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유서가 있다
어느 일본 작가의 자살 이유
"너무 지루하고 심심해서 간다."
근데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어이없고 장난스럽기도한 그 글이 그렇게 맘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팝업창처럼 불쑥 올라오는 충동적인 죽음에 대한 유혹은 그냥 그 기분으로 끓어오르다 다시 일상으로 회귀하기 마련인데
죽음 또한 어느 날의 바람처럼 그렇게 맞닥뜨리는 모습에 넘어갔다고 해야 하나...
통찰 가득한 경구보다 더 현실적인 이해를 줬다
스위스의 조력자살에 눈길이 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합법화되기까지 진통이 만만치 않았겠지만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 그런 제도를 만들고 국민의 이해를 모아
법으로 시행한 데는 분명 인간의 삶을 우선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
그런 제의와 여론이 일어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부럽다
연명치료 거부도 온갖 기득권의 생명 존중 철학이라는 허울 좋은 위선에 갇혀 개인의 존엄한 죽음마저
자본 놀음에 밀리는 꼴을 보면 죽음보다 처참하고 쓸쓸하다
이젠 돈 없으면 죽어도 죽은 게 아닌 빌어먹을 이 세상에서 뭘 기대 해야 하나 싶고 말이다
태어나 출생 신고 하고 죽어 사망 신고 하기까지 우린 제도와 규범에 쌓여 고작 서류 종잇장 하나에 남을 그걸 가지고...
정말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면 죽음에 대한 인식 전환은 반드시 필요한 거 같다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이다
어차피 죽음을 놓고도 장사하는 이 사회에 뭘 바랄까마는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그 홀가분하고 평화로운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사회가 노래하는 생명 존중의 가치가 누굴 위한 건지 모르겠다
나부터도 응급실에서 주렁주렁 기계에 묶여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살아있는 미라가 되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