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철도파업 불편 감수하겠다

보리심 조회수 : 1,029
작성일 : 2013-12-11 09:43:07

2013년 12월 10일 경향신문 칼럼

끝내 어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이사회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결정했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수서발 KTX를 분리 운영할 경우 경쟁효과는 없으면서 비효율만 발생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철도공사였다. 취임 2개월을 맞는 최연혜 사장의 변신도 실망스럽다. 사장이 되기 전에는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철도 특성을 잘못 이해한 정책이라며 KTX 경쟁 도입과 민영화를 강력히 비판했던 철도 학자였다.

 

이번 이사회 의결을 보면서 지금까지 철도개혁 논란을 주도해 온 ‘철도민영화 세력의 집요함’을 새삼 확인한다.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부터 4개 정부를 거치면서 흔들림 없이 KTX 민영화를 추구해 왔고, 박근혜 정부에서 꿈을 이룰 직전까지 와 있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 때 철도 전체를 민영화하려 했으나 좌절되자 KTX만은 별도 공사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것마저 노무현 정부에서 무산되자 이명박 정부에서 철도사업법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수서발 KTX를 민간위탁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이번엔 자회사 설립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공공부문이 참여하는 자회사를 통해 민영화 비판을 우선 피해보자는 계산이다. 최연혜 사장 역시 민간자본의 참여를 배제한 자회사이기에 민영화가 아니라며 자신의 변신을 옹호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논점은 경쟁 효과와 민영화 여부이다.

수서발 KTX가 따로 운영되면 서울역발 KTX와 경쟁 효과가 발생하는가? 두 회사 모두 동일한 차량, 철도기술, 관제를 사용한다. 서울에서 평택 구간을 제외하곤 같은 선로를 달리기에 앞지를 수도 없어 소요시간도 같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같은 구간에서 사실상 요금도 달리하기 어렵다. 현행 고속버스처럼 여러 회사 버스들이 순서에 따라 배차될 뿐이다. 굳이 경쟁을 꼽으라면 객실 서비스 정도인데 비좁은 공간에서 소수 승무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차이가 클 수 없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차량 색상을 달리한다고 마음을 바꿀 어른도 없을 것이다. 결국 서울 북부에 사는 나는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강남에 사는 내 친구는 수서역에서 탄다. 왜 굳이 회사를 설립해 임원과 직원들을 별도로 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기업이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면 걱정 마시라, 이미 KTX는 저가항공, 고속버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도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는데 동일 기술, 동일 차량의 회사를 복수로 설립하는 것, 이게 바로 비효율이다.

그런데도 왜 수서발 KTX 분리를 고집하는가? 민영화를 위한 사전조치이다. 민간자본이 참여하지 않으니 민영화가 아니라고? 정부는 국민연금기금 등 공적자금만 참여하니 민영화 논란이 완전히 불식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영화의 본질은 해당서비스의 운영 원리에 있다. 운영 주체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면 민영화로 보아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용도가 국민의 노후예탁금일 뿐 자산운용에서 민간펀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시장수익률을 넘으라는 국민연금법의 명에 따라 민간펀드들과 경쟁하고 있다. 수서발 KTX에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할 경우 한국철도공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하고 그만큼 국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음 수순은 공적자금 자리에 민간자본이 들어오는 일이다. 정부는 공적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공공부문에만 양도하도록 정관을 정했다는데 이는 투자자들의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위법적 조항이어서 무효일 수 있다는 게 법률가들의 의견이고, 게다가 이사회가 정관을 개정하면 바로 무력화되는 조항에 불과하다.

어제 철도공사 이사회의 결정은 철도민영화로 나아가는 꼼수를 애써 모른 체하면서 일단 ‘저질러 놓자’는 무책임한 행보다. 조만간 한국철도의 기둥으로 자리 잡을 수서발 KTX가 수익성에 종속되고 민간에 넘겨질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이 이렇게 경솔하게 진행될 순 없다. 낙하산 떡고물, KTX 민영화에 눈독을 들인 사람들에게야 오랜 숙원사업이겠지만, 철도산업의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한국철도의 주인인 국민들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철도공사 사장은 국민 불편을 강조하며 파업을 용납할 수 없다는데, 난 기꺼이 이 불편을 감수할 것이다. 신분의 위협을 무릅쓰고 나선 철도조합원들에 비하면 이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다. 철도민영화를 함께 막는 시민의 협동이 필요하다.

IP : 61.106.xxx.8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길버트강
    '13.12.11 9:44 AM (118.131.xxx.234)

    그러게요.
    일련의 사건들 보면...우리네 생활과도 직결되는 사안들이 많은데...
    불편이 대수겠어요.
    어제 철도공사 친구 만났는데...지지한다고 힘 실어주고 왔습니다.

  • 2. 기차와 소나무
    '13.12.11 9:52 AM (175.214.xxx.120)

    지금은 파업으로 기차를 못타지만 민영화후엔 비싸서 못탄다죠.
    기차타는 것이 사치가 되었다는 영국기사가 생각나네요.

  • 3. 제시간에 출발하고
    '13.12.11 10:00 AM (211.194.xxx.253)

    제시간에 도착하던 때 그리워지겠군요.

  • 4. 두분이 그리워요
    '13.12.11 10:02 AM (121.184.xxx.202)

    저도 참겠습니다.
    지지합니다 철도노조여러분!

  • 5. 추운
    '13.12.11 10:03 AM (118.44.xxx.4)

    겨울과 함께 이 사회에도 매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네요.
    같이 이겨내야죠.
    국민을 상대로 폭탄을 내미는 이 지배자들 몸서리쳐지지만
    저같은 일개 아줌마도 어떡해든 힘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야겠어요.

  • 6. 보리심
    '13.12.11 10:23 AM (61.106.xxx.89)

    철도노조 파업 임금인상은 명목이라고 하네요.

    근로조건(임금 근로환경 등) 향상을 위한 파업이 아니면 법으로 불법파업이 되기에

    어쩔수 없이 그렇게 명목달고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을 하는 거라고 하네요.-.-

  • 7. 철도파업 지지
    '13.12.11 10:33 AM (202.14.xxx.188)

    한국은 임금 및 기타 근무 조건 개선 주장이 파업 목적에 안들어가면 정치파업이고 불법 파업이 되는 나라입니다.

  • 8. 자끄라깡
    '13.12.11 11:55 AM (119.192.xxx.175)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합니다.

    이래서 투표를 잘해야 하는데 너무 속상해요.

  • 9. 지지합니다
    '13.12.11 12:13 PM (128.134.xxx.85)

    오늘 출근길에도 십분씩 한 역에 서곤 했지요 하지만 민영화 반대파업 지지하여 감내하기로 했어요.
    정말 어째서 공공철도를 외국자본에 팔어먹겠다는 생각을 하는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2004 오늘 변호인 16 그리움 2013/12/18 1,880
332003 40대 중반 전업주부.. 마트캐셔vs백화점캐셔 10 일해야 하는.. 2013/12/18 6,500
332002 연애) 어떻게 다가가야 할 까요 1 효영이 2013/12/18 846
332001 KBS ‘PC·태블릿·휴대폰’도 수신료 4000원 징수 추진 1 먹칠, 입법.. 2013/12/18 1,018
332000 베스트셀러 책인데 읽어보니 아니다 싶은책 있으신가요? 16 밑에글아프니.. 2013/12/18 2,453
331999 [철도파업]이래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계속 거짓말 할래? 4 개시민아메리.. 2013/12/18 737
331998 일산 지하철도 민영화 한대요! 27 허거걱 2013/12/18 3,026
331997 개짖는 소리 아래층이 더 잘들리나요? 2 .... 2013/12/18 1,093
331996 빠른 생일 네살 아이(내년) 큰 어린이집 보내도 괜찮을까요? 1 ㅇㅇ 2013/12/18 700
331995 롤이런 게임 초6 해도 될까요? 15 밍쯔 2013/12/18 1,469
331994 집구하는데 도와주세요 2 걱정뿐인 엄.. 2013/12/18 992
331993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나봐요. 1 ... 2013/12/18 1,044
331992 임성재는 왜이러는지? 2 은희 2013/12/18 1,312
331991 양가 부모님께 너무화가나요 9 .. 2013/12/18 2,900
331990 돈 엄청 들여서 다닌 학원.. 5 무효과 2013/12/18 2,712
331989 서초동 남부터미널 근처 재래시장 있나요? 2 보라네 2013/12/18 1,762
331988 아프니까 청준이다같은 책이 왜 40 솔직히 2013/12/18 6,694
331987 채동욱 정보유출 사건 부실수사 논란 4 세우실 2013/12/18 782
331986 불면증 본인도 괴롭지만 가족도 힘드네요 5 한숨 2013/12/18 1,519
331985 보드게임 추천해 주세요.. 단감 2013/12/18 463
331984 필리핀은 영어발음이 어떤가요 12 콩글리쉬 2013/12/18 2,620
331983 민영화 반대 서명해요 3 즐거운맘 2013/12/18 614
331982 소이캔들 만들었는데 질문드려요 lynn 2013/12/18 652
331981 박근혜 퇴진 촉구 전세계 10개 도시 릴레이 집회가 열립니다. .. 17 왼쪽가슴 2013/12/18 1,567
331980 삼성 크롬북 어떤가요? 1 yj66 2013/12/18 608