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표창원 교수가 말하는 의료민영화.

..... 조회수 : 1,138
작성일 : 2013-12-19 12:28:47

http://www.facebook.com/cwpyo/posts/694621770578565




표창원
[의료 민영화 관련, 의료 소비자로서의 경험과 의견]

우선, 가족 중에 의사가 있고, 다양한 형태의 질환이나 사고로 의료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꽤 많이 이용해 봤으며, 영국과 미국에서 장기 거주하며 두 국가의 의료 시스템을 이용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드리는 말씀임을 밝힙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공영과 민영이 섞인 혼합' 의료 체계로 이해됩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영 '건강보험 공단' 체제 하에 국민 대다수가 지역 및 직장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죠. 의료 자격과 비용, 운영 체계 등을 모두 국가가 일률적으로 규제 통제합니다.

반면,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료인과 기관은 국공립과 사립으로 나뉩니다. 사립 혹은 자영이라 해도 국가 보건 체계와 건강보험 체계를 따르도록 되어 있죠.

일부 '비보험' 진료 행위와 대상자를 제외한 모든 진료행위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만 의료소비자(환자)가 부담하고, 대부분의 비용을 건강보험 공단에서 미리 정해져 있는 가액, 소위 '수가'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지급합니다.

제가 5년간 유학하며 경험한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국가보건제도(NHS)' 입니다. 건강보험료라는 게 아예 없고, 진료비라는 게 아예 없습니다. 저같은 외국인 유학생 조차 거주 등록만 하면 무료 의료를 받습니다. 의사 등 의료인들도 공무원처럼 국가에서 정해진 월급을 줍니다. 소위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편적 복지제도의 혜택이죠.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비효율, 불친절 등. 의료인들도 굳이 열심히 여러 환자 잘 볼 필요 없다보니 만만디. 병원도 굳이 병상 많이 개설할 필요 없다보니 대도시 큰병원에선 환자는 늘 줄 서 기다려야 하고... 그래서 최근 돈 있는 사람들은 '민간 의료보험'을 추가로 들고, 국가에선 국가 규제를 안 받는 민영병원 Clinic 을 허가해 줬죠. 

미국은 정 반대. 많이들 들으시고 아시지만, 민간 민영 사영 의료제도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모든 게 비싸, 다 비싸, '미란다 비싸'입니다. 제가 2005~6 1년간 초빙 교수로 있던 경험을 말씀드리면 (정확하진 ㅇ낳습니다, 오래 전 기억이라) , 풀타임 강의계약을 해서 연봉 3만6천불에, 의료보험료 월 1500불 + 아이 둘 200불. 성인인 아내 보험을 추가하려면 다시 1천 불을 내야 하는데, 아내가 도저히 안되겠다며 가입을 안했습니다. 월급의 반 이상이 의료보험료인 셈이죠. 만약에 그 1년 중 아내가 크게 다치거나 병에 걸렸다면, 수술비가 기본 수천 만원대라는 엄청난 위험부담을 감수했어야 했었죠. 다행히 건강한 아내가 1년을 잘 버텨줘서 무사히 살아돌아왔습니다. 그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아이들 감기로 병원 가면 갈 떄 마다 자기부담료 20불(2만원) 씩을 무조건 내야 했고, 추가 진료행위가 있을 떄 마다 추가비용을 내야 했습니다. 약값은 당연히 따로 내구요. 정말 '살인적인 의료 제도'였습니다. 대신에 의사들은 돈을 아주 잘, 많이들 벌고 잘들 삽니다. 병원들도 그렇구요.

우리 나라는, 이 둘 사이 쯤에 있는데, 사실 그동안 미국에 비하자면 '엄청나게 값싼 비용'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왔습니다. 국가도 영국처럼 큰 복지예산 부담없이 의료제도를 운영해 올 수 있었죠. 그렇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겠죠.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 의료서비스의 질, 병의원과 의사들의 불법, 제약사의 리베이트, 보험범죄.... 등 의료제도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경남도립병원 폐쇄 문제 역시 예외는 아니구요. 

특히, 자율적인 사립 의과대학이 양산한 의사들이 개업한 수많은 동네병의원들이 서로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 의료' 현장에서 엄청난 임대료와 인테리어 장비 대여료, 간호사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에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수가'가 너무 낮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동네 병의원들의 파산, 폐업, 의사들의 개인 파산 얘기가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눈 딱 감고 불법 편법 사용하거나, 진료보다 마케팅과 호객행위에 집중하는 '스마트한' 일부 의사들을 제외하곤 개업의들이 버텨내질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재단이나 병원의 영리활동을 허용하고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정부 발표는, 의사들에게는, 낮은 보험수가 인상은 없을테니 알아서 영리 장사로 수익 찾아라, 중대형 병원이 원격진료로 동네와 골목 환자들까지 다 뺏어갈거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이번 조치가 점차 의료시장을 민영화하고 외국에 개방해 미국같은 '의료 지옥'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듯 합니다.

즉, 지금 우리 의료체계 문제의 원인과 해법은 '건강보험제도의 비정상성'에 있는데 엉뚱한데서 찾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건강보험공단 재정 운영의 문제, 건강보험료 부과와 징수 상의 문제, 의료 수가의 문제 등을 제대로 짚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이, '민영화(사영화)'라는 변칙적이고 재앙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수단에 의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입니다.

전 의료전문가가 아니고, 관계자도 아니라,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관 관련해 나온 기사들과 전문가 의견들을 참고하고, 제 경험과 생각을 종합해 정리해 봤습니다.

혹시라도 사실관계나 논리, 판단 등에 문제가 발견되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의사들이 느끼는 문제와 우려가 현실로 옮겨질 경우, 저나 당신같은 일반 의료 소비자에게 닥쳐 올 문제입니다.

저도 계속 관심가지고 지켜볼 것입니다. 이글을 읽는 분들께도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IP : 218.159.xxx.16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의료민영화
    '13.12.19 3:57 PM (223.62.xxx.97)

    국민들을 어디까지 내몰건가요 정말 혹독한 겨울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3882 아이스하키 결승전 중계 안 하는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 8 하키 2014/02/24 1,636
353881 이제사 얘기지만 4 퀸연아 2014/02/24 1,073
353880 대중교통으로 [김해공항->영도] 가는법 문의해요 3 hola 2014/02/24 3,038
353879 남쪽에서만 선거해서 전체를 따먹었다고 쓰라? 교학사교과서.. 2014/02/24 478
353878 김연아 선수 금메달 못 받은건 인종 차별도 적용되지 않았는가 싶.. 6 .... 2014/02/24 2,021
353877 빵만드는 거 즐기시는 분들 계신가요? 35 ... 2014/02/24 3,392
353876 연아선수 폰 바탕화면에 깔 사진 좀 추천해 주세요. 5 우리연아 2014/02/24 726
353875 재혼시 아이들과 함께 입장 어떨까요 76 다시네식구 2014/02/24 7,057
353874 이럴땐 미안하다해야하지 않나요? 1 2014/02/24 769
353873 마장동 투뿔 고기 먹고 온 경험 끄적여봅니다. 가실 분들 참고하.. 7 ㅇㅇ 2014/02/24 3,743
353872 준구와 다미는 정확히 어떤 사이인가요? 6 @@ 2014/02/24 2,519
353871 어제부터 글보니 무섭...요즘 고3들 대체적으로 그런가요? 32 ㅡㅡ 2014/02/24 11,258
353870 집으로 가는 길을 봐도 그렇고 한국이란 나라는 자국민 보호라는걸.. 4 .. 2014/02/24 900
353869 세결여 무료로 볼수 있는 사이트 좀 알려주세요 8 ㅇㅇ 2014/02/24 1,339
353868 아름다운 하늘有 저푸른초원위.. 2014/02/24 463
353867 30대 후반인데 예전과 달리 소화가 잘 안되요. 12 .. 2014/02/23 4,507
353866 슬기네 결국 소송가겠네요 10 새엄마 2014/02/23 10,592
353865 의자 버릴때 2 2014/02/23 4,386
353864 신경질 잘내고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사람과 잘 지내실 수 있으세요.. 4 ... 2014/02/23 1,861
353863 미간주름 1 레스터 2014/02/23 1,593
353862 은행원 (여자). 근속년수 보통 어떻게 되나요?? 쥴리아 2014/02/23 2,076
353861 생각해보니 호의적인 할머니도 많으셨네요. ..... .. 2014/02/23 724
353860 좀 전에 나온 보험회사 텔레마케터들 학대 받는 것 TV에서 보셨.. 4 .... 2014/02/23 2,044
353859 세결여 예고편 보신 분 내용 좀 알려주세요 7 놓침 2014/02/23 3,027
353858 세결여 채린이 12 세결여 2014/02/23 5,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