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부싸움이 반복되다보니, 화해하고 난 후에도 예전의 관계로 되돌리지 못하겠어요

결혼 7년차 조회수 : 6,170
작성일 : 2013-12-20 21:22:17

아이 키우면서 남편과 참 많이 싸웠어요.

별 시덥잖은 일에도,

그냥 사는게 너무 피곤하고 지쳐있어서,

내가 지금 남편에게 화내는건지 나한테 화나는건지 분간이 안가는 상황들도 많았고,

가끔 욱해서 말싸움 다다다다 하고나면 몇 번은 남편의 사과로, 또 때로는 나의 사과로, 가끔은 서로 흐지부지하면서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부부예요. 

그런데 얼마전, 남편은 우리 사이가 좋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남편이 제게 그러더라구요. 지금이 우리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인데, 서로 행복하게 다정하게 살아가고 싶다구요. 그러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자구요.

그런데 저는 말이죠, 그러기가 싫어요. 왜이럴까요?

싸우지 않는 상황인데도, 이미 다 지난 일인데도, 우리가 싸울 때 서로 주고 받았던 말들과 표정들이 잊혀지지 않고 계속 떠올라요.

예전엔 남편에게 종종 애교도 부리고 나름 예쁘게 보이고자 노력도 했지만,

이미 부부싸움중의 내 추한 모습들을 다 보여줬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레 애교부리는 것도 넘 우습고 가식적인것 같구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부부는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의무와 책임들을 잘 해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식어서 더이상 온정이 남아있지 않는 관계처럼 느껴져요.

우리사이엔 아이밖에 남아있지 않은것 같아요.   

IP : 125.184.xxx.203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na
    '13.12.20 9:30 PM (121.154.xxx.194)

    부부가 서로 못볼꼴 볼꼴 보이고 살고, 어느날은 죽일듯 밉다가도
    어느날은 짠하고 측은하고, 이 남자 없으면 내 삶의 의미도 없겠다 싶기도 하지요
    원글님. 부부는 서로 노력해야 해요
    남편이 먼저 손 내밀었을때 같이 맞잡고 같은 곳을 보셔야지요
    지금 어색해지면 이후로도 힘들어요

  • 2. 결혼 15년
    '13.12.20 9:36 PM (116.39.xxx.116)

    제가 쓴 글 같아요. 저런 감정으로 5년정도 산듯해요. 전 이젠 이 결혼생활 정리하고 싶은데 남편은 아니네요.
    싸우고 쨘하고 싸우고 쨘하고 왜 저렇게밖에 못사나 한심하다가 이젠 지긋자긋해졌어요. 웃고 있는 남편 얼굴을 봐도 화내고 소리치던 얼굴만 생각나고..

  • 3. 누구나 싸워요.
    '13.12.20 9:40 PM (58.236.xxx.74)

    애교, 격려, 칭찬, 5정도 하고 싸움 1정도하면 5가 저축되서 많이 상쇄된데요.
    추한꼴 보여줬는데 이제와서 무슨 애교냐 하지 마시고 부지런히 저축하세요.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가 진짜 좋아서 싹싹하게 구나요 ? 입금되니까 하는 거지.
    근데 그거보다 훨씬 중요한 가정생활, 아이들아빠와의 관계는 솔직함이란 미명하에 왜 성질대로만 해야하죠 ?

  • 4. dd
    '13.12.20 9:48 PM (110.175.xxx.76)

    그렇게 서로간 바닥을 보인건 두분다 가식이 없고 감정에 솔직해서 아닌가요?

    물론 이런저런 바닥을 한건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감정에 솔직한게 차라리 부럽네요. 원글님이나 남편분이나 누굴 만나던 그렇게 막장 안갈꺼 같아요?

    그냥 그건 사람 인성이고, 서로 맞쳐 나가는 겁니다. 안맞으면 그냥 이혼하는거구요.

    그동안 섭섭했던 언행이나 싸움들 때문에 앙금이 있다면, 좀더 마음을 열어보세요

    그래도 남편분께서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가오는거.. 참 좋은 기회인것 같습니다..

    이기회에 대화 많이 하시고.. 잠자리도 회복하시고...

    바닥까지 치닫기 전 서로에 대해 굳은 결심을 하세요.

    그전처럼 대화 언쟁 ..기타등등이 일어날듯하면..

    서로에 대해 싸인? (물 마시고 오기, 담배 피러 내보내기. 등등)

    싸움에도 기술이 있는듯..

  • 5. ㅇㅇ
    '13.12.20 9:56 PM (110.15.xxx.254)

    그래도 남편분 정말 좋은 생각 하셨네요. 남자가 먼저 그런 생각하는 경우 몇 없던데... 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데요 부부끼리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두명 모두 개선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태로 와요. 부부 둘 다 지금 님 같은 상태라는 거죠. 근데 그중 상당수가 결국엔 좋아져요. 근데 심지어 님 커플은 한쪽이라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는 상황이니 얼마나 긍정적이에요.
    지금은 아예 그러니까 왜 우리사이가 좋아져야하는가 자체에 대한 의문이 있으시니 다 의미없어 보이시겠지만 일단, 일단 뭐라도 노력은 해보세요. 그리고 부부상담 추천드려요.

  • 6. ...
    '13.12.20 10:18 PM (211.199.xxx.27)

    노력해야해요..나중에 남편까지 맘이 싸늘하게 식어서 바람이라도 나서 이혼하자고하면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울고불고 해본들 소용없거든요..와이프가 쌩~하면 남자들 다른여자 유혹에 더 약해지게 됩니다.외로우니까요

  • 7. 역발상
    '13.12.20 10:36 PM (121.183.xxx.99)

    자신의 밑바닥을 보였다고 이제와서 애교부리면 그게 위선인가요?
    그러면 세상 모든 사람을 위선으로만 대해야 한다는 얘기와 같지요.
    서로에게 상처가 된 시간을 어루만져주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서로간의 배우자입니다.
    정작 내가 아파서 자리에 눕게 될 때 최후까지 옆을 지켜주는 사람은 배우자입니다.
    아이들이 최후의 한 사람이 되어줄 것 같은가요?
    부부야말로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서로에게 상처내었던 것들 치유해주며 더욱 굳굳히 조화되길...

  • 8. ..
    '13.12.20 10:39 PM (117.111.xxx.175)

    식구인데 좀 아이처럼 되면 안 되나요??
    형제자매가 있으면 어렸을 때 기억해 보세요..
    싸운다고 치고 받고 물건 던지고 별 소리를 다해도 보통의 아이 때는 좀 시간 지나면 언제 그랬더냐 싶게 풀어져 있고 금방 웃거나 안아주거나 애교부리거나 하죠. 좋은 친구라도 그렇구요.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한 신뢰가 있으니까 그렇게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른이랍시고 언제나 멋진 모습으로 대하게 되지 않는다는 거 몇 년 결혼으로 충분히 자각하셨으면, 아이 때처럼
    생각하는 것도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이 폭력 사범이 아니라면, 우리는 식구야, 하고 싸운 거 잊어버리세요. 오히려 이렇게 아이같이 상대방을 믿고 대하는 게 어른다운 포용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일 수 있어요.
    남편 분 먼저 개선에 대해 이야기 꺼내는 거 보니 믿어도 될 분 같아요. 완전히는 못 믿더라도 조금씩 날마다 더 믿어주세요.
    화내면서 실컷 싸운 형제 사이에 우스개 소리도 애교도 많았던 거, 아이 때는 아무 생각도 없이 다 되지 않았나요? 식구가 좋은 건 그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같이 논다는 것일 거예요. 남편과 아내라면 이런 식으로 대하고 이런 식으로 상호 작용하고, 하는 틀 내려놓으시고 그저 좀 자란 어린이 두 명이라고 생각하고 감정에 솔직해지세요. 어떤 부부와도 다른 두 분만의 재미가 생기도록요.

  • 9. ..
    '13.12.20 10:49 PM (117.111.xxx.175)

    흔히 하는 말로 원글님 마음에 모가 있는 거 같은데
    남편 분보다 원글님이 더 마음닫고 있고 자신의 감정에 열려있지 못할 지 몰라요. 필요한 만큼 감정을 다루는데 서툴고 잘 포용하지 못하는 타입이 아닐까 싶은데, 잘 푸는 방법을 시간들여 배운다고 생각하고 여러 사람 말 참조해서 노력해 보시구요, 전문적인 도움으로 상담이나 좋은 부부 회복 프로그램 같은 것에 참여하시면 어떨까 싶어요. 말씀하신 대로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많이 놓치시는 상황같아 안타깝네요.

  • 10. 이혼위기
    '13.12.20 10:49 PM (110.70.xxx.46)


    이렇게 좋은 댓글이 많을 수가
    읽다 진짜 울고 갑니다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 11. ...
    '13.12.20 11:41 PM (112.144.xxx.100)

    막장도 견뎌 보고 바닥도 견뎌 보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인간이하의 국면까지 치달아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고 관용할 수 있는 품도 넓어지고,
    너나없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취약한지 결핍 투성이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
    그러므로 온전히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는 인간만이 다른 인간의 부족함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결혼이란 제도가 인간에게 주는 궁극적 보상이 아닐런지요.
    결혼이라는 선택에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면
    배우자라는 다른 인간에게서 별별 꼴을 다 보고서도
    또 견디고 버텨내는 인내를 어디서 배울까요.

    결혼이 서로를 책임지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면,
    좀 못 참겠다 싶으면 헤어지고, 뭔가 이해 안 간다 싶으면 등 돌리면서
    결국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품고 업고 견디며 사랑한다는 게 뭔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거예요.

  • 12. ...
    '13.12.21 12:03 AM (110.10.xxx.161) - 삭제된댓글

    남편을 아이처럼 생각하라는 말이 정말 와닿네요
    이런말하면 죄받을지 모르지만 하는 행동 생각하는것 모두 초등 울 아들보다 못하니까요
    저는 정말 남편을 지능이 떨어지는 장애아동 한명 키운다는 생각으로 대해야 하나요
    그 장애아동이 그나마 생활비는 가져오니 고맙고 대견하다는 생각으로 그리 살아야 하는건지...
    남편에 대한 모든 기대와 애정이 사라진 지금 남편이 불쌍하다는 측은지심이라도 생겼음 합니다

  • 13.
    '13.12.21 12:05 AM (175.223.xxx.4)

    댓글들 대박이네요 처음 82들어왔을때 쟁쟁하시던 훈훈한 선배님들 분위기 물씬나네요 이래서 82들어와요 넘 멋지세요들

  • 14.
    '13.12.21 12:05 AM (175.223.xxx.4)

    일단 저장합니다 ^^복받으셔요

  • 15. jj
    '13.12.21 12:41 AM (218.232.xxx.104)

    제가 쓴 글인줄 알았어요.. 딱 제맘

  • 16.
    '13.12.21 2:32 AM (175.118.xxx.234)

    남편분이 정말 큰용기 내신거예요ㆍ님은 아직도 자존심 세우고 있고요ㆍ서로 바닥보이고 싸우고 치가 떨리게 싫다가 갑자기 좋아지기 힘들어요ㆍ당연히요ㆍ근데 그냥 그대로 방치하면 골이 깊어지고 다시 회복이 어려워 정말 남남처럼 살아야 하는데 인생ㆍ아깝지 않으시나요? 그리고 아내의 싸늘한 태도에 남자들 생각보다 많이 상처받고 힘들어해요ㆍ 지금 제일 힘든때 이면서 제일 좋을 때 맞아요ㆍ저희는 일년 정도 힘들게 지내다 지쳐서 법원가기도 했었어요ㆍ근데 다시 노력해서 잘 살고 있어요ㆍ예전에 남편에게 얼마나 소홀했고, 또 존중하지 못했나 돌아보고 노력해요ㆍ물론 남편도 노력하지요ㆍ두분 아직 사랑하는거 맞지요? 그럼 함께 노력하세요ㆍ그간 싸운거 한 사람의 잘못 아니거든요ㆍ

  • 17. 원글님 이해
    '13.12.21 7:05 AM (118.46.xxx.72)

    저도 그런 심정 이었구요.남편의 반응도 똑같아요.
    하지만 그래놓고 다시 시비걸고.따지고.화내고...
    자기감정 풀려야 식구들에게 말하고ㅠ
    저희는 기다려야해요ㅠ
    그분의 귀하신 감정 풀려서 웃을때까지ㅠ
    그래놓고 사랑한다네요ㅠ
    불쌍한인간 인건 맞는데,나도 사람인지라 힘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1753 여성용 런닝중에 등이 올라오는 종류 있어요? 6 휘리릭 2014/01/16 714
341752 편의점음식중에 방부제;;ㄷㄷ 2 무엇이든물어.. 2014/01/16 2,745
341751 유기그릇 어디서 구매하셨어요?? 1 아줌마 2014/01/16 2,443
341750 경상대학교 통영캠퍼스 4 dd 2014/01/16 3,160
341749 막스마라 기본 코트.. 50만원 인데 살까요? 19 코트 2014/01/16 5,809
341748 에리히 프롬 책 상당히 울림이 있네요 6 감탄 2014/01/16 1,326
341747 결국 자기 엄마랑 비슷한 사람과 3 그냐 2014/01/16 1,142
341746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니 연락피하는 쇼핑몰업체 어떡해야하나요 1 수00 2014/01/16 1,307
341745 날씬하게 잘빠졌다 하면 다 몽클이네요ㅜ 슬림하게 잘빠진 패딩 없.. 6 길지않은패딩.. 2014/01/16 3,390
341744 이혼한 선배가 울면서 하는말이 26 그게 2014/01/16 25,774
341743 우리가 해외직구를 하는 이유.jpg 11 베티링크 2014/01/16 3,804
341742 돈 쓰는것보다 모으는것이 더 즐거워요 25 2014/01/16 5,028
341741 카톡을 pc 에 설치할 경우, 데이타는 안먹는거죠? 1 .... 2014/01/16 1,076
341740 몸이 붓는 느낌 1 나이들었나 2014/01/16 906
341739 연말정산 부모님 인적공제부분요.. 9 궁금해요 2014/01/16 8,414
341738 계약금 관련 문의 산길 2014/01/16 321
341737 박근혜 정부 언론관계자들에게 가장 뼈아픈 눈엣가시 1 dbrud 2014/01/16 684
341736 탈모약 추천 좀 해주세요 3 추천 2014/01/16 2,168
341735 군 고구마 껍질까서 속 발라놓은걸로 뭘할수 있을까요? 3 고구마 2014/01/16 796
341734 소시오패스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 4 마테차 2014/01/16 2,915
341733 좌담회 생중계 - 국정원 개혁특위 평가와 과제 lowsim.. 2014/01/16 657
341732 이런것도 화병인가요? 6 .... 2014/01/16 1,553
341731 초등 저학년이 들고다니며 읽을 책으로 뭐가 좋을까요? 4 아줌마 2014/01/16 1,003
341730 늑연골로 코수술 안전한가요?? .. 2014/01/16 5,580
341729 친구엄마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친구 만나는 아이 어쩌면 좋을까요? 6 여중생 2014/01/16 2,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