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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vs 공기업의 의미, 사무치는 체험

옹춘어멈 조회수 : 2,474
작성일 : 2013-12-31 02:59:53

철도 파업땜에 공기업 민영화가 한창 이슈인데

철도에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공기업의 의미에 관해 오늘 너무 사무치는 체험을 해서 글 올려요.

 

 

저는 깊고 깊은 강원도 산골짝의 커다란 집에 덩그러니 혼자 살고 있어요.

만 3년을 넘게 살아서 별별 일을 다 겪었구

집안 설비같은 것들 말썽나면 간단한 것은 직접 고치기도 해요.

 

저희 동네는 1년의 반은 겨울이라고 할 정도로 추운 동네라서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나면 정말 고생이예요.

길도 죄다 얼어붙거나 눈에 파묻혀서 AS 부르기도 힘들고요.

 

며칠전부터 심야전기 보일러의 누전차단기 부분이 계속 말썽이라서

AS를 불렀더니 일단 차단기 교체해보고 안되면 AS 다시 부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힘들게 눈길에 시내 나가서 차단기를 새로 사왔습니다.

 

코드 다 뽑고 보일러 패널 열고 분해하다가 웬걸...

찌릿!! 하고 감전이 되면서 펑!!!!!!!!! 소리가 나고

한동안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빛이 나며 뭔가 폭발을 해버렸어요ㅠㅠ

차단기는 전에도 직접 갈아본 적이 있어서 간단히 생각했는데 너무 놀랐죠.

 

감전 땜에 차단기 분해도 다 못한채로 그냥 두고

누전 사고 관련해서 미친듯이 지식인 검색하고 안절부절이었어요 ㅠㅠ

누전이 있는 거라면 저렇게 어중간하게 분해하다 만 상태로 두는 것도 위험한데

긴급 안전조치도 뭘 해야될지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그러다가 한전 123번이 24시간 상담이 된다길래

내일 기술자를 부를 때까지 안전조치라도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어요.

상담원이 해당 지역 담당자한테 연결해주겠다고 하고 기다리니 곧 전화가 왔어요.

들어만 봐서는 확실치 않다면서 자정이 넘었는데 직접 오시겠다더라구요.

 

 

방금 한전 아저씨 두분이 오셔서 문제되는 부분 수리해주시고,

긴급 안전조치 방법 가르쳐주시구 가셨어요.

 이 산골짜기에, 한해의 마지막 날에, 그것도 심야에

득달같이 와서 다 조치해주시구 출장비도 안 받구 그냥 가셨네요.

 

생각해보니 요즘 한창 이슈가 되는 민영화나 공기업 등의 의미가 실감났어요.

한전은 에너지 공기업이잖아요.

영리보다는 국민 전체의 공적인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회사죠.

24시간 상담에 심지어 이 산골짝까지 출장와서 무료로 수리를 해주다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사무치더라구요.

 

 

사실 아까 폭발하구나서 정말 무서워 죽는줄 알았거든요 ㅠㅠ

아무데도 물어볼 데도, 당장 조치해줄 사람도 없고

누전이 있는 거라면 그야말로 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 ㅠㅠ

 

사실 한해의 마지막 날에, 이런 산골짝에, 그것도 새벽시간에

출장 수리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너무 고맙더라구요..

만약 한전이 영리 목적의 민간기업이었다면 이런 서비스는 꿈도 못 꿨을 거예요.

민간기업이었다면 당연히 몇만원 ~ 십수만원의 출장비를 냈어야겠죠.

물론 전기사고면 집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으니 그 정도 돈은 전혀 아깝진 않아요.

오늘 오신 아저씨들도 출장비 안 받으시겠다는 게 너무 죄송해서

나중에라도 개인적으로 사례를 할 생각이고요.

어쨌든 한전이 공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양질의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거겠죠.

 

 

듣기로는 한전도 적자가 엄청나다고 들었어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발전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이라고도 하네요.

우리나라 전기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좀 싸다고는 합니다만..

 

저는 아낄 수 있는 데까지 필사적으로 아끼고,

전기요금이 더 오를지언정 그것은 받아들이더라도

한전같이 국가의 기간시설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지금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업으로 남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늘의 체험을 통해 굳히게 되었어요.

경영 선진화 뭐 이런 명목으로 민영화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덕에 저처럼 길이 꽁꽁 얼어붙은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조차,

12월 31일 새벽 시간에 무료 출장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거고,

이런 좋은 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다면

비록 달갑진 않지만 전기세를 약간 더 부담하는 것도 저는 감수할 생각이 있어요.

 

전기, 수도, 교통, 의료 등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는 부문들은

지금처럼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남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정부때 해외자원개발한답시고

3조 2천억 투자해서 꼴랑 2200억 벌어들였다는 광물자원공사,

이딴 쓰잘데기없는 공기업이나 정리하고 말이죠. -ㅍ-+

민영화를 했으면 진작에 경영진들 목을 다 치고도 남았을 미친 적자기업..

 

그리고 전기안전은 정말 생명과 직결된 문제네요 ㅠㅠ

한전 상담전화 123번(휴대폰은 지역번호 + 123) 기억해두세요..ㅠㅠ

모두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구 복 많이 받으시구요..

IP : 14.54.xxx.13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12.31 3:06 AM (223.33.xxx.126)

    원글님 글에 폭풍 공감!
    전기.수도.교통.의료등은 절대로
    민영화되면 안됩니다.
    가난한 국민들만 삶의 질만 떨어집니다.
    바뀐애 아웃!!

  • 2. 누구나
    '13.12.31 3:14 AM (50.148.xxx.239)

    저는 전기와 물을 포함해서 왠만한건 다 민영화가 완성되어 있는 미국에 사는데요. 우리집 전기나 수도 시설이 고장났다고 한밤중에 달려온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어요. 최악의 상황에 있어본 적도 없지만.. 길고긴 연말 연휴나 주말에는 꿈도 못꿉니다. 그냥 이 사람들 비지니스 아워가 될때까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다려야 해요. 심지어 수도관 터져도 우리집 내에 있는 것은 제가 다 물어주고 고쳐야 한다고 때마다 보험들라고 협박 카드 날라와요. 근방에 어느 거리에 수도관이 터졌는데.. 이 경우에는 집주인이 만불 넘는 돈을 들여서 고쳐야 하니까 미리 보험들라고 해요. 보험회사에서 보내는거 아니고 수도 관리하는 회사에서요. 요금도 무섭지만 써비스 기다리고 처리하는 거 기대하는 거 자체가 무섭네요.
    병원가는것도 그렇고, 전기 수도도 제발 내 몸, 내 집에는 아무 일 없기만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민영화란게 누굴 위한 건가 싶더라고요. 제발 한국에서는 목숨걸고 막아야 합니다.

  • 3. 옹춘어멈
    '13.12.31 3:20 AM (14.54.xxx.13)

    헉ㅠㅠㅠ 정말 그정도예요 ㅠㅠ 전 외국에서 안 살아봐서 몰랐는데 진짜 끔찍하네요 ㅠㅠ

    아까 폭발 후에 정신차려보니 손은 시커멓게 검댕같은 게 뒤덮혀있구 ㅠㅠ 너무 무서웠거든요.
    근데 집앞 전봇대의 관리번호 말해보라구 하더니 한 40분 있으니까 두 분이 바로 와주셨어요.
    진짜 꿈만 같았다는 ㅠㅠ

    님 계신 곳이었다면 돈은 둘째치구 기술자 부를 때까지 저는 불안에 덜덜 떨어야했을 거예요 ㅠㅠ
    님의 말씀 듣고보니 민영화란 게 진짜 일반 서민들 골수까지 빨아먹는 괴물같네요 ㅠㅠ

  • 4. .....
    '13.12.31 3:35 AM (39.118.xxx.43)

    그래서 나라의 기반산업은 나라가 갖았잖아요. 철도.지하철.물.가스.전기~~의료보험.공항까지 다~~~~넘기면 국민들은 살기 힘들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이치인데~~유언비어라고 덮으려 하니~~답답합니다.

  • 5. 옹춘어멈
    '13.12.31 3:42 AM (14.54.xxx.13)

    ㅠㅠ 전 오늘 정말이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경험을 통해 공기업의 혜택을 절감했는데...
    이런 것조차 괴담이고 종북이라고 한다면 정말 미친 게 아닌가 싶어요 ㅠㅠ

  • 6. 괴담이라 치부하는
    '13.12.31 3:51 AM (121.139.xxx.48)

    놈덜이야 지 이익이 달려있으니 그런거지만
    거기에 홀딱 속아 민영화가 좋다는 띨띨이들...
    돈 몇푼에 이런글에 쓰레기 댓글다는 무뇌알바들...
    잠 안오는 밤이네요..ㅜ.ㅜ

  • 7.
    '13.12.31 3:54 AM (122.36.xxx.75)

    큰일날뻔했네요 다음부턴 전기만지는일은 as꼭부르세요~

    철도ㆍ가스ㆍ물ㆍ전기 기본생활에 밀접된건 복지개념으로 적자더라도 운영하는건데

    저런걸 팔아먹을려하니 ‥ 대한민국 떠나고싶어요 안그래도 자살1위국가인데 ‥

  • 8. 옹춘어멈
    '13.12.31 3:59 AM (14.54.xxx.13)

    네 ㅠㅠ 한번 해본 일이니 또 하면 되겠지...했던 제가 어리석었어요...ㅠㅠ

    전기 민영화하면 진짜 끔찍할거 같더라구요..
    말이 민영화로 경쟁 유도해서 서비스 향상시킨다지...
    전기관련 인프라들이 전국적으로 단일체계?로 통합된 거 아닌가요??
    일단 누군가 선점하면 게임 끝일것 같은데..

    민간 전기회사들이 가격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서비스 제공할 거라는 건
    진짜 뱀파이어 선탠하는 개소리 아닐까 싶어요 ㅠㅠ
    다른 공공부분들도 그렇겠죠 아마 ㅠㅠ 아~~ 사악해 ㅠㅠ

  • 9.
    '13.12.31 4:17 AM (124.55.xxx.130)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그런 고마운 분들에겐 따로 뭘 보내도 요즘은 청렴이니 뭐니해서 절대 사례 안받아요.
    한전 게시판이나 등등에다가 그분들 성함이나 소속쓰시고 님이 받은 서비스에 대해 글 올리시거나 편지 보내주시면 그 편이 훨씬 도움 될거에요..

  • 10. 옹춘어멈
    '13.12.31 5:09 AM (14.54.xxx.13)

    아, 그렇군요 ㅠ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 11. ...
    '13.12.31 5:50 AM (1.247.xxx.212)

    한전도 이미 1999년에 발전사업은 민영화 되었어요. 돈 안되는 서비스나 아직 민영화 안되었죠

  • 12. 외괵순횐도로
    '13.12.31 5:58 AM (223.33.xxx.247)

    민자구긴은
    제설도 제대로 안되고 도로도 불량입니다

  • 13. 웃자
    '13.12.31 12:31 PM (59.14.xxx.191)

    위에 위에 분 발전 사업 민영화 안됏습니다 아직 공기업입니다

  • 14. ...
    '13.12.31 12:54 PM (118.38.xxx.40)

    발전은 분할되었는걸로 아는데 ..
    서비스만 아직 민영화 안되었나

  • 15. ..
    '13.12.31 5:06 PM (58.76.xxx.207)

    발전은 주식회사로 분할되었지만 한전이 대주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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