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 두살 먹은 처자가 남친과 사귄지 오년이 되도록 결혼 얘기 한번 터놓고 못해봤다면 믿으시겠어요?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건 남자친구가 먼저지만 본격적으로 사귀어보잔 얘기는 여자인 제가 먼저 하고 사귀게된 뒤로, 크게 싸울때마다 먼저 말꺼낸 내가 죄란 생각이 많이 들어서 절대로 먼저 결혼 얘기는 꺼내지 말잔 주의거든요.
어릴때 연애할 때 왜, 먼저 좋아한사람이 지는거,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 이렇게 말하는거 있잖아요. 그게 아직도 제 생각속에 깊이 있나봐요.
이미 서로 부모님께는 인사 다 드린상태고요, 각종 경조사에 얼굴 비치면서 가족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친구들사이는 말할것도 없구...
양가 부모님이 결혼쪽으로는 푸시를 전-혀 안하시는 분들이란게 문제라면 문제인 걸까요?
울 어머니께서 다만 "저얼때 니가 먼저 말 꺼내지 말아라" 라고 여러번 당부하시기는 했어요...
결혼은 남자가 먼저 청해야되는거라고, 그래야 나중에 탈(?) 이 없는거라고 하셨네요. 아마 아버지가 그닥 가정적이지 않으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마음속 얘기를 꺼내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이기는 해요. 먼저 나서서 일을 꾸미는 추진력이 약한 부분도 있고..
심각한 얘기는 가능하면 피하고싶어하는게 단점이지만 저는 남자들은 다 그런거 아닌가, 라고 생각해왔고요.
한마디로 우유부단하지만 그외에 많은 장점이 있는 사람이고 일이나 친구관계에서 보면 책임감과 의리가 있는편이에요.
서툴던 연애 초반 일이년의 시간도 지나고 이제 서로에게 단단한 믿음이 있는 사이라고 생각하는데 결혼 얘기만큼은 그사람도, 저도 하지를 않고 있네요...
제가 나이에 비해 안정이 비교적 늦게 된 편이라 이전까지는 결혼이나 아이를 갖는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올해들어 부쩍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이랑 하고싶단 생각이 들어요.
완전히 백점짜리 남편감은 아닐 수 있겠지만 서로 잘 의지가 되어주며 살아가는 이미지가 머리속에서 그려저요.
남자친구는 저에게 평소에 애정표현도 많이 하는편이고, 힘든일이 있을때 위로가 되주는 사람이고요..
주말이나 휴가, 연중행사나 가족행사등은 서로상의하는게 당연한거구요..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상식 정도는 서로 많이 닮아있는 편이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상황도 양쪽 다 기우는건 없어요.
그사람에 대해서 속속들이 모르는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결혼에 관한 생각과 아이에 관한 생각은 나눠본적이 없네요.
친구들 선후배들 결혼식에 같이 다녀올때 마다 너넨 언제 할거냔 질문 많이 듣는데 그때마다 민망해죽겠어요.
남친은 "글쎄, 다들 자기 순서가 있는 법이자나 허허허" 하고 얼버무리고 맙니다 ㅠㅠ
이년 전쯤에는 "누가 알겠냐" 라고 대답한적도 있었어요...
헐.. 그땐 얼마나 심란하던지.. (꼭 우리가 결혼상대일지 아닐지 누가 알겠냐, 로 들렸거든요..)
모르는척 '우리 결혼식은 이랬으면 좋겠다' 라고 조잘거려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지만, 부담을 주는걸로 비춰질까봐 그렇게는 못하고 '이런 결혼식도 괜찮은거 같네' 라고 일반적인 코멘트만 하는게 다네요. 그런 코멘트에는 그사람도 일반적인 대답만해요.
이번 크리스마스때 선물로 뭘 가지고 싶냐는 말에, 보석이 가지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이해를 했나모르겠네요...;
혹시 제가 결혼에 대한 확신같은걸 안보여줬기 때문에 겁을먹고 그러나 싶어 나름 힌트를 준건데.
약혼 반지로는 어떤 디자인이 좋을까 괜히 인터넷으로 알아보면서 김치국 마신지 한 육개월 됐다는거, 여기 분들만 아는 비밀인 걸로-
눈치없이 목걸이 귀걸이 이런거 받으면 속상할거 같아요.
거창한 프로포즈 필요없고 먼저 "우리 결혼하면 어떨거 같아?" 정도로만 얘길꺼내주면 좋겠어요. 그럼 그뒤로는 제가 얘길 잘 끌어나갈수 있을것 같은데..
남자들에게는 더 확실한 힌트가 필요한가요? 그렇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청혼을 이끌어내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다면 가서 등록하고싶은 마음이에요 ㅠㅠ
혹시 저같은 고민 있으셨던 분들있으시면 꼭 조언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