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학다니던 90년대에 "대박"이란 말을 실제로 썼던 기억이 없습니다. 2000년대 넘어와서 자주 썼던 말이었던 것 같은데. 어떤 인기 드라마에 대박이란 캐릭터가 있긴 했지만요.
근데 이 마지막회를 작가가 발로 쓴 거라는 분도 계시네요. 이상해요, 저는. 저도 칠봉이 작별인사 하는 부분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순수하게 끊임없이 바랬던 단 한 가지도 가질 수 없는 칠봉의 인생은 도대체 뭔가 싶어서요. 우리 가족들 슬금슬금 눈치보더니 집단으로 도서관에 간다는 메모 한장 남기고 사라졌네요. 귀여운 것들. 근데 아직 마흔 안 됐는데, 아직 폐경은 멀지 않았나, 근데 어쩜 이렇게 드라마 보는 내내 눈물이 철철 나는지, 정이 안간다고 여러 번 글 올린 쓰님 에피 나와도 울고, 심지어 2002년 월드컵 장면 펑펑 울면서 봤습니다. 한국의 역전골. 그 담날 아침 하숙집 마지막 식사는 물론이고요. 왜 일케 눈물이 나는 거냐고 물으면, 지나가 버린 젊은 날이 그리워서라고 하시겠지요.
전 다른 누구보다도 칠봉 캐릭터와 동일시한 것 같아요. 칠봉네 집에서 길만 하나 건너면 있는 아파트에서 십대를 보냈지요. 학원이나 과외도 별로 없던 시절에 연대갔으니 결국 모범생이었단 뜻이네요. 제 스스로 가졌던 자신의 이미지는 그게 아니었지만. 대학 들어가서 지방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고, 사투리의 매력에, 남자들의 거친 농담에 푹 빠졌습니다. 첫사랑은, 쓰씨 동향의 본과생과 만나 십 년 뜨겁게 연애했습니다. 청첩장도 파서 돌렸고요. 그러다가 제가 외국가는 바람에 흐지부지 됐지만... 그런데요, 다 지나간 일인데, 다 잘 지나간 지금, 전 아직도 칠봉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칠봉의 상처, 칠봉의 쓸쓸함. 담담함. 포기, 체념. 다른 분도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