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려대 안녕들하십니까? 에 대한 성균관대 응답 대자보 부착-뽐뿌

참맛 조회수 : 2,229
작성일 : 2013-12-13 14:14:32
고려대 안녕들하십니까? 에 대한 성균관대 응답 대자보 부착-뽐뿌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259...

고려대 대자보가 큰 반향을 일으키더니

각 대학으로 대자보 열풍이 불고 있군요..

 

성균관 대학에도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성균관 학우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오늘부터 안녕하지 않습니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시험공부를 하다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니 ‘안녕들 하십니까?’라 는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용은 주변의 문제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잘못된 것을 향해 잘못됐다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수상한 시절을 살 아가고 있는 우리가 과연 ‘안녕한지’ 묻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펜대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휴대폰 알림이 울립니다. 860명의 철도노동자들이 또 직 위해제되었다는 속보입니다.



문득 처음 성균관을 들어설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입학할 때부터 안녕하지 못했던 사람이었 습니다. 입학하기 전, 광화문 한복판에 세워진 컨테이너 산성과 국민들이 든 촛불에 쏘아지던 물대포를 보며 저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입학하던 해 겨울, 용산에서 여섯 명의 철거민이 불에 타 죽는 것을 보며 이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그해 여름, 평택 쌍용자 동차 공장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모습을 보며 이 세상 무엇인가가 잘못됨 을 확신합니다. 이렇게 잘못된 현실에 맞서고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이러한 작은 힘이 모인다면 언젠가 세상은 바뀔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 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되곤 했습니다. 과연 내가 믿고 있는 생각이 맞는 것인지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했 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군 복무 후 복학을 하면서 과거의 나를 세탁하고 어느새 안녕 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장에라도 스펙을 쌓고 학점 관리를 잘한다면 좁은 경 쟁의 문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언젠가 대성로에 취업 또는 고시 합격생 최 종학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휘날릴 것이라 믿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너무도 안녕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세상은 안녕하지 않은가 봅니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대통령 선거에서 국 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계속 발견되고 있고, 참교육에 힘쓰시던 선생님들은 전교조를 지 키기 위해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와야만 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키고자 하는 비정규 직 노동자들의 노력은 갑의 횡포에 수포로 돌아가고,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선 7,000여 명의 철도노동자들은 불법 파업이란 낙인과 함께 직위해제를 당했습니다. 상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는 시절입니다. 그간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보면서 안녕하고자 했던 제가 부끄 러워집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안녕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복학하고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안녕한 사람으 로 지내고자 노력해 왔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기만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용기를 내 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다시 안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안녕하지 않겠습니다.

성균관대 정외과  09 최종학

 

 

==============================================

 

대자보를 붙힌 여러 학생들  

 

우리 함께 또 걸어나갑시다. 현실주의자의 눈으로 현재의 문제를 비관적으로 직시하고, 이상주의자의 눈으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희망합시다. 두 발은 이 땅에 굳건히 발 붙인 채, 두 눈은 저 하늘 저편 너머를 바라보며 걸어갑시다. 독재에 민주로, 압제에 저항으로, 폭력에 평화로 맞섭시다.

 

 

주변 학생들이 우리의 목소리들에 경멸·냉소·무관심으로 일관할 때, 우리가 그들에게 똑같이 경멸과 냉소와 선민의식으로 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서로의 고민을 나눌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무관심에는 더 깊은 관심으로, 불관용에는 더 넓은 관용으로, 방관에는 더 많은 참여로 대응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IP : 121.182.xxx.15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2.13 2:39 PM (1.240.xxx.105) - 삭제된댓글

    저도 안녕하지 못한 일인이네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앞에 개인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아닌걸 알면서도 막아세울수 없다는것...세상살기 힘듭니다. 요즘.

  • 2. 버섯
    '13.12.13 2:47 PM (1.253.xxx.175)

    나이를 먹긴 멋었나 봅니다.
    눈물만 흐릅니다. ㅠㅠ

  • 3.
    '13.12.13 3:07 PM (165.132.xxx.19)

    저도 어제에 이어 안녕들 하십니까만 보면 또 눈물이..안녕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 너무 슬프고 목소리 내준 학생들 정말 고맙습니다.

  • 4.
    '13.12.13 6:35 PM (59.6.xxx.31)

    학생들, 고마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6666 살기 느껴지는 눈빛? 갑오년 2013/12/31 3,634
336665 그렇게아버지가된다 6 봤어요 2013/12/31 1,841
336664 메뉴 조언 부탁드려요. 막 40이 된 기념 파티!! ^^; 2013/12/31 790
336663 아파트 담보대출 얼마까지 가능한가요? 2 집담보대출 2013/12/31 2,236
336662 진정한 친구는 없다면서 왜 친구를 만들까요? 23 ... 2013/12/31 6,146
336661 박준 헤어 박준 성폭행 사건 어떻게 지나갔나요? 1 마랑고니 2013/12/31 2,060
336660 남편이 좋은차를 샀는데요, 분수에 맞지 않는것 같아서요 9 왜이럴까요 2013/12/31 3,783
336659 kbs연기대상은... 2 근데 2013/12/31 2,107
336658 남편이랑 어제 싸웠는데 6 남편 2013/12/31 1,430
336657 이민호 오늘 너무 괜찮은데요..?? 9 hide 2013/12/31 3,046
336656 오늘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4 한해 보내기.. 2013/12/31 1,183
336655 법원근처라 노래방은 없고 가요주점 뿐인데 3 범천동 2013/12/31 1,227
336654 아들이 공군 입대했습니다. 18 엄마 마음 2013/12/31 3,992
336653 와.. 지금 왕가네 최상남역 남자배우 소감 들으셨어요? 31 .. 2013/12/31 11,244
336652 상남이 보셨어요? 5 연기대상 2013/12/31 1,741
336651 도시가스 요금 또오르네요 젠장 11 춥다 2013/12/31 1,566
336650 아들이 변호인을 봤는데요 12 오홍 2013/12/31 2,780
336649 중드 더빙은 대체 왜 하나요? 초한지 2013/12/31 2,042
336648 허무주의, 패배주의 전파하는 글 좀 안봤으면 좋겠어요. 8 ..... 2013/12/31 1,523
336647 수지는 진짜이쁜줄은 잘 32 ㄴㄴ 2013/12/31 4,212
336646 소지섭코디,이민호코디 나와!!!! 싸우자!!!!! 6 나나 2013/12/31 4,439
336645 오피스텔 18평은 난방가스비가 얼마정도 나올까요? 2 move 2013/12/31 2,074
336644 치아나라 이용해보신분 계세요 치과 2013/12/31 692
336643 보관 오래 가능한 채소 뭐 있을까요? 1 mistlf.. 2013/12/31 893
336642 연기대상 상 못받을것 같다고 불참하는 배우들 8 ... 2013/12/31 4,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