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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 슈라이버가 미국 의료제도의 모순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가치에 대해 파헤친다
의료 서비스는 자유 시장 경쟁 체제에 맡기는 미국의 의료제도에서 국민의 대다수는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각 민간의료보험마다의 가격과 혜택의 차이로 인해 대부분의 서민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해왔다. 오바마 정부는 의료보험의 부담을 정부와 기업이 나누자는 취지로 건강보험개혁안 ‘오바마케어’를 발의했으나 이 또한 통과가 순조롭지 않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2010년작 《내 아내에 대하여》는 평범한 중산층 부부가 아내의 병으로 인해 심적, 경제적으로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미국 의료제도의 모순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육체를 쓰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한평생 성실하게 수리공으로 일해 이제는 엄연한 집수리 회사 경영자의 위치에 오른 50대의 셰퍼드 암스트롱 내커는 자신의 ‘두 번째 삶’을 제3세계에서 새로 시작할 꿈을 꾼다. 미국에서는 클립 한 통 사지 못할 돈으로 한 달을 보내고 경쟁을 하지 않고 서로 공존할 수 있으며 일을 하지 않고도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삶.
그러나 아내 글리니스의 불치병 진단은 가정을 한순간에 위기로 빠뜨린다. 꿈꿔온 펨바 섬으로의 이민은 물론이거니와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경제력조차 아내의 치료비로 물이 새듯 모두 소진된다. 아내를 돌보는 것 역시 자신이 성실히 해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셰퍼드는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들의 외면, 그리고 이루지 못할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을 겪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아내와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을 느낀다.
염세주의적이고도 사회주의에 가까운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독특한 주제의식은 클라이맥스보다 그 결말에서 오히려 더 큰 충격과 감흥을 준다. 작가는 독자들이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셰퍼드와 글리니스 부부, 그리고 잭슨 부부와 플리카의 미래를 그려낸다. 그들의 이별과 새로운 삶은 씁쓸함과 슬픔이 아니라 진일보한 희망과 의연함으로 다가온다. 기존 제도권하의 문학작품에 비해 《내 아내에 대하여》의 아름답고도 시크한 결말은 인생의 여러 가지 방향에 대한 다양한 제시라는 측면에서도 훌륭하며 독자에게도 잊을 수 없는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