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2월 1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691
작성일 : 2013-12-17 08:23:50

_:*:_:*:_:*:_:*:_:*:_:*:_:*:_:*:_:*:_:*:_:*:_:*:_:*:_:*:_:*:_:*:_:*:_:*:_:*:_:*:_:*:_:*:_:*:_

바리캉으로 남의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다가 날이 저물면 짐 싸서 산으로 돌아왔으면
내가 나중에 다른 사람으로 나타나 이렇게 저렇게 살고 있어도 그게 나인 줄 모르게
나무손잡이바리캉 하나하고 무쇠손잡이바리캉 하나하고
그러다 내가 죽으면 남는 것 없게 그 바리캉 두 개하고 아이들 목에 감아주던 보자기
흰 꽃무늬 하나 겨우 없는 사각민보자기 하나하고
그리고 나무에 걸어서 칼날을 척척, 출렁출렁 같던 누구 가죽인지 가죽띠 하나하고 또
그 가죽에 날이 들지 않아 휘청휘청, 찰싹찰싹 날을 때려 치던
검은 플라스틱 칼날집 있는 기다란 기역자 면도칼하고 또 나그네들이 들고 다니던
흙 묻은 천가방 하나하고 한 십년 쯤 된 밀크색 비누통 하나하고
집으로 가면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게 아무에게나 인사 받지 않으려고 고개
푹 숙이고, 집으로 어둑해 돌아가는, 흙만 밟고 시멘트 같은 것 돌 같은 것 안 밟는
머리가 짧은,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에 생각나지 않게
막바지 입고 가슴에 검은 단추 달린, 작은 주머니 두 개 달린 상의 입고
아이들에게 머리 이리 돌릴까? 잠깐만, 하는 유의 말만 하는 사람 이 세상에서
아이들 머리나 깎는 일만 하다 죽으려는 사람 됐으면 하고, 다른 건 아무것 생각 안 하는
그렇게 저 남국 같은 데 요함을 걸어놓은 나무 그늘 밑에서 그거 하다가
내가 언제나 거길 지나다 버스 창밖을 내다보고 아 저 사람, 해도 난지 모르는 사람으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세상을 살았는지 모른 사람으로
이제 그 사람 죽어서 어디선가 누가 누가 손같은 바리캉을 들고 다니면
아이들 머리나 깎아줬으면 하고 생각을 시작하게 만드는 길가 같은, 길가 나무 같은 사람의
어느 갯가, 그 아이 머리가 되어 떠도는 이발사의 무지 커다란 손이,
짧은 머리카락 밀고 올라가는 절벽의 머리 뒤쪽 때 묻은 나무바리캉이었으면
그래서 어느 날, 한 형제가 나타나 둘이 함께 한 슬픈 아이 머리를 깎아주는
가벼운 왼손잡이 나무바리캉이고 또 하나는 무거운 오른손잡이 무쇠바리캉이었으면


                 - 고형렬, ≪자신에 대한 분개의 시 - 경주 첨성대와 다보탑을 여행하고≫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3년 12월 17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3년 12월 17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3년 12월 17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15664.html

2013년 12월 17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12/h2013121620455775870.htm

 

 

"니네 국민들"만 모으면 과연 안녕하실까요?
 

 

 

―――――――――――――――――――――――――――――――――――――――――――――――――――――――――――――――――――――――――――――――――――――

”위로란,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라고 묻는 것이다.”

                 - 양광모 "비상" 中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우실
    '13.12.17 9:27 AM (202.76.xxx.5)

    의문만 갖지 마시고 님이 퍼오셔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게시판이잖아요? 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7062 예비중 수학 인강 추천 부탁드려요 2 2014/02/04 1,122
347061 힐링캠프 강신주씨 보셨나요? 아빠일 상담한 아가씨 너무 몰아붙.. 38 어제 2014/02/04 16,363
347060 추도에배는 언제 까지 드려야 할까요? 18 양파 2014/02/04 1,962
347059 물을 적게 먹어 약이 식도에 걸려 명절내내 고생했어요 10 식도염 2014/02/04 7,961
347058 이영애 예전보다 오히려많이 이뻐졌어요 3 이영애 2014/02/04 1,955
347057 현미와 백미 섞은밥 맛있게 하는법 아시는분~ 15 밥이최고 2014/02/04 14,951
347056 디씨 인사이드 성향이 어떤가요? 24 궁금 2014/02/04 3,929
347055 마음의 병...심리상담센터 추천 부탁드려요. 2 우울증 2014/02/04 1,927
347054 선배 한의원에 약 지으러 가려는데 6 빈 손 대신.. 2014/02/04 1,126
347053 지금 전주에가는데 효자동이랑 한옥마을 먼가요? 8 마누 2014/02/04 1,518
347052 수리 한달만에 다시 고장난 냉장고 5 ㅡ.ㅡ 2014/02/04 1,577
347051 냉동실에 있는 선물용곶감 택배로 보내도 될까요? 3 곶감 2014/02/04 987
347050 혹시 해남사는 농부 님 연락처 아시는분 계신지요? 24 방울이 2014/02/04 2,555
347049 아파트 폐유버리는 통에다 사골 기름 버려도 되나요? 9 .... 2014/02/04 3,519
347048 지금 농협 업무 중인가요? 농협 2014/02/04 562
347047 오리털패딩이 좀 찢어졌는데요 3 가능할까 2014/02/04 1,250
347046 교육부가 교학사를 비호, 물타기 시도하네요 1 친일매국노들.. 2014/02/04 817
347045 아빠가 폐암이라고 했던~~ 8 긍정의힘 2014/02/04 3,556
347044 2014년 2월 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4/02/04 803
347043 한국컴패션.연봉이 어느정도인지 아시는분계세요? ... 2014/02/04 5,100
347042 윗층에서 지금 런닝머신뛰어요 8 juliet.. 2014/02/04 2,443
347041 카톡 질문) 차단을 하지 않았는데 메세지가 안오는 경우도 있나.. 3 ... 2014/02/04 2,895
347040 사각에 두상 크고 단발 길이인데, 파마 or 생머리 어떤게 좋을.. 8 ㅠㅠㅠ 2014/02/04 4,991
347039 아이허브 내꺼 추천인 코드는 어떻게 확인해요 6 ,, 2014/02/04 6,141
347038 따말에 나오는 기타 음악 제목 알려주세요~ 기타 2014/02/04 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