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2월 1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999
작성일 : 2013-12-13 08:17:01

_:*:_:*:_:*:_:*:_:*:_:*:_:*:_:*:_:*:_:*:_:*:_:*:_:*:_:*:_:*:_:*:_:*:_:*:_:*:_:*:_:*:_:*:_:*:_

1

난생처음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려고 주거래은행 대출창구로 갔어 꽃무늬  
넥타이를 맨 직원이 습관처럼 물었어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나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려 왔다고 했어 계좌번호를 묻기에 얼른 잔고가 바닥 난 통장
을 건네주었어 229,22,0307,291 키보드에 계좌번호를 쳐 넣자 모니터화면에  
뭔가가 떠올랐어 그 사내가 측은한 눈빛으로 얼마를 쓰시겠느냐고 나지막이  
말했어 도리어 내가 얼마나 가능하냐고 물었어 그 사내는 이 백 만원하고  
무 자르듯 말했어 순간 수년간 거래해온 내 신용이 고것 밖에 안 된다는 사
실에 울컥, 서러워졌어 애써 밝은 표정을 만들며 한 오 백은 안될까요, 하고  
사정을 했어 그러자 사내는 직업이 뭐냐고 또 물었지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아아, 대한민국 시인이라고 말해주었지 그랬더니 그 사내 시인도 직업이냐고  
낄낄거렸어 연봉이 얼마냐고 툴툴거렸어 그리고 아주 단호하게 말했어 보증
을 세우세요, 보증을!


2

그 남자가 통장을 다시 내밀었을 때, 구부러진 내 몸에서는 장마철 그 곰
팡내가 훅 끼쳐왔어 그때 가장 시급한 것은 내 젊음을 찾는 일이었어 보증  
받지 못한 자리, 보증 받지 못한 세월이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 되어 길바
닥을 노랗게 물들였어 단칸 셋방에서 시작한 신혼, 아들 딸 키우느라 등 굽
은 세월이 덕지덕지 쌓여서 먼지처럼 풀풀 날아다녔어 오로지 앞만 보고 달
려온 추억들이 낙엽처럼 쌓이는, 날마다 나사가 풀리는, 내 몸의 무게가 깃
털처럼 가벼워지는… 오오, 보상받을 수 없는 세월만 키웠던 거야 이제 내  
몸은 차압당할 염려가 없어 누가 보증을 서달라고 해도 안심이야 담보로 잡
기엔 내 몸은 이제 너무 빈약한 걸! 그래 안심이야, 안심!


                 - 임동윤, ≪몸의 잔고를 바닥내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3년 12월 13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3년 12월 13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3년 12월 13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15167.html

2013년 12월 13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12/h2013121220391375870.htm

 

 


그래도 봇은 돈다.

 

 

 

―――――――――――――――――――――――――――――――――――――――――――――――――――――――――――――――――――――――――――――――――――――

”도망은 탈출구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또 다른 선택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 김해남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8665 예전 아들자랑맘의 새로운 출발 --축하해주셔요 28 출발 2014/02/06 3,221
    348664 학과 선택 조언 구합니다 3 조언 2014/02/06 1,165
    348663 공문서 위조·보호사 '유령근무'…줄줄 새는 요양급여 1 세우실 2014/02/06 703
    348662 다이어트 악순환이네요... 10 콩콩이언니 2014/02/06 2,673
    348661 아들아 엄마의 유언이다 25 제사 시러 .. 2014/02/06 4,419
    348660 냄비나뉴리뚜껑 락스물에 닦아도되나요? 2 앙이뽕 2014/02/06 895
    348659 발명가시라면 사업 대박아이템! 7 혹시 2014/02/06 1,817
    348658 미국 여행가는데 전자사전 갖고 갈까요? 4 영어못해요ㅠ.. 2014/02/06 1,240
    348657 5년 지난 당면 10 보나마나 2014/02/06 7,425
    348656 영화 더걸 The Girl 히치콕 2014/02/06 1,456
    348655 대구에서 실종됐던 중학생 딸 찾았나요? 5 ... 2014/02/06 2,213
    348654 귀 한 번도 안뚫으신 분 24 2014/02/06 2,399
    348653 ”유출량이 차이 많이나서…” 구설수 자초하는 윤진숙(종합) 2 세우실 2014/02/06 1,191
    348652 동치미 달아요 동치미 2014/02/06 920
    348651 립스틱 사고 싶은데요.면세점 대행하시는 분 연락처좀 3 삼키로 2014/02/06 1,393
    348650 영문법 질문 좀~~~ 3 naraki.. 2014/02/06 697
    348649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군 뭐가 있나요? 5 우리나라 2014/02/06 2,197
    348648 하일성씨 털 6 징그러 2014/02/06 3,187
    348647 한뼘정수기 괜찮나요? 1 상콤한하루 2014/02/06 1,177
    348646 충치 치료, 치과마다 갯 수가 달라요ㅠㅠ 10 도와주세요... 2014/02/06 3,568
    348645 임산부 신을만한 편한 웨지힐은 어디서?... 1 ㅇㅇ 2014/02/06 1,444
    348644 2014년 2월 6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4/02/06 617
    348643 딸들이 "난 절대 결혼 안할거야" 라고 하면 28 결혼 2014/02/06 3,944
    348642 아랫층 누수문제 6 추억 2014/02/06 1,925
    348641 길냥이와 집냥이는 성향자체가 다른가요? 16 본문 나오려.. 2014/02/06 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