남긴 메시지에 공감하는 지역 시민모임 회원들의 이름도 적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 처음 고인의 소식을 접했다는 최모(24·여)씨는 "고인은 불의에 맞서고 돌아가셨는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하려고 왔다"고 빈소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두산 베어스 점퍼를 입은 유성민(35·IT업계 종사)씨는 "급하게 오느라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새해 첫날 가족들과 놀다가 페이스북에 올라온 기사를 봤다. 고인의 죽음을 주요 방송사 저녁 뉴스에서도 다루지 않는 걸 보고 화가 나서 가족들을 두고 급하게 달려왔다"고 차분히 덧붙였다.
1이어 "고인이 남인 '안녕들하십니까' 유서의 내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되는 영결식에도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밤 늦게 조문 온 최씨와 유씨는 새벽 내내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 참여연대, 국정원 시국회의, 기독교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은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장례위원회'을 구성하고 이씨의 장례를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례위원회 대변인실 실무를 맡은 김상호 국민의명령 서울상임대표는 "경찰 측에 고인의 유서 7건 중 국민들에게 남긴 유서 2건을 유족들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며 유서를 돌려받으면 내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남긴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이 빛독촉 문제로 분신했다고 몰아가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 이씨의 형이 묵과하지 않겠다고 대노했다"며 "기자회견을 열면 언론 보도 문제도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이 이씨의 유서를 돌려주지 않을 경우 2일 오후 1시와 3시 공식회의에서 영결식 중단 또는 규탄대회 개최 등 대응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