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씻고 누우니 아까 낮에 있던 일이 떠올라 몇자 써봅니다.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마트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중간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니,
3살정도 아기가 유리문앞에 바로 밀착해 서있더군요. 그래서 문을 밀지 못하고 당겨서 열고 들어간뒤
그냥 문을 놓으려다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손을 문틈사이로 밀어넣고 아프다고 울기 시작하네요.
난 깜짝 놀라서 문을 놓지도 못하고, 계속 잡고 있지도 못하고 문을 더 벌려야 되나 좁혀야 되나 막 당황하고 있었는데요.
뭐 방금전 상황이 정확히 잘 기억나지도 않고 내가 막 가해자가 된 기분도 들고 복잡한 가운데 아무말도 못하고 엘리베이터에 탔어요..
어떤 젊은 아빠가 그 광경을 보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기 아내에게 아니야 괜찮아 안다쳤어. 내가 봤어. 문도 안닫혔고.
이래서 내가 '그죠. 안다쳤죠? 내가 혹시나 싶어 문을 놓지 않고 뒤돌아 본거라고' 얘기했거든요.
그랬더니 이 아빠가 '그래도 괜찮냐고 한마디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네요
근데 그 젊은남자 하는말이 묘하게 기분이 안좋더라구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오히려 그 아이엄마 나한테 와서 고맙다 해야하는거 아니냐. 근데 엘리베이터 타는 나를 보는 눈길이 쭉 시선을 놓지않고 날 주시하면서 머릿속으로 몽타주 작성하는듯한 날카로운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해하실려나요..
그런데 한수 더해서 이남자는 왜 나한테 그런얘기를 하나? 자기입으로 안다친거라고 얘기해놓고. 나때문에 안다친건데, 왜 내가 미안한짓을 한것처럼 안부를 물어야 한다고 하는거지?
애가 유리문에 밀착해 있을때부터 애엄마는 뭐하냐 애보살피지 않고? 이런생각이 들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인과 수다중.
아무튼 다치지는 않은거 같은데, 큰일 날뻔 한것도 사실이니까.. 오늘 하루종일 뭘해도 기분이 별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