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연인과 헤어진 후 기억이 잘 안나는 경험 있나요?

더리턴드 조회수 : 4,902
작성일 : 2013-12-22 04:30:26
십년이 다 되어가네요..?
제가 대학교 2학년 봄학기부터 3학년 여름방학까지 3살 많은 선배랑 CC를 했어요.(아마도)
저는 컴공, 남친은 정보통신. 전공이 조금 달랐는데 둘이 같이 복수전공을 경제를 해서 매일 붙어다녔어요. 학부가 같으니까 수업도 겹치는 게 많아서 정말 매일매일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고 학식밥먹고 남자친구가 집에 데려다주고..이어폰으로 음악 같이 듣고 서점가서 책구경하고 매일밤 통화하고 제가 아파서 학교 못간 날엔 약사들고 남친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우리 둘 다 용돈이 부족했는데 용돈 모아 서로 작은 선물해주고..이야기도 잘 통했고 스킨십도 좋았어요. 아, 이런게 사랑이구나 사랑의 충만함을 그 때 처음으로 느꼈어요.

그러다 어디서부턴가 엇갈려서..결국에 남자친구한테 이별통보를 받았죠. 너무 슬펐지만 그땐 정말 제가 순수했던건지 몇번은 매달려보다가 그냥 보내줬어요. 행복하라고..술도 안마시고 맨정신에 잘도 버틴게 지금보면 참 순수했단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그 남자친구와 사귄 기간이 아마도 1년반 정도 되는건데..학기로 치면 세 학기를 같이 다닌거구요.

그런데 그와 함께 했던 그때의 기억이 잘 안나는거에요. 헤어지고 나서 수강신청을 하는데 제가 들었던 과목을 시간표에 넣질 안나. 그와 들었던 과목들이 기억이 송두리째 안나더라구요. 내가 뭘 배웠는지 뭘 하고 다녔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났어요. 그냥 기억나는건 남자친구와의 일들 뿐.. 제가 공부를 안했냐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남자친구가 복학생이라 같이 다니면서 공부만 해서 저는 장학금도 그때 처음 받아봤거든요..그 시간표에 다시 넣은 과목은 a였나 그래요. 그과목을 들은 기억이 도저히 안나서 학사시스템 가서 성적표 열람해봤거든요. A가 공부 안하면 받을 수가 없는 점수잖아요. 그때 내가 몇살인지도 헷갈리더라구요.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동기들한테 나 몇살이냐고 물어보고;;;

지금 시간이 흐른 뒤 생각해도 신기해요.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그때의 기억이 안나네요. 남자친구가 그때는 내 전부였던 뭐 그런걸까요. 1년반 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만큼 사랑이라는 열병이 찾아왔다가 가버렸나봐요.

사랑은 다 그런건줄 알았는데..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그때 같지 않더라구요.
그 사람 생일은 기막히게 생각나요.
어쩌다 시계를 보면 시간이 그사람 생일일때도 많고..

제가 실연의 충격으로 단기기억 상실에 걸렸던걸까요? 근데 남자친구랑 있었던 에피소드는 다 기억하는데..

이런 경험 있으신 분 있어요?
IP : 58.143.xxx.7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3.12.22 4:58 AM (58.143.xxx.74)

    윗님 정확하게 짚어주셨네요..
    저의 정신없는 글을 읽고 이렇게 명료하게...^^

  • 2. ㄴㅇㄹ
    '13.12.22 6:39 AM (222.104.xxx.2)

    느낌이 동반되면 세세하게 기억이 난다고 하네요
    느낌? 열정? 그런 거..
    그래서 고대 학교에서는 감정을 동반해서 가르쳤대요

    노인들 어릴때부터 아주 세세하게 기억 잘하는게 많은데.. 어제 뭐먹었는지 기억 못하는 건 늙어서 있는 일들은 무감동하고
    어릴때는 감정이 넘쳐흘렀기 때문이죠..

    연애 당시에 애인하고 있을때만 감정이 동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열정없이 지냈다면 그럴 수 있죠.

  • 3. 저도
    '13.12.22 7:32 AM (112.166.xxx.100)

    그런거 같아요
    연인관계는 아니고, 부모님과의 문제들? 과거 부모님이 나에게 상처 주었던 시간들을 그냥,

    없애버리려고 하고 다시 부모님과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제 동생은 그런게 안 된다는데,,

  • 4. ....
    '13.12.22 8:31 AM (118.44.xxx.196)

    와우~ 동지 만났네요.
    전 더 심했어요.
    엄마가 남자친구와 헤어지라는 말씀을 처음으로 하셨는데
    다음날 아침 갑자기 남자친구 얼굴이 생각이 나질 않는거예요.
    그리고 그 추억들이 갑자기 초등학교때의 기억처럼 가물가물해지더라구요.
    정말이지 헤어지면 죽을것처럼 힘들줄 알았거든요.

    친구에게 전화로 상황이야기를 하니까 택시타고 오는거예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수 있느냐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떠오르지않고 가물가물해지는거예요.
    친구가 제 상태를 보고 충격을 받아 그 날 술 엄청 마셔댔어요.

    정말이지 하나도 가슴아프지않게 잘 정리되었어요.
    5년정도 만났고 정말 지독한 사랑이라고 표현할수 있을만큼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 5. 음..
    '13.12.22 8:43 AM (90.193.xxx.9)

    어떤면에선 방황할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생존본능으로 기억소멸이 일어나는지도..
    디테일에 집착하고 기억력이 무지 좋았던 저는..
    3년사귄 남자애랑 헤어지고는 차라리 머리가 나빠지길 기다리며 십년을 허비했네요.
    그 십년이 기억이 나질 않아서 억울하고 괴로운 때가 간혹있는데
    차라리 님처럼 기억상실에 걸려
    몇달간 다 지워진 채로 지냈다면
    십년을 허송세월하진 않았을 거 같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0842 저는 모성애가 없는 걸까요? 12 ... 2014/01/10 3,717
340841 저 정신좀 차리게 해주세요 12 조언 2014/01/10 2,675
340840 통일대박론’ 국민들 지방선거용 의심 수단도 없고.. 2014/01/10 617
340839 김진혁피디의 미니디큐- 역사를 잊은 민족 1부 3 이명박구속 2014/01/10 1,395
340838 30대 후반 미혼분들...돈 얼마 모으셨어요? 5 저축 2014/01/10 4,044
340837 ‘변리바바와 600인의 고기 도적’ 변희재 ‘밥값’ 사건 풍자.. 3 /// 2014/01/10 2,837
340836 이민호랑 정말 비슷하게 생긴 일반인 남자를 봤어요 7 헐랭 2014/01/10 3,449
340835 친구 커플 초대 메뉴 뭐가 좋을까요? 2 궁금녀 2014/01/10 935
340834 남편의 반찬투정 14 ᆞᆞ 2014/01/10 3,796
340833 지난주 세결여에서요 3 별게 궁금 2014/01/10 1,679
340832 安측 "역사교과서 논란, 이념논쟁 변질 우려&a.. 14 에고 2014/01/10 1,191
340831 어제 미스코리아에서 엿기름물인가 그게 뭔가요? 7 .. 2014/01/10 3,463
340830 버스 안 2 갱스브르 2014/01/10 813
340829 “원전 사고로 희망 잃은 후쿠시마에 목화씨 뿌렸다” 3 녹색 2014/01/10 1,832
340828 리틀팍스 프린트블럭이요~ 유료회원만 인쇄되나요? 1 영어 2014/01/10 1,639
340827 취임 두 달,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 /백분토론 2 이 정도는 2014/01/10 1,044
340826 안철수의 교학사 교과서 입장 : 대타협 36 회색지대 2014/01/10 2,574
340825 과외선생님 오시면 뭘 대접하시나요? 13 과외선생님 2014/01/10 3,201
340824 단 하루도 편할 날 없는 긁어 부스럼 정권 4 손전등 2014/01/10 775
340823 저녁준비 하셨어요? 2 백조 2014/01/10 999
340822 몸 약했던 과거가 자랑? 8 oo 2014/01/10 1,940
340821 펜디 로고 머플러 쓰시는 분 어떤가요? 4 .. 2014/01/10 1,925
340820 샌프란시스코 잘 아시는 분 3 궁금 2014/01/10 1,230
340819 전세금 변화없이 계약연장할경우 확정일자를 새로 받아야하나요 4 전세재계약시.. 2014/01/10 2,459
340818 아이들 빠진 이 보관하는 책 이를 2014/01/10 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