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조문과 문재인의 조문
http://v.daum.net/link/45801573?CT=WIDGET
우스운 일이 벌어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모이
자 홍석현 중앙일보 · JTBC 회장의 어머니인 고(故) 김
윤남 씨의 조문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다.
- 에서 발췌 -
지난 6일, 안철수 의원은 故 김윤남 씨의 빈소를 찾아 조
문을 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노회찬 지역구 꿰찬
뒤 삼성가 장례식 참석, 뭐라하긴 힘들지만 아이러니 한
것도 사실이네", "저것이 바로 새로운 정치인가? 똑같은
기회주의자처럼 보인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차마 글
로 옮기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했음은 굳이 언급하지 않
아도 되리라고 판단한다.
특히 문재인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우리보고 삼성
장학생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삼성가 조문은 우리 빼고
다 갔던데요?"라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
다. 그러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문재인 의원이 오늘
(7일) 오전 11시 故 김윤남 씨의 빈소를 찾은 것이다. 이
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문재인의 조문은 착한 조문, 안철
수의 조문은 나쁜 조문이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펼치
기도 했다. 씁쓸한 일이다.
안철수의 조문과 문재인의 조문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
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삼
성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던 사람이 삼성가에 조문
을 갔다면, 그것은 '예의' 차원일 거라고 인식할 수 있다.
반면, 삼성에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던, 혹은 우호적
인 입장을 보였던 사람이 조문을 갔다면 그것을 단순히
'예의'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필
자는 그것을 '공평'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싶진 않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누가 조문을 갔는가' 혹은
'그 조문의 의미가 무엇인가'가 아니다.
- 에서 발췌 -
필자는 삼성가에 조문을 가는 것과 삼성이라는 기업을
비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묻
고 싶다. 어째서 삼성가에 조문을 가는 것이 '나쁜 짓'인
가? '조문'조차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더 나쁜
짓은 아닐까? 혹은 그 태도 자체가 삼성에 쫄아있다는
방증은 아닐까?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안철수는 삼성에 머리를 조아리지만 정의로운 문재인
은 결코 그러지 않아'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문재인의 조문은 착한 조문이라고 자
위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은 예의가 바른 것이고, 안철
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거듭 강조해왔지만, 정치인은 시민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에 과도한 감정이입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특정 정치인을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좋
아하는 감정과 '지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대로 내가 싫
어하는 정치인이 있더라도, 그가 바른 말을 한다면 수긍
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감정'과 '지지'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우(愚)
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의로운 문재인'이라는 자기만의 개념에 사로잡혀서
모든 것을 파악하다보면, 어느덧 견강부회(牽强附會)로
치닫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것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끝없는 자기합리화에 매진할지도 모
른다. '안철수'에 대한 자기만의 개념화도 마찬가지의 문
제를 낳는다. 대상을 객관화시키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아와 피아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철수도 한 명의 정치인일 뿐이고, 문재인도 한 명의 정
치인일 뿐이다. 그들의 뜻에 따라, 그들이 이끄는 대로
시민들이 이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뜻에 따라
그들이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기
대를 걸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적어도 그들은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
들은 독단적이고 무지막지하게 사람들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 아닌가?
'조문'으로 정치인을 평가할 것인가? '조문'으로 편을 가
를 셈인가? 이젠 '조문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싸울 것인
가? 언제까지 이런 분열과 감정으로 '정치'를 바라볼 것
인가?
글쓴이 몽테스키외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착한 조문과 나쁜 조문
하늘 조회수 : 1,321
작성일 : 2014-01-01 17:33:08
IP : 180.69.xxx.11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354919 | 집에 가구없이 휑한거요.. 21 | .. | 2014/02/26 | 6,057 |
354918 | 가족여행 3 | 우유만땅 | 2014/02/26 | 720 |
354917 | 우리 강아지 신기한 이야기 15 | ... | 2014/02/26 | 2,963 |
354916 | 남편.. 철이 들긴 드는걸까요? 1 | 흠... | 2014/02/26 | 698 |
354915 | 오늘 핸폰 대란 뜬거 맞죠? 3 | ㅇㅇ | 2014/02/26 | 2,397 |
354914 | 7세 학원이나 홈스쿨 추천해주세요~ | 글쎄용용 | 2014/02/26 | 758 |
354913 | 이사람이 뭐래는건지 영어 번역 좀 해주세요 8 | ..... | 2014/02/26 | 1,043 |
354912 | 연 10프로 이자계산법좀.... 4 | 이자 | 2014/02/26 | 18,305 |
354911 | 실비가입시 기존 종신보험에 특약으로 추가하는거 어떤가요? 4 | 실비 | 2014/02/26 | 859 |
354910 | 비빔면, 쫄면을 안 밉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3 | 안맵게 | 2014/02/26 | 1,457 |
354909 | 영어유치원입학금 10 | 원글 | 2014/02/26 | 1,887 |
354908 | 연아 소치 프리 유툽 어디서 볼 수 있나요? 5 | -- | 2014/02/26 | 610 |
354907 | 연아와 오서 62 | 스피릿이 | 2014/02/26 | 11,971 |
354906 | 남양주시 인문계고등학교 비평준화지역인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요?.. 9 | 강사 | 2014/02/26 | 3,209 |
354905 | 읽어봐주오 도움 될거요 1 | 겨울 | 2014/02/26 | 472 |
354904 | 경찰대 입학식 4 | 인디고 | 2014/02/26 | 2,233 |
354903 | 학원과 아파트 공부방과의 차이점 5 | 최선을다하자.. | 2014/02/26 | 5,109 |
354902 | 82님 제발 주택담보대출 특판 좀 알려주세요 | 햇살가득30.. | 2014/02/26 | 456 |
354901 | 나뭇가지를 물에 담그면 뿌리가 나오나요? 2 | ... | 2014/02/26 | 1,054 |
354900 | 하루차이로 면접을 두 곳 보게 될 거 같아요. 1 | 고민 | 2014/02/26 | 659 |
354899 | 도로연수 원래이런거에요? 11 | ?? | 2014/02/26 | 3,645 |
354898 | 지난 주말이 환갑이셨데요... 13 | 환갑 선물 | 2014/02/26 | 3,784 |
354897 | 양념통들 대부분 씽크대 위에 두고 쓰세요? 11 | 질문 | 2014/02/26 | 3,574 |
354896 | 엄마 보톡스.... 5 | ㅇ | 2014/02/26 | 1,729 |
354895 | 구스다운 침구 사용 중이십니까? 8 | 에구 머리야.. | 2014/02/26 | 12,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