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도 고졸이었음에도 법조인이 될 수 있었지요...
변호인 영화와 맞물려 명문대 나오지 않고도 늦게 철들어 변호사가 되신 분 인터뷰 보고 마음이 짠하네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며 사는 이유는 "열심히 노력하면 나도 잘 살 수 있다"라는 희망이 없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serial=81039
[ 2013-12-19][인터뷰] "식당일에 막노동… 저 같은 사람도 법조인 되는 길 있어야" '제도 개선 TF 단장' 김한규 서울회 제2부회장
"고졸자도 법조인 될 수 있는 다른 통로 있어야"
“대학교를 안 나온 고졸자도, 저 같이 늦게 철 든 사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다른 통로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9일 발족한 법조인력양성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김한규(43·사법연수원 36기·사진) 서울지방변호사회 제2부회장은 전형적인 ‘비주류’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받지 못해 학급에서 간신히 꼴찌를 면했고 단지 성적에 맞춰 경원대(현 가천대) 법대에 진학했다. 엘리트로 손꼽히는 상당수의 변호사들이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것과는 판이하다. 집안 형편도 좋지 못했다. 유년시절에는 집안의 전 재산이 1000만원이라 보증금 1000만원짜리 월세에 살며 20 차례 넘게 이사했다.
“삼수 끝에 경원대에 진학했습니다. 삼수 전기시험에 또 떨어진 뒤 어머님이 우시는 걸 생전 처음 보고 인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때마침 조영래 변호사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고 당시 경원대에서 강의를 하던 한인섭 교수께 법률가의 상에 대해 듣고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설립한 지 10년 여 밖에 안 됐던 경원대에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경기도의 고시원에서 공부하던 그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이사를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어머니를 영원히 떠나보냈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아버지를 어떻게 보고 또 내가 죽어서 어머니 얼굴 어떻게 보나’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이어나갔습니다.”
공부하며 생활비조달… 전단지 돌리고 막노동도
식당 일 하다 합격 확인… 고시낭인 비난 말아야
늦게 철든 법조인도 나와야… 제도 개선에 온 힘
김 변호사는 TV에서 쪽방에 사는 사람을 보면 남일 같지 않다고 했다. 매번 집을 구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웠고, 아버지가 하던 일마저 잘 안 돼 그 때부터 8~9년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 전단지 돌리는 일에서부터 막노동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그는 합격 소식을 신림동 고시촌 ‘이룸식당’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다 접했다. “합격자 발표는 이미 오전에 나서 신림동 서점마다 붙어있었습니다. 식당일을 하느라 확인을 못하고 있었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확인하러 달려갔습니다.” 그는 “합격을 확인했지만 기쁨은 전혀 없고 일 하면서 1차부터 다시 공부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회상했다. 식당일은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연말까지 한 달을 더했다.
집안에 채무도 상당하다는 사실은 시험에 붙고 나서야 알았다. 사법연수원 시절 대출을 받아 아버지의 빚 수천만원과 시험공부할 때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 마흔 살에 결혼을 했고 연수생 대출 등 모든 채무는 최근에 다 갚았다. “빚 다 갚은 날이 시험 붙은 날보다 더 기뻤습니다. 예전엔 100원이 아까워 식당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지금은 3000~4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나 출세했구나’하고 생각합니다.” 그는 가장 싫어하는 말이 ‘고시낭인’이라고 했다. “저도 고시낭인이었죠. 개인의 가족사와 경제력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격려는커녕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으로 대변하듯, 김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 외에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다른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졸자도, 저처럼 공부를 못했다가 대학교에 가서 철이 든 사람도 법조인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1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서 로스쿨을 나와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김 변호사는 법조인력 양성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TF에서 연구를 통해 근거를 마련하고 UCC를 제작하는 등 대국민 홍보를 펼칠 계획이다.
로스쿨 제도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시각도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 문제입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내년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강제집행법 등 로스쿨에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분야의 실무교육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서울회 회원을 위한 것이니 당연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