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엄마와의 목욕탕 동행은 없다
행여 목욕탕에서 만날까 이른 새벽부터 서두르기도 했다
아마 부끄러움도 있었겠지만 의례 치르게 되는 점점 뾰족해지는 딸과 그걸 자르려는
모녀 지간의 전쟁이었을 거다 아마...
그렇게 가족은 습관처럼 한 지붕 아래서 살고 부대끼고 무슨 웬수 보듯 하다가
밥상머리에서 까르르 웃으며 이해 못할 정을 쌓고 또 그렇게 산다
손주를 안아 얼르는 엄마를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아..우리 엄마도 저렇게 사랑이 넘쳐 주체를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있구나..
나도 마찬가지다
첫 조카라 그런지 물고 빨고 한시도 가만두지 않고 애지중지했다
그러면서 불쑥 왜 엄마는 자식들한텐 그렇게 엄하고 냉랭했을까...
모성도 의심했을 만큼 성장기는 많이 찼다
그러다 그것이 어설픈 자식 사랑의 오해였음을 알았고 간혹 올라오는 예전의 상처들에 감정을 주지 않게 됐다
엄마는 사랑이라 하고 나는 아니라 하지만
어쨌든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
비록 자식들이 원하는 그림은 아닐지라도
한 날 엄마 몸이 안 좋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무르는데 ...
처음 그렇게 엄마의 몸을 만지는 거였다
포옹은 커녕 손도 한번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던 터라 뭔가 묵직한 맘이 내내였다
많이 작아지셨고 뼈가 만져지는 등 하며 갈수록 얇아지는 다리...
손에서 불이 날 정도로 꽉꽉 살폈다
당장 살갑고 애교 많은 딸이 되는 건 불가다
그치만 엄마를 대하는 맘은 달라져간다
엄마를 부정하고 미워했던 맘이 궁극엔 나를 망가뜨리는 일이었고
그 대가가 얼마나 슬프고 아픈 일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엄마 안에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